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천주교는 상대의 영육 간의 건강을 바란다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 많이 표현하고 있는 와중에도 새삼스레 '그 영육 간의 건강이란 무엇일까?' 하고 되묻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혼' 과 '육체' 가 서로 건강을 도모한다는 이론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이 세상 피조물이나 작게는 우리 교구나 본당이나 가정 안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새삼스레 물음표를 던져봅니다.
먼저, '서로 사랑하여라' 라는 말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영혼과 육체가 서로를 오롯이 섬길 줄 알고, 서로 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어서 마음(Kakdia, 이성과 감성과 의지), 목숨(psyche, 영혼과 욕망), 정신(dianoia, 사고와 지식), 힘(ischys, 능력과 몸과 물질) 이라는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전해 주신 '가장 큰 계명' 에서 등장하는 단어들입니다. 그 단어들의 의미를 어렴풋하게 '존재 전체로 하느님을 사랑하애 한다.' 고만 해석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지금, 이 순간의 모자란 부분을 떠올리게 됩니다.
영혼과 육체의 관계는 그래서 참 신기합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어김없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영혼이 육체에게, 육체가 영혼에게,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안셀름 그린의 『아래로부터의 영성』 에서 나오는 한 예시적 글귀입니다. "두통은 우리가 일을 해 나가는 데 상당한 지장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두통에서 가능한 빨리 벗어나기를 원한다. [....] 만약 우리가 두통을 약으로 없애려고 한다면, 두통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의미를 알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금 나의 영혼과 육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지 귀 기울여보게 됩니다. "우리가 상처받고 부서지고 한 바로 그 자리, 그 순간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깨뜨리고 하느님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이다." (헨리 나웬) 라는 말처럼, 영혼과 육체가 전하고 있는 신호들과 나아가 요즘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보내며, 보다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공동의 집 지구의 신호들을 느껴보며 말입니다.
그 신호들이 주는 의미가 습관적으로 건넸던 '영육 간의 건강' 이라는 지향에 보탬이 되길 빕니다. 무엇보다 영혼과 육체가 괴리로부터 몸이나 마음이 아픈 이들,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티끌일 수 있는 기도를 보탭니다.
모두 영육 간에 건강하시길 빕니다.
2024.05.26 주보 사제 단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