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강정은 맛이다
강정은 밥이다
강정은 투쟁이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기지를 세우면 마을이 오염된다고 한다.
땅에 심은 콩은 땅에서 거두아야 한다. 칼을 잡은 자는 칼로
망하리라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런데 그렇다면
아들은 일터에서 수시로 주민들과 대치해야 하고 밥그릇을
비워야 하고 호루라기를 불다 첫 발령지에서 마을 주민과
등을 보여야 했다
믈에서 시작해 물에서 끝나는 대치의 시간
이웃과의 작전은 우여곡절 끝에 씁쓰름한 땅콩 껍데기 같은
맛이 배 있다
이리저리 찢기고
마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강정마을에서 강정을 지키다가 강정을 맛본 아들은
쓰다 달다 말이 없다
화순 적벽
고개를 넘어간다
화순 적벽에서 대전을 펼친 생각이 없다 강에서 만나자
철문을 막아 놓았다 수몰 지구에 누가 왜 어떻게 벽을 막
았는지 알고 싶엇을 뿐이다 만 원을 주고 허락한 적벽의
물은 신비한 알몸을 드러내듯 층층이 속살이 비쳤다 깊은
수만 리의 물에 아버지의 발길이 잡던 흔적은 없고 돛단배
몇 척 덩그러니 있다 기억을 더듬은 발길이 펼쳐졌다 바위의
기세는 병풍처럼 하늘의 우레를 막아 열두 폭 펼쳐 놓고
역사를 바라본 병풍의 위용이 드러났다
붉은 것에 열광하는 벽에 기대어 뿌리를 보자
벽에서 수만 리 갈 만큼 인연을 가자
물속의 깊이만큼 더 단단해지자
강물에 비친 거울 같은 절벽에 눈을 담자
물에 잠긴 집을 떠난 실향민을 모시자
물염정에서 노래 한 자락 울려 보자
자갈자갈 지글지글 고불고불
돌에 숨겨 놓은 진실의 전설을 캐러 가야만 한다
죽음의 한 연구, 다시
- 박상륭
죽음을 연구하는 시인, 죽음을 곁에 둔 시적 소설가, 일차적
언어 이차적 언어 삼차적 언어를 초월하여 말을 부린다. 원 안
에서 원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투영해 나가는 초월적 시공간의
세계를 통관하고 꿰뚫는, 어제와 오늘, 미래와 영겁의 신화적
시간을 담아내는 문장들
바탕칠에 덧칠, 씌우고 겹치고 두꺼운 색감으로 이질적인 형상을
그려 낸 문장들은 집단 무의식의 세계를 불러낸 이미지, 이쪽에서
보면 이 사람, 저쪽에서 보면 저사람으로 보이는 마법의 얼굴, 마음
이 출러일 땐 없던 문이 열리기도 하고 빤히 보이던 문이 닫히고 사
라지기도, 두세 겹의 선과 면을 가진 언어가 불쑥불쑥 얼굴을 드러낸
김송포
전북 전주 출생
2008년 시집<<집게>>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부탁해요 곡절 씨>>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