[제목] 추분이 가르쳐준 균형, 땀방울이 열매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글(김종열)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 절기인 추분(秋分)을 맞이하며 비로소 가을이 깊어져 감을 느낍니다.
추분은 참으로 신비롭고 고마운 절기입니다. 하늘의 태양이 지구를 평등하게 비추어 낮과 밤의 길이가 정확히 같아지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이 완벽한 균형 속에서, 들판의 모든 곡식은 차별 없이 햇살을 나누어 받으며 저마다의 결실을 서서히 익혀갑니다.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마태복음 5:45)
성경 말씀처럼 자연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치우침 없이 온 누리에 은혜를 나누며 결실의 계절을 완성해 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여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풍경은 때로 이 자연의 이치와 달라 씁쓸함을 남기곤 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노력한 만큼 부를 창조하고 정당한 결실을 거두는 것은 당연한 삶의 원리입니다.
“네가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 (시편 128:2)
스스로 흘린 정직한 땀방울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 열매를 누리는 것,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사회를支(지)탱하는 힘이자 성경이 말하는 축복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과도한 착취와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누군가의 희생만을 강요당한다면 그것은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 할 수 없습니다.
“보라 너희 밭에서 수확한 품꾼에게 주지 아니한 쌯이 소리 지르며 그 수확한 자의 부르짖음이 만군의 주의 귀에 들렸느니라” (야고보서 5:4)
땀 흘려 일한 근로자가 그 노력에 걸맞은 대가를 받고 정당함을 인정받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도 추분의 하늘처럼 기쁨과 평안의 균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어느 쪽도 억울함이 없는 추분의 날처럼, 우리네 삶터에도 공의와 평등의 균형이 깊게 뿌리내리기를 소망합니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흘릴지어다” (암오스 5:24)
햇살을 골고루 받아 잘 익어가는 들판의 곡식들처럼, 타인을 향한 탐욕은 내려놓고 서로를 존중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흘린 땀방울이 정당하게 인정받고 남의 노고 또한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세상. 그리하여 마침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답게 익어가는 따뜻한 '더불어 사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