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시대를 앞두고 한국의 중심국진입을 예축하는 ‘21세기 詩經’
동양은 예부터 시(詩)의 문화권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흥어시(興於詩), 입어예(立於禮) 성어락(成於樂)”이라고 했다. 옛 선비들은 시를 못 지으면 선비 축에 들지 못했다. 이에 비해 서양은 철학의 문화권이다.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이어 오늘날도 이름난 철학자들이 즐비하다. 서양에서는 훌륭한 학자가 되려면 철학적 바탕이 탄탄하지 않으면 안 된다.
21세기는 특별하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문화는 오늘날 창조적으로 융합된 지 오래다. 서양의 철학과 과학이 동양에서도 일상화되었다. 물론 서양에도 훌륭한 시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섹스피어, 보들레르, 랭보, 괴테, 실러, 푸시킨 등을 알고 있다. 요컨대 시와 철학과 과학이 인간의 생활 속에서 창조적으로 융합되면서 인류의 문화를 보다 풍부하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시인으로서 철학을 만년에 하기 시작한 필자는 동양의 시적 전통에 따라 시적 정서를 표출하면서도 철학적 단상을 시적으로 정리하는 이중적 몸짓의 기회를 가지는 행운을 누렸다. 복잡다단하고 어려운 철학도 압축된 시적 문장으로 정리를 함으로써 어려운 철학을 쉽게 전달할 뿐 아니라 동시에 공자의 ‘후생가외(後生可畏)’를 오늘날 실천하고 싶다.
플라톤은 자신도 시인이지만 시인을 싫어했다. 시인은 철학자처럼 엄정한 의미의 언어, 즉 개념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상징과 은유를 통해서 다의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영향으로 시와 철학은 서로 다른 영역인 것처럼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니체를 비롯해서 현대철학자들은 철학도 은유라고 주장한다. 의미의 발생이 실은 은유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유란 한 사물을 다른 사물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관점이란 바로 해석을 의미하고, 철학도 해석이기 때문에 그 이면에는 은유를 숨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철학적 개념을 발생학적으로 보면 개념적 은유(conceptual metaphor)에서 은유가 떨어져나가고 개념이 남은 것이다.
이 책, ‘21세기 詩經’은 시와 철학이 본래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오늘에 다시 하나로 소통하면서, 즉 서로에게 침투하고, 상즉상입(相卽相入)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강화시켜주는 것을 의도했다고 할 수 있다. 시를 통해 자연스럽게 철학이 스며들어 이해하게 되고, 반대로 철학을 통해서 시적 응축(凝縮)을 맛보는 이중의 효과를 노린 책이다.
동양의 최고 경전인 시경(詩經)이 세상에 드러난 지 수천 년이 지났다. 21세기는 춘추시대, 시경을 즐겨 외우던 시대와는 사람들의 심정(心情)과 물정(物情)이 참으로 달라졌다. 그래서 문득 지난 10년간 시들과 철학단상을 묶어 ‘21세기 시경’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동양의 시경(詩經)은 경전 중에서도 가장 으뜸경전이다. 그래서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이라고 순서를 매긴다. 시경은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노래한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도 가장 생명력이 길다.
‘시경’ 305편은 풍(風), 아(雅), 송(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풍’은 국풍(國風)이라고도 하며 여러 제후국에서 채집된 민요, 민가를 말한다. 사랑과 이별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가장 대중가요에 가까운 것이다.
‘아’는 대아(大雅)와 소아(小雅)로 나누어진다. 궁궐에서 연주되는 곡조에 붙인 가사로 귀족풍을 띠고 있다. 말하자면 귀족들의 노래이다.
송은 종묘의 제사에 쓰이던 악가(樂歌)로, 주송(周頌), 노송(魯頌), 상송(商頌)이 있다. 말하자면 왕과 왕조를 찬양하는 노래이다.
옛 시경이 풍(風), 아(雅), 송(頌)으로 나누어졌다면 ‘21세기 시경’은 시와 철학과 아포리즘으로 나누어있다. 오늘날 귀족이나 왕조를 찬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보다 본질적으로 시와 철학과 아포리즘이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흔히 동양에서는 시삼백(詩三百)이라고 말한다. ‘21세기 시경’은 시를 정리하다보니 600편이 되었다. 동서양의 문화와 문명, 종교와 철학,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다 보니 시육백(詩六百)이 된 셈이다.
아마도 어떤 독자가 이 시집의 시를 죄다 읽고, 음미하고 음미한 끝에 궁극적으로 의미에 관통하게 된다면 동서양의 시와 철학, 그리고 인간과 문명에 대해 동시에 통달하게 된 행운을 얻게 될지도 모를 것이다.
‘21세기 시경’은 분명히 인류의 새로운 시대, 후천개벽의 시대, 신기원의 시대를 위한 시적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하하하하하하하! 훌륭합니다.
어떻게 600편의 철학 시를 발간하셨는지요?
오직 감탄 또 감탄입니다.
이 <21세기 詩經>이 우리 덕화만발 가족 뿐만 아니라
온 인류의 詩經이 되기를 祝願드립니다.
참으로 수고 하셨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