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좌파와 우파간에 치열한 이념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이 전쟁에서 우파가 승리하려면 지피지기가 첫걸음이 되어야 합니다. 좌파의 용어전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지피’의 핵심입니다. 좌파의 기본전략은 통일전선전략과 진지전전략이며 실행전술은 용어전술입니다. 좌파의 용어전술 몇가지를 검토하겠습니다.
1. 진보좌파와 보수우파
좌파를 진보라 하고 우파를 보수라 하는 것은 좌파의 용어전술 중 핵심사항입니다. 언론이 그렇게 구분짓고 있고 우파인사 대부분이 그것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것을 깨뜨리는 것이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언어 그 자체만 보면 진보는 ‘나아가는 것’이고 보수는 ‘지키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학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자들은 무의식중에 진보를 좋은 것으로 받아 들입니다. 한국 국민 대다수는 제대로 학습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의 품격’이니 ‘보수의 향기’니 하면서 아무리 보수를 좋은 것으로 포장하려 하여도 무언가를 ‘지킨다’는 기본은 변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수를 긍정적으로 정의하는 대부분의 논의들은 ‘자유’와 ‘개혁’을 논하고 있습니다. 그 두가지 개념은 ‘지킨다’는 보수 원래의 의미와 상충되는 개념들입니다.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설명이므로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논의들입니다.
먼저 좌파가 왜 그들 스스로 진보라고 하는지를 알아야 이 논의에 대한 해답을 낼 수 있습니다. 좌파가 스스로 진보라고 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역사발전5단계설에서 나왔습니다. 역사는 원시공산사회, 고대노예사회, 중세봉건사회, 근대자본주의사회, 마지막으로 공산사회로 발전한다는 것이 역사발전5단계설이며 그것이 마르크스가 1848년에 펴낸 ‘공산당선언’이라는 팜플렛의 핵심사항입니다.
각 사회의 구성원은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에 따라 계급으로 나누어지며 계급간 모순의 양적 축적과 질적 변화에 따라 다음 단계로 발전해 간다는 것으로서 그것은 변할 수 없는 역사의 법칙이고 과학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보라는 것입니다.
현사회는 자본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사회이므로 자본가와 무자본가 간의 모순의 발전에 따라 공산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역사의 필연적인 법칙이고, 그것을 깨닫고 역사발전을 위한 투쟁의 맨앞에서 그것을 이끌어 가는 것이 공산혁명가의 사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전도의 불길로 목숨을 바치는 기독교인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좌파를 진보라 불러 주는 것은 마르크스의 역사발전5단계설이 옳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그 논리는 틀렸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자본을 소유하는 자본가는 자본가간의 경쟁으로 점점 소수화되고 자본을 소유하지 않은 무산가의 대표격인 노동자는 점점 다수화되면서 마침내 노동자의 계급투쟁이 폭발하여 자본가를 타도하는 공산혁명이 성공한다는 것이었는데 역사적 사실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공산혁명이 성공한 곳은 자본주의가 발전한 나라들이 아니라 발전하지 못한 농업국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공산혁명이 최초로 성공한 소련은 그 당시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미국에 비하여 자본주의 발전단계로 보면 초보적 수준이었고 농업이 지배적인 농업국가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의 공산혁명들도 대부분 발달된 자본주의국가에서가 아니라 가난한 농업국가들에서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마르크스의 역사발전5단계설은 틀린 이론이며 도그마로 판명되었습니다. 이제 좌파 스스로도 그것을 신봉하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우파가 그들을 여전히 진보라고 불러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우파를 보수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하여 살펴 보겠습니다. 우파를 보수라 부르는 것은 영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보수주의의 원조라고 하는 에드먼드 버크가 1790년 발간한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이라는 저서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책은 1789년 프랑스에서 발발한 프랑스혁명의 불길이 영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쓰여진 책입니다.
프랑스혁명은 루이16세가 재정파탄을 해결하기 위한 세금부과를 논의하기 위하여 175년만에 소집한 삼부회에서 제3신분인 평민 대표들이 의결권을 머릿수로 하자는 제안을 하자 그것을 루이16세가 탄압하면서 발발하였습니다.
왕정을 폐지하자는 급진파인 자코뱅파가 혁명을 이끌면서 반대파를 단두대로 처형하는 피의 숙청을 감행하였고, 그런 급격한 변화는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게 되고 말 것이므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좋은 가치는 보존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에서 에드먼드 버크는 ‘전통적 가치의 보존’을 내세웠고 그것이 보수주의의 기초가 된 것입니다.
버크가 보존하려 하였던 전통적 가치는 ‘교회’와 ‘왕정’ 두 가지였습니다. 그 당시 영국은 헨리8세에 의하여 창립된 성공회가 국교로 인정되어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고 있었고,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을 거쳐 의회우선의 권력구조를 가진 왕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뒤집어 엎으려는 프랑스혁명의 불길이 옮아오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 우려되었으므로 그것을 막고자 했던 것이 버크의 의도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국의 보수주의는 나름 역사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 사상이 미국으로 옮겨가서 미국에서도 보수주의는 우파정당의 핵심가치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왕정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미국독립을 이루어 내었던 청교도정신과 자유와 천부인권이라는 가치가 미국을 지키는 보수적 가치가 되었습니다.
그런 서구의 보수주의가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한국의 우파 정치인들도 보수 보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지켜야 할 전통적 가치가 과연 무엇인가요? 한국의 우파 정치인들과 우파 인사들이 보수라 하면서 지켜야 할 가치로 내세우는 것은 대부분 자유와 개혁입니다. 그런데 자유와 개혁이 한국의 전통적 가치라 할 수 있는가요? 그것이 한국인의 심성에 뿌리박혀 있는 전통인가요?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파인사들이 스스로를 보수라고 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허황된 단어입니다. 외래어를 아무런 생각없이 내뱉는 무지한 발언에 불과합니다.
이제 한국의 우파는 좌파를 진보라 불러 주어서는 아니 되며 스스로를 보수라 불러서도 아니 됩니다. 그러면 우파는 스스로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자유우파라 불러야 합니다.
우파가 스스로를 자유우파라 부르려면 자유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을 거쳐야 합니다. 초기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학습을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좌파에 의하여 새로운 불평등을 야기한 주범으로 이미 프레임씌워져 있습니다. 뉴라이트라는 표현이 그와 맞물려 있습니다. 독립기념관장으로 지명된 김형석이 자신을 뉴라이트라고 공격하자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좌파의 용어전술은 오늘날 이렇게 언론을 주도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하여 우파 정치인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홍준표가 그러한 무지한 우파 정치인의 대표격입니다.
좌파의 용어전술로는 진보와 보수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극우파, 친일파, 일제강점기, 항일무장투쟁, 광복과 독립, 민주주의, 공화주의 등 수많은 용어들이 대중에게 잘못된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이 역사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이념전쟁의 헤게모니를 계속 좌파에게 빼앗기게 될 것입니다. 이미 지고 있습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서는 좌파에게 빼앗긴 용어들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고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입니다.
오늘은 진보와 보수에 대한 말씀만 드리고 다른 용어들에 대하여서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4월 10일에 있었던 총선에서 부산에서 국민의힘이 17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두었는데 그 ‘부산승리의 비밀’을 밝힌 ‘제22대 총선백서’가 2024.8.30. 발간되었습니다. 활자는 13포인트로 크고 자유시민연합의 활동을 컬러사진으로 16매 싣고 있으며 전체 150페이지입니다. 영광도서에서 구할 수 있으며 정가는 만원입니다. 자유시민연합의 지도위원에게는 한권씩 배포하며, 회원(2027년 대선에서 우파후보의 당선에 찬성하고 거주지별 성명을 공개하는 분)에게는 5천원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구입하고자 하는 분은 아래 번호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 글쓴이 : 자유시민연합 대표 최태열. 010-3219-8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