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낮고 일조량도 부족해 꽃이 달렸다가 곧 떨어져 버려요. 그러니 수확할 물량이 적을 수밖에요.”
궂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시설재배 농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달 들어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흐린 날이 잦아 이전보다 난방비를 갑절은 더 쓰고 있지만 농작물 생육이 부진하고 병 발생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밀양에서 4628㎡(1400평) 규모로 시설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손형돈씨(42)는 “최근 눈이 자주 내려 보온덮개를 계속 씌워놓다보니 햇빛을 잘 못봐 고추의 잎이 시들면서 병이 들고 꽃도 노랗게 변해 떨어진다”고 말했다. 손씨는 “보통 열흘에 한번 수확하는데 요즘은 생육이 저조해 보름에 한번 정도만 하다 보니 수량이 지난해의 절반 밖에 안되고, 난방비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 출하를 해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추 수확량 감소는 산지공판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밀양 무안농협 산지공판장에 따르면 올 11월1~12월23일까지 반입된 고추는 모두 48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9t보다 159t이나 적었다. 최해순 무안농협 판매과장은 “반입량 부족으로 고추 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수확을 해봐야 몇 박스 나오지 않는데다 생산비 부담까지 늘어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설과채류의 생육부진 현상은 딸기·토마토·오이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6600㎡(2000평)에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이용범씨(72)는 “예년 이맘때는 660㎡(200평)짜리 하우스 한동에서 사흘에 한번씩 80~100㎏을 수확했는데 올해는 40㎏ 정도밖에 따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온 저하와 궂은 날씨로 광합성이 잘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춥고 흐린 날이 많아 수정벌 활동이 줄어든데다 잿빛곰팡이병 등의 발생이 크게 늘어 내년 생산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의 한 토마토 재배농가도 “잿빛곰팡이병 발생이 예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며 “안 그래도 기온이 낮아 난방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인건비와 자재비까지 더 들어가게 됐다”고 한숨지었다.
이와 관련, 권준국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일조량이 부족하면 지온이 떨어져 언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온관리에 유의하고 물 주는 양은 평소보다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며 “병 예방을 위해선 낮시간에 환기창을 30분 정도 열어 습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밀양=노현숙·논산=김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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