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거창 북부농협 가공사업소 박연규 소장(오른쪽)과 최병윤 주임이 벌꿀 등 가공제품들을 보여 주고 있다.
경남 거창 북부농협(조합장 이종국)의 박연규 가공사업소장은 1996년 농협에서 처음으로 ‘벌꿀 품질인증’ 제도를 도입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1992년부터 벌꿀 가공을 시작했는데, 불량벌꿀들이 시중에 나돌아 정직하게 생산한 제품들마저 애꿎은 피해를 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마침 농협중앙회와 농협대 가공기술연구소(현재는 농협식품안전연구원이 담당) 관계자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 함께 품질검사 항목과 검사방법 등 매뉴얼을 개발하고 ‘농협 품질인증 벌꿀’을 탄생시켰다. 벌꿀의 색과 향기·단맛·농도·수분 함량 등 모두 14개 항목을 꼼꼼히 전수 검사해 품질인증 마크를 부착한다.
이제는 하나로마트 등 농협 판매장에서는 품질인증을 받은 벌꿀만 판매하는 등 이름값이 높아져, 전국의 16개 농협이 참여하고 있다.
수매한 원료 꿀은 40℃ 저온 고압으로 농축해 수분을 제거하고 여과기에서 불순물을 거른 다음 병에 담는다. 흔히 다른 개인사업자들은 높은 온도로 꿀을 끓여 수분을 날려 버리는데 그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하고 있다.
생산되는 벌꿀의 80%가량은 아카시아꿀이고 나머지는 밤꿀과 잡화꿀이다. 브랜드는 〈하성꿀〉과 〈선유꿀〉을 같이 사용하는데, 〈선유꿀〉은 농협 공동브랜드이며 〈하성꿀〉은 예전부터 사용해 온 지역 고유 브랜드다. 한해 매출은 약 30억원 수준으로, 주로 농협 계통매장과 홈플러스 등에 납품하고 일부는 통신판매로 나가고 있다.
최병윤 가공사업소 주임은 “농협이 벌꿀 가공사업을 하게 되면서 일시에 출하가 몰리던 것을 분산시켜 장기 유통이 가능해졌고, 농가 개인판매를 돕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전체 지역 벌꿀 생산량의 10% 정도만 농협이 수매해 판매하고 나머지는 농가들이 개별 판매하는데 〈농협 품질인증 하성벌꿀〉의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개인이 판매하는 〈하성벌꿀〉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다는 것이다.
4년 전부터는 양봉 부산물인 프로폴리스를 이용한 치약상품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거창군과 경상대가 공동연구해 만든 제품인데 항균·입냄새 제거·잇몸질환 예방 등 뛰어난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우유협동조합에 사은품으로 납품했으며, 올해는 일본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또 프로폴리스의 기능성을 살려 캔디와 비누·샴푸 등의 제품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설에는 오색 떡국떡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다른 업체 제품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떡뿐만 아니라 떡국 육수까지 포함된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따로 육수를 만들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는 것이다.
박연규 소장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을 계속 출시해야 한다”며 “작은 규모의 지역농협이 새 제품을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지원이 좀더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55-944-9900.
거창=윤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