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종 소리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크.. 늦었다
허둥지둥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이 라이딩 전날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아 마신 술이 덜 깬 것인지 패달질이 무겁다...
30분 안에 동서울 터미널로 가려면 바짝 고삐를 당겨야 하는데 며칠 전 넘어진 부상도 있어 아침나절부터 몸 상태가 영 시원치 안은데 일단 자전거에 올랐으니 갈때까지 가보자..
목적지도 모르고 오랜만에 산소님도 볼 겸 선호하는 원거리 번개라 무턱대고 참여 뎃글부터 달아놓구 어딘지도 모를 소똥령 다운길 동영상만 눈에 선하다,
이른 아침부터 더위가 만만치 않은 것이 라이딩 하기엔 힘들지 모르지만 업힐하며 땀을 비오듯 흘리는 맛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 보다는 훨씬 값진 것 아니겠는가....
홍천강 내린천을 끼고 달리던 시외버스는 원통에 잠시 정차를 할 요량인지 오래된 터미널이 보이자 슬며시 차를 세운다,
오랜만에 원통에 와보니 시내 모습은 생각보다 변함이 없다.
외출나온 한 무리의 군인들은 터미널 건너 목 좋은 군장가계 앞에서 칼주름 잡은 군복을 뽐내듯 왁자지껄 사제 바람을 즐기고 옆자리 동승했던 중년 부부는 정차 시간이 10분이라는 기사님 안내에 출출함을 못참고 급히 식당을 찾는다,
나도 아침을 거른터라 약간의 허기를 달랠 겸 버스에서 내려 고개를 둘러보니 분식집 벽면 허름한 간판에 왕김밥 2천원이 눈에 들어온다.
세월 만큼 때가 묻어난 분식집 문을 드르륵 밀며 들어가니 여행객의 허기진 배를 채워 주는 것이 즐거운듯
밝은 표정의 주인 아주머니는 구석 테이블 신문을 보고 있던 손님에게 김밥을 내려 놓고 들어서는 나를 보며 작은 소리로 인사를 하신다.
“어서오세요“
“아줌마 김밥하나 주세요..”
방금 식탁에 내려 논 김밥을 보니 어머니가 먹성 좋은 아들에게 싸주듯 큼직한 것이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왕김밥 그대로다
같이 나온 양은 밥그릇 길게 채 썬 무국 한수저 떠넣으니 김밥 목메임을 달래줄 국물맛도 제격이였다,
왕김밥 한 줄을 개눈 감추듯 급히 먹고 차에 오르니 버스 앞좌석에 모여 앉은 손님 5명 뿐이라 기사님은 동남아 불취자 행색에 멍청해 보이는 내얼굴을 기억이나 한 듯 자전거 가져오신 분 맞냐며,,,
진부령에서 하차 할거냐며 묻는다...
"네 제가 진부령에 내릴 겁니다.. 거기가 젤 꼭대긴가요?”
“그렇죠 거기가 젤 꼭대기 정류장입니다.
(옆에서 듣던 손님이 궁금한지 운전기사 대신 대답을 거든다,)
어디 가시는데 자전거 가지고 산에서 내려요?“
“네 자전거 타고 흘리로 해서 임도를 돌아 내려가 속초까지 가려구요..
평소 흘리에 내리는 자전거 손님은 많지 않나봐요..“
“아이구 먼 자전거로 산을 내려가요.. 며칠전 장마에 산자락 흙이 무너진 곳도 많을 틴디요
아무튼 호랭이 살던 깊은 산이니 조심하셔요...“
원통을 지나니 뜨거운 햇살아래 황태 입간판이 자주 보이더니 금방 진부령 고개에 다다랐다.
자전거를 꺼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문 닫은 주유소 앞에 산소님이 보인다,
"덕소~~
커피를 금방 탓는지 오른손엔 김이 모락 거리는 종이컵을 들고 왼손을 휘젓어 손짓한다,
“혼자 오셨어요?
“네 저야 항상 혼자오지요 마누라도 데려올까요?
다른 분들은 안오셨나 봐요?“
“아이고 ...오늘은 장사 망했어요!! 폐업수준입니다!!
오실것 같던 돌리님과 맥님도 안 오시고 산천님은 우럭낚시 선약에 못 오신다고 하고
저하고 덕소님과 둘이서 라이딩 해야 되요..
전 첫차로 일찍 도착해 기다리기 심심해서 저 아래 진부령 도로까지 내려갔다 왔어요,
생각보다 업힐이 너무 약하네요 ㅋㅋ“
“ 그럼 진작 말하지요..저도 일찍올수 있었는데... 단촐하니 아쉽지만 둘이서 설렁설렁 내려가 보지요...
사실 원거리 번개은 원래 참가율이 저조한 편인데 강원도 임도라 참여가 더 망설여 지나봐요,,,
이렇게 장사가 안될줄 알았으면 여성참여 회원에겐 다이아 반지와 명품 백을 백화점에서 공짜로 구경할수 있는 특혜를 줄걸 그랬어요 ㅋㅋ
여기까진 버스로 도착하니 자전거에 올라타구 다운힐로 속초까지 가서 맛난 물회만 먹으면 되는데 말이죠...
저처럼 딱 초보코슨데..“
자... 슬슬 가볼까요..
참! 산소님 점심은 임도 끝머리쯤에 냇가 보이면 라면이나 끓여 먹자구요
출출한 라이딩중 라면 맛 아시죠?
번개라면은 돌리도님과 맥님 전매 특헌데 덕소도 실용신안을 취득해서 장거리 식당없는 번개엔 요걸로 허기를 달래죠...
라이딩하며 본 산소님의 배냥에 막걸리와 물통이 축 처진게 산소님 번개중 가장 참여자가 없어선지 아니면 여성 참여자가 없어서 그런가? 영 활기가 없어 보인다.
임도를 찾아 초행 농로 길을 얼마간 진행한후 더운 날씨를 아랑곳 않고 농부들이 배추 손질이 한창인 고랭지 밭을 지나나 바로 흘리임도 이정표가 보인다...
푹패인 듯 씻겨 내려간 임도 바닥은 작은 골들이 무수하다,
마사토와 잔돌이 덥힌 길이라 다운길은 뒷바퀴 미끄럼이 긴장감을 더해주었다,
두어번 슬립으로 넘어질뻔 한 마사토 길이라 난 핸들을 움켜쥐고
엉덩이를 뒤로 뺀는데 힘 좋은 산소님은 다람쥐마냥 잘도 내려간다,
두 대의 자전거가 지나가는 숲속 임도는 이글 거리는 태양을 가려주는 양산처럼 푸르름만 가득하다,
간혹 산등성이에 사는 노루와 매추리가 한적한 임도를 거닐다 자전거 소리에 놀라 엉덩이를 보일뿐 한낮의 하늘은 우리 머리 위를 비행하는 독수리처럼 자유롭기만 하다,
아슬아슬 긴장된 다운 길은 금방이라도 산아래로 내려갈까 굽이 굽이 돌아 내려가는 시간을 늦추어 주었다,
땀으로 옷이 젖어들 무럽 작은 군부대 쫄병들 구령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하산길은 끝나고
평지길 작은 언덕 업힐을 앞두고 후미에 오던 산소님이 계곡 사잇길을 발견했는지 다시 내려오라고 소리친다...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니 신천지 계곡물이 폭포처럼 쏫아지고 크고 넓은 바위들은 평상을 펼처논 듯 나그네에게 달콤한 휴식처럼 유혹 한다
우리는 게곡물을 보자 약속이나 한것처럼 자전거를 뉘어 놓고 누가 머랄 사이도 없이 옷을 벗어 던지고 풍덩 풍덩 물장구로 한낮 더위를 위로 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여름 피서를 선물받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철부지 마냥 물장구를 치며 임도라이딩의 별미인 알탕을 즐기고
산소님은 풍경 좋은 곳에서 혼자만 더위를 식힌 것이 집에 있는 아내에게 미안한지 잠시 냇물을 바라보다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산소님은 나에게 혼자말 처럼 되뇌긴다...
“ 여기 참 좋네요..마누라랑 같이 왔으면 더 좋았을텐데“
“산소님도 그런 생각했군요..
저도 마누라랑 같이왔으면 했는데.. 무더운 여름 이런 좋은 풍경에 전세낸 한가한 물가
마누라만 좋아하면 더할 나야 나위없지만... 여즘 처자들은 펜션이나 호텔처럼 깔끔한걸 좋아하니 중년의 남자들에겐 부부동반 오지캠핑은 꿈이지요.“
어린시절 빈티지 캠핑처럼 버너위 찌그러진 코펠에 라면을 끓여 산소님과 나누어 먹으니 막걸리 한잔에도 산소님과 덕소는 행복이 가득하다....
무더위를 식혀준 계곡물 피서의 아쉬움을 남겨 놓구 다시 속초를 향한 마무리 라이딩을 지속하였다....
바닷가 해변을 끼고 자전거길로 들어서니 철 이른 피서객 몇 무리가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뽐내듯 덕소와 산소앞을 가로 막는다,
어질어질 촛점을 멈추고 늘씬한 비키니 몸매를 하나님께 감사하며 바라보았다
“산소님 저 혹시 코피 안나나요?
”덕소님 코피는 제가 나는 것 같은데요!
아가씨들을 감상하던 산소와 덕소는 마누라들이 보내준 해풍에 정신을 차리고 또다시 땀을 흘리며 수키로 남겨둔 속초를 향해 패달을 굴린다...
속초를 향한 이정표가 바짝 다가왔다
속초해변쪽 다리를 건너 산소님이 물회를 먹고 싶은지 택시기사들에게 물회 맛집을 탐문
이마트 뒤편 봉우머구리집이란다
저번주 돌리도님과 갔던 물회식당 바로 뒷집이네 ㅋㅋ
그집도 맛집이던데.... 둘중 어디로 들어갈까 망설이다 택시운짱들 추천을 믿고 머구리집으로 낙찰!
산소님은 언제나 먹성도 좋다... 자동청소기 컨셉 흡입력으로 물회에 소맥이 맛깔난다
라이딩 추억이 물회에 버무려 진다.
우린 같이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자전거 위에선 다정한 친구가 된다,
맛난 물회로 배를 채우고 시외터미널에 도착해 동서울행 7시20분차 출발 바로전이다..
급히 수분을 조절하고 출발하려는 버스를 세워 자전거와 몸을 실었다
떠나간다... 추억을 싣고 속초를 떠나간다..
며칠 전 돌리도님 미시령 번개처럼 또 다른 추억을 가득 싣고 속초를 떠나간다.
속초를떠나며 차창 밖을 보니 코발트색 여름밤이 온통 가득하다,
길가를 거니는 여인들의 홍조 띤 얼굴처럼 속초해변에도 항구에도 다운타운 길가에도 노랑빨강 네온이 유난히 반짝 거린다,
오늘 진부령 임도를 거처 속초 물회로 마무리한 라이딩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덕소와 산소의 기억 속에 오래 동안 머무를 것이다..................
첫댓글 순전히 우수회원 될려구 올린겁니다
한편의 단편소설 같네요~^^
잘봤습니다 특히 비키니 입은거 보고 코피 난다고 농담한대목 ㅎㅎ
라이딩에 대하여 잘 모르지만 가끔 산에 가면 뒤에서 휙하고 지나가면 불안하고 화가 나더군요..
뒤에서 미리 이야기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제발 1명만 지나 갈수 있는 등산로에 뒤에서 미리
이야기 해주었으면 합니다.
잘 봤습니다
우수회원 되려고 올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