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남의 편지]
봄날 누님에게
혼자서 산길을 걷다가 부고를 받았습니다.
청천벽력.
이 말이 아니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일입니다. 병원에 입원 했다 퇴원한 저를 보시려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오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누님!
그거 아세요?
말씀드린 적 없는데 누님과 저의 인연을 이어 주신 게 우리 어머니라는 사실을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너무 힘들었거든요. 죽을 것 같아서 죽지 않으려고 살기 위해서 백두대간을 찾아 갔어요. 거기서 누님과 대간 18기 식구들을 만났고요.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누님!
누님은 저에게 항상 꿈을 잃지 말라고, 용기를 가지라고 하셨으며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셨지요.
항상 미소 지으시던 그 모습을 기억하겠습니다. 저에게 열심히 시를 쓰라고 격려하시던 그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건강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하시던 그 말씀을 간직하겠습니다. 솔선수범하시고 인자하시던 큰누님같은 그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누님과 함께 걸었던 백두대간을 떠올리며 제가 쓴 졸시 몇 편 올립니다.
봄날 누님 / 윤광주
육신을 벗어버린 우리 봄날 누님
지금은 어디쯤 가고 계시려나
철쭉꽃 활짝 핀 소백산 연화봉을
콧노래 부르며 지나 가시려나
뜨겁게 달궈진 설악산 황철봉을
힘차게 걷고 계시려나
단풍 곱게 물든 오대산 노인봉을
새벽녘에 지나 가시려나
하얀 눈 살포시 내린 덕유산 향적봉을
바삐 걸어 가시려나
보고 싶은 우리 누님
엄마 같은 우리 누님
수종사에서 2 / 윤광주
한 무리의 사람들 경내에 들어선다
영정 사진을 든 사람이 앞장 서고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부터
어린 아이까지 그 뒤를 따르고
예불이 시작되고 독경 소리 들린다
죽은 사람을 위하여,
또 산 사람을 위하여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이 순간 삶과 죽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듯
산 자도 침묵,
죽은 자도 침묵
사람들 여전히
아무도 말하지 않고
눈치 없는 햇살만
절 마당에 한가득이다
그때, 나는 백두대간에 있었다 2 / 윤광주
ㅡ 소백산에서
철쭉꽃 피고 지던 봄날,
연화봉 지나 비로봉으로
비로봉 지나 국망봉으로
국망봉 지나 고치령으로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처럼
끝없이 이어지던 산길
다시 걷고 싶은 그 길,
천상의 화원을 걷던
그때,
나는 백두대간에 있었다.
♡ 졸시.
고 임정자님(봄날님)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봄날누님
병원에 환자들에게 공연하시며 봉사하시고
제 생일날 백두대간에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시고 그날
저는 부르스에서 삼도봉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다시 가는 백두대간 길
그길에 누님이 웃으며 기다리고 계시려나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또 그리우면
어떻게 합니까?
ᆢ
보고싶습니다
봄날 누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도봉 정재일 올림
임정자 봄날 누님 영전에 올립니다
누님
3 25일은 누님께서 끝까지 우리 18기 대원 모두의 말없는 멘토가 되시어
남진 북진을 동시에 대간 완주를 하셨습니다
마음이 쫒기셨던가요?
제가 전화를 드린날은 누님께서 홀연히 떠나시기 딱
3일전
우리 낭랑18기 대원들이 그리도 기다려왔던 21기 출발을 눈앞에두고 출정식산행을 한다고 정재일 삼봉이 기별이와서
누님을 모시고가려고 전화를 올렸는데
누님 목소리는 들리지않고 아드님이 받아 낙상을 하셨는데
어려울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평소 덕망을 많이 쌓으신 분이라서 기적같은 회생을 빌면서 허종회장께마 귀띔을 하고 숨죽이며 다음날 전화걸으니 자형님께서 새벽 배드민턴 가시다가 계단에서 낙상하셨는데 뇌가부어서 수술을 못 하고있는 상태락 하셨고
그 다음날 대간출정산행중
점심먹더중 신강옥 동생이 카톡으로 비보를 접했습니다
어찌 하면 좋을까요
또다시 대간 먼길 신들메를 매던중 그만 어머니를 잃고 말았으니
누님
18기 대간 산행중 어쩌다 둘이 걷는 시간에는 파란만장하셨던 삶의 역정을 제게 받아적으라는듯 소상히 말씀하셔서
그때마다 소리없는 가슴속 눈물을 쏟곤 했습니다
누님!
대간 날에는 새벽3시에 일어나 어른 밥상준비해놓고 오신다고 하셨지요
누님!
늘상 배낭 한가득 과일이며 떡이며 지고오셔서 배고픈 자식 챙기듯 보살펴주셨는데
이제 우리 낭랑가족들 어느누가 그런사랑을 주실 수 있을까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봄날 누님 한 번은 누님좋아하는 노래 봄날은간다 를 다섯가수가부른것을 재일이 동생이 담아와서 틀어 주기도 했었는데
아직 춘래불사춘으로 매운바람 가시지않은 이 추운 날씨에
연분홍치마입고 떠나신 우리누님
얼마나 추우실까
목이 메입니다
누님!
우리 낭랑집안을 그리도 찬찬히 챙기시던 어른이 안계시니
어린 중생들 어이 살라하시나요
등산배낭 멘채로 누님빈소로 달려간 누님을 사랑하는 동생들 화사한 미소띈 영정앞에 망연자실 할 말을 잃었습니다
더욱 목이메이는것은 어디로 모시느냐 물으니 산에 뿌려달라 하셨다는 말에 또 한번 더 히이들었습니다
누님!
누님과 우리들의 산 사랑은 끝나지 않았어요
새로 시작하는 대간에 도시락은 제가 싸갈테니몸 만 오세요
훨훨 날아서
사랑하는 우리누님
우리낭랑동생들 모두는 어느 산을 가든지 어른 누님 모시고 댕길랍니다
누님 자꾸만 히이들고 목이메어오니 이제 그만 쓸랍니다
편히쉬세요
삿갓동상 올림니다
나는
울었다
울수밖에 없다
내가 할수 있는 것이ᆢ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