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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 계획에 따라 '화북탐방지원센터 -(접속)→ 문장대 → 신선대 → 입석대 → 천왕봉 → 피앗재 -(접속)→ 피앗재 산장 → 만수동'의 접속 거리 4.2km 포함, 15.5km를 7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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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俗離山]
높이: 1,058m
위치: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군 화북면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우리나라 대찰 가운데 하나인 법주사를 품고 있다.
정상인 천황봉(1,058m), 비로봉(1,032m), 문장대(1,033m), 관음봉(982m), 입석대 등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능선이 장쾌하다. 봉우리가 아홉 개 있는 산이라고 해서 신라시대 이전에는 구봉산이라고도 불렀다.
속리산은 산세가 수려하여 한국 8경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봄에는 산벚꽃, 여름에는 푸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가을엔 만상홍엽의 단풍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지고, 겨울의 설경은 마치 묵향기 그윽한 한 폭의 동양화를 방불케 하는 등 4계절 경관이 모두 수려하다.
속리산은 법주사(사적 명승지4호), 문장대, 정2품 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로 대표된다. 법주사에는 팔상전, 쌍사자석등, 석연지의 국보와 사천왕 석등, 대웅전, 원통보전, 마애여래의상, 신법천문도병풍의 보물 등 문화재가 많다.
문장대는 해발 1,033m높이로 속리산의 한 봉우리이며,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문장대는 바위가 하늘 높이 치솟아 흰 구름과 맞닿은 듯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일명 운장대라고도 한다. 문장대 안내판에는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을 전하고 있다.
정2품 소나무는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수령 600여 년의 소나무로, 조선 세조 때, 임금님으로부터 정이품이란 벼슬을 하사 받았다고 한다. 이 소나무는 마치 우산을 펼친 듯한 우아한 자태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세조대왕(1464년)이 법주사로 행차할 때 대왕이 탄 연이 이 소나무에 걸릴까 염려해 '연 걸린다'라고 소리치자 소나무가지가 번쩍 들려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연으로 '연걸이 나무'라고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대왕은 이 나무에 정2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속리산은 산행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산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찾아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곳 이어서인지 관광객들이 수시로 찾아든다. 속리산 단풍은 설악이나 내장산과 같이 화려하지 않고 은은하다.
1,033m높이의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신선대 휴게소에서 주변 풍광으로 청법대 바위의 웅잠함에 감탄하게 된다.
신라 헌강왕 때 고운 최치원이 속리산에 와서 남긴 시가 유명하다.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사람은 도를 멀리하고/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으나/속세는 산을 떠나는구나"(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
우암 송시열은 속리산 은폭동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기도 했다.
"양양하게 흐르는 것이 물인데/어찌하여 돌 속에서 울기만 하나/ 세상 사람들이 때 묻은 발 씻을까 두려워/자취 감추고 소리만 내네"
인기 명산[10위]
법주사, 문장대, 정2품 소나무 대표되는 속리산은 법주사 입구의 울창한 오리 숲, 기암괴석이 즐비한 수려한 경관에 단풍 또한 장관이다. 단풍이 절정인 10월에 많이 찾으며 봄에도 인기 있다. 법주사에는 여러 문화재가 많고. 복천암까지의 나들이 코스도 있어 사계절 인기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예로부터 산세가 수려하여 제2금강 또는 소금강이라고도 불리울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고 망개나무, 미선나무 등 1,000여 종이 넘는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1970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법주사(法住寺), 문장대, 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정이품송(正二品松) 및 천연기념물 제207호인 망개나무가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11월 4주 차 산행은, 토요일 등산방 정기 산행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 양주의 불곡산을, 일요일에는 안내산악회와 함께 스무 번째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대간 속리산 구간 중 문장대에서 피앗재까지 달릴 예정이다. 애초 이 구간은 10월 30일인 일요일, 토요 무박으로 묘봉에서 갈령 삼거리까지 달리는 속리산 종주 산행으로 대체할 계획이었다. 이 산행이 백두대간 연결에 필요한 천왕봉부터 피앗재까지를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관믐봉도 포함하고 있어 기대가 컸다. 결정적으로 대간 산행에서 접속 구간이라 부르는, 탐방센터에서 문장대까지 구간이 빠져 있다. 그런데, 산행을 5일 남겨두고 안내산악회에서 신청자가 저조하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산행을 1월로 연기하는 바람에 백두대간 연결 산행 전체 일정이 꼬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두대간 연결 산행은 2022년 내에 종료하고, 2023년에는 다른 산행에 집중할 예정이었는데, 전체적으로 산행 계획이 망가졌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이벤트성 산행인 속리산 종주는 취소하고, 비록 들머리, 날머리 모두 접속 구간이 있으나, 다른 대안이 없어, 정기 산행이랄 수 있는 대간 종주 팀의 백두대간 산행으로 눈을 돌렸다. 안내산악회의 9주 산행 계획을 통해 토요일 백두 대간을 달리는 기수와 일요일 달리는 기수, 각각 11월 26일 토요일과 27일 일요일, 백두대간 연결에 필요한 최단 구간인 '문장대~피앗재' 산행을 신청 받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속리산 종주라는 더 좋은 선택지가 있어 무시했었다. 그런데, 3월 5일 피앗재~화령재 연결 산행 당시 피앗재까지 올라가는 접속 구간에서 학을 뗐는데[산행기], 이번에는 내려가는 산행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당연히 그 날짜에는 다른 산행을 신청하고. 그런데 상황이 바뀌어 토요일, 일요일 둘 중 어느 날짜를 신청할지 각 산행의 상황을 보니, 토·일 모두 이미 정원을 채우고 대기자까지 있는 상태라, 양쪽 모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신청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그나마 대기자가 적었던 토요 산행에 먼저 자리가 비어, 일요 산행 대기자 명단에서 이름을 내렸다. 그런데, 이후에도 신청자가 폭증해 두 산행 다 28인 정원 버스에서 36인승으로 차를 바꿔 대기자를 수용했다. 그래서 내가 이 산악회를 좋아한다. 와중에 일요 산행 버스의 괜찮은 위치에 빈자리 생겨, 산행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바꿨다. 그리고 좀 있으니, 이번에는 반대로 취소자가 속출해 먼저 토요 산행이 36인승에서 28인승으로 돌아갔고, 일요 산행도 28인승으로 충분한 상태라 다시 돌아갈 분위기다. 문제는 자리 때문에 날짜를 바꿨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더 나쁜 자리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는 거!
11월 정기 산행은 한파 때문에 첫 주 토요일 지리산 반야봉 단풍산행을 대체한 고흥 천등산행이라 생각해, 부담 없이 정기산행 일인 4주 차 토요일에 대간 산행을 신청했는데, 다른 친구들의 생각이 달라, 대간 산행을 내년으로 연기할까도 고려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연기하다가는 영원히 백두대간 종주만 하고 있을 거 같아, 좀 무리가 되더라도, 토·일 연이어 산행하기로 했다. 토요일 정기산행은 양주의 불곡산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틀 연속 산행하기로 한 결정에 한몫했다. 부담 없는 정기산행은 먹거리도 안 들고 갈 예정이고, 일요일 속리산행은 평소 산행과 같이 준비한다. 다만, 날머리에 산장이 있는 건 아는데, 식당이 아닌 민박이라 하산주를 마실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산행 페이스를 어떻게 할지는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버스 변경에 관한 글을 쓰고, 3시간 반 정도 후에 신청자 추이를 보기 위해 안내산악회 산행 신청 페이지에 들어가 상황을 확인했다. 그동안 2명이 더 취소해 전체 신청자가 26명으로 줄어, 예상대로 버스가 36인승에서 28인승으로 원위치했다. 주요 산행이 공지되면 우르르 몰려와 대기자 폭주로 버스의 종류를 바꿔놓고, 막상 산행 며칠 전에 취소하는 등산객 덕분에, 이번에는 버스만 28에서 36으로, 다시 36에서 28로 되돌아갔지만, 산행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도 몇 번 겪고 나니, 신청자 중 상습적인 취소 ID가 몇 보이면, 염두에 두고 있던 다른 산행지를 Plan B로 해서 양쪽의 신청자 추이를 주시하는 게 습관이 됐다. 양쪽에 신경 쓰려니 아주 피곤하나, 목표한 천고지, 백두대간 종주가 끝나면, 이 짓도 끝이다! 그리고 산행 전 늘 확인하는 산악날씨에 의하면 토요일 오전부터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수도권 산은 체감온도가 영하 5~6을 오르내린다는 예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속리산은 비록 영상 10도 이하이나, 영상을 유지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라는 예보라, 속리산에서 제대로 된 절경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애초 토요일 정기산행은 양주의 진산이라는 불곡산에 갈 예정이었으나, 연말이고, 갑작스러운 한파 때문인지, 산행에 참여하겠다는 친구가 적어, 산행지를 남한산으로 변경했다. 불곡산은 많은 친구가 갈 수 있는 시기에 가기로 하고. 해서 토요일 남한산 외성을 따라 3시간 30분가량 환 종주 후, '산성 순두부'에서 하산주 겸 점심을 먹었다[산행기]. 물론 일요일 백두대간을 달려야 해서 2차는 자제하고 집으로 가 다음 날 산행 준비를 했다. 다른 때와 다른 건 없고, 과연 일요일 산행 후 정상적으로 백두대간을 달릴 수 있을지 걱정될 뿐이다. 과거에는 1박 2일 산행도 자주 했는데, 요즘은 연이어 하는 산행에 겁을 먹는 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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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기상해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전날 준비해둔 배낭을 둘러메고 5시 45분에 집을 나서, 5시 49분경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5시 57분 오금행 열차를 타고 영재역에 도착한 시각이 6시 38분이다. 마치 하나로 연결된 사슬같이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가 원하는 시간보다 너무 일찍 양재역에 도착했다. 고로 지금 역 밖으로 나가봐야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는 6시 58분 정도까지 추위에 떠는 거 외에는 할 일이 없어, 이런 경우 승차장 전용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데, 역시 오늘도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불광역 발 6시 12분 열차가 양재역에 도착하는 걸 보고, 역 밖으로 나갔다.
12번 출구로 나가며, 마을버스 정류장 쪽을 보니, 다른 산악회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중에는 비박용인 거 같은 배낭을 둘러멘 등산객도 꽤 있어, 어느 산을 가는 지 궁금했는데, 막 버스 서너 대가 정류장을 향해 들어온다. 해서 버스의 목적지를 보니, 산이 아니라 태안해변길이다. 해안에서 삼겹살 구울 배낭인가? 태안도 국립공원인데, 취사가 가능한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며 보니, 빨간 버스가 속속 들어오는 게 보인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내가 타야 할 버스는 다른 때와 다름없이 제일 마지막에 올 거로 생각해, 사열하듯이 앞에서부터 천천히 버스 목적지를 훑으며, 사당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문장대"라고 쓴 핸드폰을 들고 인솔 대장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응, 벌써?"
양재 출발 예정 시각인 7시 전에 도착한 것도 놀라운데, 그것도 평소보다 3분이나 이른 6시 57분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은 대간꾼을 찾아 양재역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고, 나는 버스를 찾아 사당 방향으로 내려가며, 앞창의 LED를 주시했는데, "문장대~피앗재"라고 표기한 차는 없고, 대신 "대간 5720"이라 표기한 차가 보인다. 혹시나 해서 외교원 앞으로 오며, 산악회 사이트에 들어가 이번에 같이하는 백두대간 종주팀의 기수와 차량 번호를 확인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버스를 지나칠 뻔했다. 57기 20코스란 얘긴데, 이번에 동행하는 종주팀이 57기라, 20이 뭘 의미하는지는 따지지 않고,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 탔다. 물론 20은 문장대~피앗재 구간을 가리키겠지만. 어쨌든 함께 시작해 계속 함께하는 대간꾼이 아닌, 나 같은 메뚜기는 알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57기가 말을 잘 들어 버스가 평소보다 3분이나 일찍 온 건 고마운 일이다.
정작 평소보다 3분 일찍 버스가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했으나, 등산객 한 명이 늦는 바람에 평소와 비슷한 7시 3분에 다음 정차지인 죽전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니, 외교원 앞에 늦게 도착한 게 아니라, 앞창의 목적지 암호를 해석하지 못해서 버스를 못 찾아 헤매고 다닌 거 같다. 그럼 대간꾼이 아니라, 속리산 인증을 위한 인증꾼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죽전에 들러 나머지 승객을 태운 버스는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더니, 어느 순간 국도다. 그러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고속도로가 아니라, 잘 알려진 휴게소가 없지만, 볼일을 위해 어디든 휴게소가 있으면 정차하겠다고 얘기한 후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게 적힌 지도를 내려받으라고 한다. 물론 그 얘기 전에 대간은 특별히 설명할 게 없고, 산악회 사이트에서 지도와 트랙을 내려받으면 된다고 언급했다. 혹시 뭔가 다른 게 있나, 궁금해 사이트에 들어가 지도를 내려받았으나, 역시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러니 따로 설명할 게 없지.
국도를 달리던 버스는 급기야, 비좁기 그지없는 왕복 2차선 지방도를 따라, 논·밭 사이를 지나다가, 볼일이 급한 승객을 위해 주유소에 정차했다. 대략 5분간 주유소 휴게소에서 휴식한 버스가 다시 들머리인 속리산 화북탐방지원센터로 향하더니, 갑자기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휴게소로 들어가 10분간 휴식하니, 아침을 못 먹은 승객은 컵라면으로라도 식사하라고 한다. 그리고 들어간 곳이 아주 익숙한 곳으로, 백두대간 늘재 조금 아래에 있는 '청화산농원 휴게소'로, 들머리인 화북탐방지원센터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다. 이 휴게소는 세 번째 방문으로, 처음은 비취, 봉 감독과 속리산 칠형제봉에 오른 2021년 4월[산행기], 두 번째는 11번째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작은차갓재에서 늘재까지 달린 후 이 휴게소에서 하산주를 마셨다[산행기].
아침을 먹지 못한 승객을 위해 20분 가까이 주어진 휴식이라 버스에서 할 일도 없고, 신선한 공기도 필요해 차에서 내려 볼일을 본 후 내가 여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출발 5분 전에 버스에 타, 출발을 기다렸다. 예정된 시각에 출발한 버스에서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신은 후 끈을 동여매고, 이물질 침입을 막아주는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조금 지난 9시 39분에 차는 20번째 백두대간 연결 산행의 들머리인 속리산 화북탐방지원센터 대형차량 주차장에 도착했다. 화북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하는 산행은 2021년 4월 속리산 칠형제봉에 오를 때가 처음이나, 당시에는 정규 탐방로가 아니라, 성불사와 오송폭포 계곡 사이 능선의 비법정 탐방로로 올라간 거라,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다. 당시 칠형제봉에서 급경사 계단의 정규 탐방로로 문장대로 올라가는 등산객을 보며, 내가 저기를 올라가는 일을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백두대간 종주가 뭔지, 오고야 말았다. 화평동을 들머리로 하는 속리산 종주에 목을 맸던 이유 중 하나가, 이 코스로 문장대에 오르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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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차량 주차장은 소형차량 주차장 밑에 있고, 탐방지원 센터는 소형차량 주차장과 붙어 있다. 고로, 산행 시작은 소형차량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거로 시작해야 하는데, 산행 준비가 끝났음에도 위로 올라가는 대간꾼이 안 보여, 산에서 만나 친해진, 산친구에게 '왜들 안 올라가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가 버스 뒤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는 거다. 깜짝 놀라 버스를 돌아가 보니, 화장실 옆으로 위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따로 있어, 도로로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대형차량 주차장에 처음 와본 자의 실수다. 이번 산행은 2.7km/h 속도 유지와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나마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부연한 설명 중에 접속 포함 총거리가 15km가량, 날머리인 피앗재 산장에서 식사할 수 있으며, 마감 시각은 4시 45분이라는 거다. 애초 하산주는 기대를 안 했으나, 식사를 할 수 있으니, 하산주를 위해 한 시간 이상 확보가 중요해졌다.
화장실 옆 데크 계단으로 소형차량 주차장으로 올라가, 9시 44분에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물론 센터 도착 전에 핸드폰의 등산 앱으로 오늘 올려야 할 고도를 확인했다. 현 위치 해발 고도 397m, 문장대 높이 정확한 건 모르고, 1,000m가 넘는다는 것만 안다. 고로 수직으로 최소 600m 이상 올려야 한다. 600m면 과히 표고차 큰 것도 아니라, 비록 경사가 급하기는 해도 화북탐방지원센터가 문장대로 오르는 최단 코스다. 고로 등산객이 많이 찾는다. 오늘만 해도 우리 버스가 주차장에 들어설 때 등산객을 내려놓고 떠나는 버스가 있었다. 그리고 소형차량 주차장에도 많은 차가 주차 중이다. 화북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왼쪽으로 2021년에 올랐던 칠형제봉을 감상하며 임도로 올라, 9시 49분에 성불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2021년에는 여기서 오송폭포가 있는 계곡으로 들어갔고, 이번에는 오른쪽 정규 등산로로 문장대로 바로 올라간다.
국립공원의 정규 등산로답게 잘 다듬어지기는 했으나, 군데군데 급경사가 반겨 주는 길을 따라, 가끔 왼쪽의 칠형제봉을 사진으로 남기며 올라, 10시 10분에 문장대에서 1.8km, 탐방센터에서 1.5km 거리의 이정표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빠르다. 역시 아무리 경사가 심해도 길 상태가 좋으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힘이 많이 드는 거 같지만, 데크든 뭐든 계단도 일정한 속도 유지를 위해서는 필요하다. 헉헉대며 데크 계단을 오르기도 하며 위로 가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가 나타났다. "쉴 바위"다. 가쁜 숨을 가라앉히고 쉬어가라는 쉼터다. 그리고 거기에는 국립공원 요원 두 명이 비상 의약품 함을 살펴보고 있었다. 쉴 바위는 전망대 역할도 하고 있어, 그 바위로 뛰어올라, 작년에 올랐던 왼쪽의 칠형제봉을 기록으로 남겼으나. 역광이라 결과물이 눈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작년에 내가 여기서 보이는 칠형제봉의 한 바위 봉우리에서 아래를 바라봤는데, 그때도 요원이 여기에 있었으면 무슨 일이 생겼을까 생각하며, ‘쉴 바위’를 떠나 문장대를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해, 10시 26분에 문장대 1.2km 이정표를 지나, 10시 32분에 문장대 1.0km 이정표에 도착했다. 이정표 거리만 두고 보면, 0.2km, 즉 200m 거리를 6분이 걸렸다. 그 이정표를 지나 위로 올라가면서부터는 왼쪽의 칠형제봉이 아니라, 오른쪽의 바위 능선을 사진으로 남겼다. 백두대간인 그 암릉은 2021년 칠형제봉 산행 때 화북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가는 길이었고, 올해 10월에는 백두대간 연결 산행 중 하나로 늘재에서 문장대까지 올라가는 길이라, 감회가 새롭다. 이후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문장대가 보인다. 다 왔다. 그리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괜히 칠형제봉에서 내려다보고 겁먹었다.
문장대가 보이는 곳에서부터는 갑자기 경사가 완만해지며, 마치 낮은 언덕을 오르는 기분이다. 그리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이는데, 의외로 산친구가 그 다리를 건너는 게 보인다. 분명 주차장에서 내가 먼저, 떠났고, 나를 추월한 기억이 없는데, 앞에 있다. 그럼, 쉴 바위에서 전망대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동안 추월했나? 10시 42분 문장대 0.6km 이정표를 통과해, 10시 52분에 문장대 아래 쉼터에 도착했다. 문장대까지 남은 거리는 0.2km, 고로 400m 올라오는데, 10분 정도 걸렸다. 쉽지 않다. 그리고 백두대간 종주만 고려한다면, 이미 세 번이나 다녀온 문장대는 버리고, 바로 천왕봉으로 가면 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문장대는 올라갔다 와야 한다는 생각에 배낭을 벗어, 쉼터 의자 위에 두고 핸드폰과 삼각대만 들고 문장대로 향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만약 문장대를 지나쳤으면, 평생 한이 될 뻔했다.
쉼터를 떠나 문장대를 향해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뭐 이미 아는 사실이라 놀랄 일도 아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할 거 같아 핸드폰을 꺼내 봤다. 문장대다. 네 번째 방문이다. 세 번이면 극락에 간다고 했는데, 네 번 올랐다. 여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관음봉에 오르기 위해와야 한다. 고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다섯 번이 끝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빼고 다섯 번씩 오른 유일한 봉우리가 될 확률이 높다. 물론 수도권 산 빼고. 문장대 아래 정상석 앞에는 인증을 남기는 관광객, 등산객, 대간꾼 만원이라, 와중에 산 친구도. 그 옆의 구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바로 문장대로 향해, 첫 번째 계단 정상의 전망대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3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여기가 극락이다. 저 앞으로 칠형제봉 그 너머로 백두대간 청화산과 조항산, 그리고 바로 아래의 백두대간 암릉, 여기가 이런데 정상은 어떤 절경을 보여줄까 궁금해 주변 사진을 다 찍은 후 철계단을 뛰어올라갔다.
계단을 뛰어올라 정상에 도착해 보니, 늘 빗물이 고여있는 작은 바위 연못 물은 얼었다. 춥긴 춥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할 말을 잃었다. 다들 조용히 사진만 찍느라 정신이 없다. 와중에 남에게 인증을 부탁하면서도 요구 사항이 많은 등산객을 보며, 참 대단한 멘탈의 소유자라 감탄하며 사진을 찍다 보니, 이렇게 찍어서는 안 될 거 같아 핸드폰의 카메라를 파노라마로 맞춰 놓고 찍었다. 360도 어디를 봐도 막힘이 없다. 그리고 산친구가 하산주 마실 때 했던 말처럼, 운해까지 깔려 곳곳에 나의 호이자, 인터넷 별명인 雲峰 또한 절경이다. 360도 모든 걸 사진으로 남기고 하산주를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서둘러 다시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인증 대기 줄이 긴, 신 정상석은 기록을 위해 빈틈을 이용해 사진만 남기고, 구 정상석을 배경으로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문장대에서 할 일을 끝내고, 쉼터로 돌아와 의자에 있던 배낭을 둘러메고 본격적인 속리산 주 능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주 능선은 2018년 4월 흥수와 둘이 달린 이후 4년 만에 다시 달린다. 당시의 기억은 별 어려움이 없는 코스로, 그렇다고 산행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며, 조망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산행기]. 해서 백두대간 연결 산행에서도 문장대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 능선 구간은 코스에서 빼 버릴 방법을 고민했을 정도다. 당연히 이런 구간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빠르게 능선을 따라 천왕봉을 향해 갔다. 물론 하산주를 위한 시간 확보도 중요하고. 11시 9분 문장대 아래 쉼터를 떠나, 천왕봉을 향해 어느 정도 가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응? 뭐지?' 궁금해 등산 앱을 확인하니, '문수봉'이다. 속리산의 다른 봉우리는 몰라도 문수봉은 3번째다.
문수봉 정상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낙엽 진 앙상한 나뭇가지에 가려 보이는 게 제대로 없다. 그러다, 별생각 없이, 뒤를 돌아본,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문장대 주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정상과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등산객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카메라가 핸드폰인 걸 한탄하며, 문수봉에서 10여 미터를 내려가자, 문수봉을 우회하는 익숙한 구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길목에 흥수와 둘이 왔을 때 발견한 식당이 있다. 등산로와 10m도 채 안 떨어졌으나, 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애초 문장대를 떠나며, 11시 30분 전이라 좀 이르기는 하나, 이 식당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다. 일찍 먹고, 일찍 배가 고파져야 하산주가 더 맛있을 거고, 천왕봉까지는 가는 길목에서 이렇게 양지바른 훌륭한 식당 찾기도 쉽지 않다.
식당에 자리 잡고 앉아 다리를 쭉 뻗은 다음 내려놓은 배낭에서 컵라면, 사과, 김치, 뜨거운 물이 든 보온병을 꺼냈다. 이후 조리 준비가 된 컵라면 용기에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붓고, 뜨거운 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보온병에 마른 우엉을 넣어 우엉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컵라면이 뜨거운 물에 부는 동안, 점심 후 달려야 할 주 능선과 그 끝의 천왕봉, 문수봉 바로 아래 청법대 등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기온이 낮아서인지, 다른 때보다 잘 불지 않은 컵라면은 김장을 곁들여 점심으로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속담대로 맛있게 컵라면을 먹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우엉차로 입가심하며, 주변을 다시 감상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여유로운 점심을 마치고, 모든 짐을 다시 배낭에 넣고, 일어나 마지막으로 주위의 절경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주 능선을 바라보니, 청법대 아래에 식당에 도착했을 때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있다. 처음에는 점심 먹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러기에는 등산로 바로 위라,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어차피 저기를 지나야 하는데 그때까지 있다면, 호기심은 해소할 수 있다.
11시 38분 식당과 등산로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성벽을 넘어, 등산로로 들어섰다. 그리고 문수봉 갈림길에 도착해 청법대를 향해 내려가자, 앞으로 칠형제봉과 그 너머 운해 가운데 雲峰이 보인다. 백두대간 위의 한 봉우리 같은데, 저 상태로는 어느 산인지 알 수 없다. 운해 가운데 떠 있는 雲峰들을 감상하며, 주 능선을 따라가는데, 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이번에는 '청법대'다. 이 또한 3번째 방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천왕봉까지는 2번째 방문이다. 물론 등산로는 청법대 위를 통과하는 게 아니라, 그 아래로 우회한다. 우회로를 따라 작은 고개를 돌아서자, 식당에서 봤던 사람들이 있다. 젊은 여성 등산객이 등산화와 양말을 벗은 상태로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뿌리는 파스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국립공원 요원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고, 그 들과 조금 떨어진 구석에 다친 여성의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가 멀뚱히 서 있다. 그 장면을 기록으로 남길까 하다가, 사생활 침해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조만간 헬기가 오겠구나!' 생각하며 그들을 통과해,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그들을 지나 5분가량 주 능선을 따라 천왕봉 방향으로 가자, 헬기가 다가오는지 프로펠러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아, 헬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숲길 가운데라 비록 낙엽은 졌을망정, 앙상한 나뭇가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움직임을 주시하고 영상도 찍었다. 청법대 근처에서 정지 비행하던 헬기가, 임무를 완수했는지, 내 왼쪽 바로 위로 떠나는 걸 보고, 상황이 종료된 거로 생각해, 다시 길을 재촉해 조금 올라가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신선대'란다! ‘뭔 놈의 고지가 이렇게 많아?’ 투덜거리며,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는데, 다시 뒤에서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커진다. "응? 상황 종료된 게 아니야?" 해서, 다시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 헬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다행인 것은 아까와는 달리 봉우리가 멀지 않은 위치라, 주변이 그나마 트여 있어, 헬기의 움직임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해서 카메라를 동영상 기능으로 놓고 그 모든 장면을 촬영하며 보니, 아까는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들것에 실린 환자가 요원과 같이 들려 올라가는 게 보인다. 그걸 보는 순간, 처음 제자리 비행 때 장비를 내려주고, 방해가 되지 않게 떠났다가, 환자의 준비가 끝나면, 돌아와 들어 올리는 시스템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로 한 장소에 두 번 온다. 그동안 북한산에서 헬기의 움직임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그럼, 북한산에 의외로 사고가 잦다는 얘기다!
상황이 종료되고, 촬영상태를 보기 위해 핸드폰의 영상을 본 순간, 멍해졌다. 정작 중요한 촬영 버튼을 안 눌렀다. 고로 찍힌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멍청히 핸드폰만 하늘 높이 쳐들고 있었다. 치매다! 인제 와서 후회해봐야,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 허탈하게 한번 웃어주고, 아까 등산 앱이 도착했다고 했던, 신선대를 향해 깔딱을 올라갔다. 그리고 신선대 정상 직전에 보이는 구조물에 깜짝 놀랐다. 휴게소다! 지난 10월 4일 백두대간 연결 산행의 하나로, 속리산 늘재에서 문장대까지 달린 후, 법주사로 바로 하산하는 등산로 상에 있던 모든 휴게소가 철거된 걸 보고[산행기], 당연히 다른 휴게소도 철거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그럼 지난 2018년과 달라진 게 뭔지, 차림표를 보니, 같다. 와중에 동동주도 있다. 등산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마련된 너덧 개의 테이블에는 십여 명의 등산객이 감자전 안주로 동동주를 마시거나, 라면, 국수 등으로 한 끼를 때우고 있다. 2018년 당시 산행 후 속리산에 관해 한마디로 정의한 게 '500mL 생수 하나와 두둑한 지갑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산행'이라고 했는데, 변함이 없다. 이런 줄 알았으면, 당연히 얇지만, 믿을 만한 지갑만 들고 왔지!
신선대 휴게소에서 천왕봉까지의 거리는 2.3km, 현재 시각 11시 59분. 피앗재 산장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8km. 한 시간 반 이상의 하산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시까지는 피앗재 산장에 도착해야 한다. 고로 주어진 시간은 3시간으로, 신선대에서 천왕봉까지는 별거 아니나, 천왕봉에서 피앗재까지가 미지수다. 이게 당시 내가 했던 계산이다. 결과적으로 틀렸다! 신선대를 떠나, 12시 2분에 법주사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12시 4분에 주 능선 위의 바위 전망대를 만났다. 당연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전망대로 올라가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감상을 끝내고, 다시 길을 재촉해 5분 정도 달리자, 또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이건 또 어딘지 궁금해 확인해 보니, '입석대'다! 기립한 바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맞은편에서 오던 두 승려가 핸드폰의 지도를 보며, 모르는 사이에 입석대를 지나친 것에 관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그 입석대다. 그런데 기립한 바위가 어떤 건지 구분이 안 된다. 이러니, 두 승려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지!
뭐가 입석대인지 모르고, 지나쳐, 12시 13분에 천왕봉 1.5km 이정표를 지났다. 800m를 오는데, 14분이 걸렸다. 기대한 정도의 속도다. 이정표를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자, 바위 전망대다. 이번은 앞선 바위보다 높고, 오르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지나칠 수 없어, 기어 올라가 정상에 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동쪽으로는 백두대간 특히 청화산과 조항산의 산세가, 북으로는 문장대의 전경이, 서로는 이름 모를 능선이, 남으로는 속리산의 상봉인 천왕봉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절경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청법대에서 점심을 먹고 오던 산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는다. 물론 나도 산친구의 사진을 찍고, 내려와 천왕봉으로 향하는데, 또 전망대다. 다른 전경은 다 같은데, 관음봉, 묘봉 능선만 다른 거 같아 사진으로 남기고 목적지로 향했다.
전망대를 떠나, 7분가량 전진하니,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또?" 어딘지 궁금해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하니, '비로봉'이다. 비로봉 하면, 치악산, 소백산인데, 속리산에도 있었다. 그런데, 천왕봉 직전의 이 비로봉은 바위 봉우리로 쉽게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올라가는 등산로도 안 보인다. 해서 비로봉을 우회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 모든 게 2018년 한번 경험했는데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거대 바위를 넘지 못해 우회하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자, 서너 개의 바위가 만든 문이 나타났다. 그 문을 통과하며 ‘통천문(通天門)도 있구나!’ 했는데, 공식 명칭은 '석문(石門)'이다. 지리산은 천왕봉 직전의 돌문을 통천문이 부른다. 상봉 이름도 지리산과 같은데, 돌문도 지리산과 같이 통천문이라 부르지, 재미없게 석문이다. 지리산과 달리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석문을 통과하자, 천왕봉 0.9km 이정표가 나타났다. 600m를 오느라, 22분이 걸렸다. 점점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이정표에서 다시 5분가량 가자, 호환(虎患)의 상징인 호식총(虎食塚)인지, 그저 등산객이 하나씩 쌓은 돌탑인지 모를 돌무더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돌무더기 뒤로 산꾼이 길을 찾아간다. 희미하게 등산로도 보이는데, 이정표가 없는 거로 봐서, 정규 등산로는 아다. 그 돌무더기를 지나, 100여 미터를 가자, 법주사 갈림길 이정표다. 천왕봉까지 남은 거리는 0.6km, 현재 시각 12시 42분! 문장대를 떠나며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천왕봉에 도착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 상태라면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 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천왕봉 도착 목표 시각을 1시 이전으로 잡고, 본격적인 깔딱을 헉헉대며 올랐다. 600m에 불과한 거리라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는데, 별거다. 중간에 장각폭포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에 있는 헬기장에는 많은 등산객이 판을 벌여 점심을 먹고 있고, 12시 54분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려 확인해 보니, 천왕봉이다. 아직 도착은 하지 않았으나, 멀지 않았다는 신호라, 다 왔다며 기쁜 마음으로 뛰어올라갔는데, 아니다! 천왕봉은 더 가야 했다.
천왕봉이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한숨을 넘어 분노가 솟구쳤다. 화내봐야 도움될 게 아무것도 없어, 진정시키고 주위를 둘러보니, 바위 전망대에 올라 있던 나를 찍어주고 먼저 출발한, 산 친구가 저 앞 천왕봉에 서 있는 게 보여 일단 한 장 찍었다. 그러자, 주위를 둘러보던 산친구도 나를 발견하고, 핸드폰을 들이댄다. 그렇게 서로의 사진을 찍었다. 백두대간 연결 산행 후 하산주를 마시다가 통성명한 이후 둘의 산행 성격이 비슷해서인지, 대간이 아닌 다른 산행지에서도 만나며, 친해진 사이인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자의 페이스로 달리다 보니, 이렇게 중요한 지점에서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는 경우도 생긴다. 서로의 사진을 찍을 만큼 찍고, 1시 전에 천왕봉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러 암봉을 떠났다.
암봉을 떠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동영상을 찍으며 천왕봉으로 향해, 목표한 1시보다 2분 빠른 12시 58분에 속리산 상봉, 천왕봉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십여 명의 등산객, 대간꾼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고, 이미 모든 걸 마친 산친구는 피앗재로 떠나고 없다. 일단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긴 후 막 도착한 등산객과 정상석을 배경으로 서로의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건 파노라마로 찍어야 하는 장면이나, 핸드폰 카메라가 좋지 않아, 파노라마는 포기하고, 360도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물론, 그렇다고 사진을 안 찍은 건 아니다. 먼저 내년에 오를 예정인 묘봉, 관음봉 능선을, 그리고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이어서 청화산과 조항산으로 북진하는 백두대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천왕봉에서 문장대까지의 주 능선을 바라보고 있으니, 설악산의 공룡이 떠올랐다. 속리산의 공룡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끝으로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 능선과 올해 3월 5일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올랐던[산행기], 형제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사진으로 남겼다.
천왕봉을 떠나 피앗재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기 전 뜨거운 우엉차를 마시며, 결의를 다진 후, 백두대간답게 한강, 금강, 낙동강 분수령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지도와 형제봉까지 7.1km라는 이정표를 마지막으로 사진으로 남겼다. 현재 시각 1시 6분. 1시간 반의 하산주 시간을 확보하려면 피앗재 산장에 최소 3시 15분에 도착해야 하고, 그러려면 2시간 10분 만에 대략 7km를 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시간당 3.5km다. 가능할까? 나 자신도 궁금하다. 문장대를 떠날 때, 천왕봉까지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게 패착이다. 속리산의 공룡이라 불려도 시비 걸 사람이 없어 보이는 능선을 너무 무시했다. 왜? 2018년 당시에는 별거 아닌 거로 느껴졌을까? 할 수 있든 없든 일단, 3시까지 산장 도착을 목표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내려가는 구간이 급경사라 시간을 단축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천왕봉을 떠나는 순간, 보이는 거라곤, 일반적인 백두대간의 모습이라, 감상할 것도 찍을 것도 없어, 가끔 뒤로 돌아 천왕봉의 모습을 감상할 뿐이다. 그것도 앙상한 나뭇가지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역시 백두대간, 아니 한국 산은 끝나야 끝난 거라는 걸 천왕봉, 피앗재 구간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작은 기복이 계속 이어져, 달리기 쉽지 않고, 가끔 높은 봉우리를 만나 오를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와중에 좀 높은 봉우리에 오르면, 앞으로 가야 할 능선을 바라보며, 능선의 봉우리 중 형제봉을 가늠해 보고, 그 형제봉을 기준으로 피앗재의 위치를 확인해 가야 할 거리와 능선의 기복을 파악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달라질 건 없으나, 체력 안배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게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려, 1시 36분에 피앗재에서 3.5km 거리의 이정표에 도착했다. 분명 여기도 속리산 국립공원 내이나, 등산객이나, 관광객이 찾지 않는 지역이라, 이정표가 국립공원에서 만든 게 아니다. 지자체가? 대간꾼이? 어쨌든 현재 시각과 남은 거리, 천왕봉까지의 거리로 계산해 보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이나, 목표를 변경하지 않고 계속 갔다.
그러다가, 암봉에서 쉬고 있는 산친구를 만났다. 뭐하냐고 물어보니, 앞으로 조망이 없을 거 같아,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중이란다. 산꾼이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 굳이 멈춰서 감상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라, 산친구를 뒤로하고 계속 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천왕봉의 제대로 된 뒷모습이 보인다. 당연히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전진해 작은 봉우리에 오르자, 이 구간에서는 가장 높아 보이는 봉우리가 버티고 있는 게 보인다. 느낌상 형제봉이다. 피앗재는 그 1.5km 전 고개라, 형제봉 직전 뚝 떨어지는 곳일 확률이 높다. 그 고개까지 멀어 보이지 않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부활한 상태로 다시 출발했다. 와중에 폐쇄 산악회로 보이는 20여 명의 대간꾼을 추월하기도 하며, 2시 36분에 피앗재 0.5km 표지가 달린 나무를 통과했다. 이 페이스라면 3시 15분까지 하산주가 기다리는 피앗재 산장에 도착할 수 있다. 다만, 지난 3월 피앗재 산장이 있는 만수동에서 피앗재까지 올라가는 동안 체력 소모가 극심해 다시는 피앗재로 올라가는 산행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목표 달성에 어떤 변수가 될지 예측이 안 된다.
피앗재까지 남은 거리 500m라는, 누군가 만들어 나무에 매단, 팻말을 보는 순간 없던 힘도 솟아나, 힘차게 마지막 깔딱으로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섰다. 그러자, 아래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 봉우리에 오르기 전에도 희미하게 말소리가 들렸는데, 정상에 올라서자 크게 들린다. 그리고 한두 명이 아니다. 신이 나서 아래로 내려가며 보니, 거의 20명에 가까운 대간꾼이 피앗재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다. 피앗재 이정표가 까만 소, 백두대간 인증처라, 당연한 모습이다. 많은 인원에 놀라, 소속이 어딘지 궁금해 배낭에 달린 리본을 보니, 여기 오는 중에 꽤 많이 추월했던 대간꾼과 같은 팀이다. 도대체 몇 명이나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걸까? 오늘 본 대간꾼만 대충 계산해도 40명이 넘는다. 그리고 분위기로 보아하니, 이 사람들 피앗재가 아니라 갈령까지 달릴 기세다. 시간은 충분하다.
까만 소 인증 따위에는 관심 없는 인간이라, 대간꾼이 바뀌는 빈틈을 이용해 이정표만 기록으로 남겼다. 백두대간 연결은 이거로 끝났고, 이제는 백두대간이 아니라 접속구간이라 부르는 '피앗재 산장'이 있는 만수동까지 1km를 3시 10분 전까지 내려가면 목표 달성이다. 해서 하산 길의 난이도를 파악하기 위해, 피앗재의 고도를 확인했다. 국립공원에서 세운 말뚝 이정표는 614m다. 등산 앱은 625m로, 11m 높으나, 대략 오차가 20~30m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11m면 대단히 양호하다. 어쨌든 등산 앱 기준 화북탐방지원센터의 고도가 397m였으니, 만수리가 비슷한 고도라면, 230m 정도만 내려가면 된다. 거꾸로 얘기하면 230m만 올라오면 된다. 그런데, 올해 3월 등산은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미스터리다. 어쨌든 2시 42분에 대간꾼이 아니면 오를 일이 없어, 길도 잘 보이지 않아,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만수동으로 향하는데, 놀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고, 어려운 구간도 없다. 무언가 앞뒤가 안 맞아 이 글을 쓰며, 당시의 산행기를 읽어봤다. 등산 앱이 말썽이라, 정보가 부족해 불편하다는 거 외에 특별히 힘들어하는 내용은 없다. 고로 당시에는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이후에 메모리 오동작으로 완전 다른 내용의 기록이 저장됐다. 다른 산행도 비슷한 오동작이 있을 거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편하기 그지없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 농업용수인지, 식수인지 모를 거대한 물통 두 개가 있는 임도에 도착한 시각이 2시 54분이다. 비록 임도에 도착했으나, 마을까지 거리를 알 수 없어, 3시 10분까지 산장 도착이라는 목표 달성은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프리카 돼지 열병' 확산 방지용 소독 발판에서 등산화 바닥을 소독하기도 하며,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3시 정각에 포장된 임도에 도착해, 20초 정도 가자, 저 아래로 마을과 그 가운데 주차해 있는 빨간 버스가 보인다. 목표보다 일찍 도착했다. 아직 산장에 도착한 건 아니나, 무슨 짓을 해도 목표 시각인 3시 10분 전 도착이 확실해 유유자적 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피앗재 산장으로 보이는 집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걸 보자, 인솔 대장 얘기대로 하산주를 마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연기가 나는 집은 피앗재 산장이 아니라, 담을 사이에 둔 민박집이고, 피앗재 산장은 조용하다. 어쨌든 20번째 백두대간 연결 산행인 문장대, 피앗재 구간 산행은 3시 5분에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만수동 마을회관에 도착하는 거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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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민박이나, 간단한 음식은 팔 수도 있어, 그 집을 기웃거려봤으나, 불을 피운 건 민박에 놀러 온 가족이라, 더 볼 것도 없어, 담을 사이에 두고 있는 피앗재 산장으로 갔다. 산악회 버스가 주차해 있는 날머리에 도착했으니, 배낭을 비롯 짐을 푸는 게 먼저지만, 1시간 반이나 일찍 내려온 이유가 하산주 때문인데, 그게 없으면, 돌아버릴 거 같아, 일단 하산주를 마실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해서 산장 마당으로 들어가니, 나보다 조금 앞선 두 대간꾼이 짐을 풀고 있어, 하산주가 가능한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산장이라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물론 그들은 나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주인과 나눈 대화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돌아버리는 순간이다. 그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주인장이 전기 포트와 커피 믹스를 들고나와, 끓여 마시란다. 산행 전 대간꾼의 산행기에서 산장에 관해 본 게 있어 놀랍지는 않았으나, 하산주가 없다는 것에 실망하고 있는데, 앞선 두 사람이 주인장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 얻어낸 게 라면은 끓여 줄 수 있고, 주인장이 마시려고 쌓아둔 소주도 줄 수 있다는 거다. 이게 하산주지 뭘 더 원할까?
와중에 막걸리가 필요하면 내가 마시던 거 나눠마시자며 주인장이 들고나온 막걸리 한잔, 따라 마시며, 두 대간꾼과 주인장의 얘기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러다, 라면과 소주로 결론이 나는 걸 보고, 자리를 잡기 위해 버스를 바라보며, 마당 한쪽 구석의 평상에 배낭을 비롯 짐을 내려놓고 있는데, 이제 막 도착한 산친구가 눈에 띄어, 그를 불러, '소주에 라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이럴 줄 알고 싸 온 게 있으니, 같이 하자고 해, 마을회관 옆에 쌓아둔, 의자 일체형 식탁을 내려, 그가 가져온 먹거리로 판을 벌였다. 그런데, 그 먹거리가 상상을 초월한다. 디팩에 핫팻을 깔고 거기에 갓 꺼낸 수육과 보온 밥통, 국통을 넣고, 그 위에 다시 핫팩을 깔아, 아직도 따뜻한 수육과 다른 팩에 들어 있던 김장 김치, 보온 밥통의 밥과 순두부찌개! 그리고 처음처럼과 맥주! 덤으로 컵라면까지!
술과 안주가 부족하면, 산장에서 라면과 소주를 들고 오면 되니, 최고의 메뉴로 하산주를 산친구와 같이 마셨다. 그렇게 마시고 있는데, 우리가 벌여놓은 판 옆으로 백두대간 종주 57기 핵심 인원이 자리를 잡고, 버너 두 개에 라면을 끓이고, 고기를 굽는 등 정신이 없다. 산친구가 들고 온 처음처럼을 다 마시고 나자, 딱히 술이 더 당기지 않아, 남은 김장 김치를 고기 굽는 팀에게 넘겨주고 자리를 정리한 후, 볼일을 보고, 버스에 탔다. 하산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산 얘기를 하다가, 이번에 같이 온, 이 안내산악회 초행 등산객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산친구와 인솔 대장 모두 그 등산객은 시간 안에 못 내려오니,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거기에 인솔 대장은 요즘 회사에서 시간 지키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온다는 얘기까지.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 당사자는 마감 5분 전에 도착했고, 정작 대간꾼 두 명이 라면 먹느라 3분 정도 늦어, 공지보다 3분 늦은 4시 48분경 버스는, 속리산 피앗재 아랫마을 만수동을 떠나, 5시 41분에 ‘문의 청남대 휴게소’에서 10분간 휴식했다. 그리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린 버스는 7시 21분에 아침에 떠났던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백두대간 문장대~피앗재 산행을 최종 종료했다.
백두대간 종주팀 계획대로 '화북탐방지원센터 -(접속)→ 문장대 → 문수봉 → 청법대 → 신선대 → 입석대 → 비로봉 → 석문 → 천왕봉 갈림길 → 천왕봉 → 피앗재 -(접속)→ 피앗재 산장'의 접속 거리 4.2km 포함, 14.61km(트랭글) 구간을 5시간 29분 동안 달렸다. 이동 5시간 19분, 휴식 10분!
예보대로 화창한 날씨는 4번째 속리산에 오른 산꾼에게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절경을 선사했다.
절경도 절경이지만, 헬리콥터로 환자를 이송하는 장면에서부터 산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걸 볼 수 있었던 산행이다.
다양한 이유로 네 번째 문장대에 올라서야, 속리산의 속살과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게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그 극락인가? 3대가 덕을 쌓아야 불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이 부럽지 않은 절경이다.
이번 산행으로 백두대간 추풍령에서 버리미기재까지 끊김없이 잇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