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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감동 홋카이도(北海道)
니세코(ニセコ)신선누마, 다루마에 활화산 힐링워킹
천년 고도 교토처럼 오래된 역사 유적도 없는 홋카이도가 매력적인 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평원과 활화산, 그리고 투명하다 못해 눈부신 호수 등 세월을 짐작하기 힘든 태고의 신비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고 숨 쉬는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는 누구나 마음이 설레기 마련이다. 엄마 품처럼 편안한 홋카이도는 겨울이 오면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 온통 하얀 눈 세상으로 변하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니세코 신선누마(神仙沼)와 다루마에 활화산 트레킹 코스처럼 가을 풍광이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 강렬한 인상은 알프스 산맥이나 로키 산맥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숨겨놓은 보물을 찾은 느낌이다.
일본 최북단의 섬 홋카이도 지명은 원주민인 아이누족 발음을 대부분 살리고 있어 옛 주인의 흔적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삿포로(札幌)는 ‘많다, 넓다’ 라는 뜻이고, 니세코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 이라고 한다. 아이누족은 원래 문자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설이나 체험담, 인생의 교훈 등 모든 것이 이야기로 전해져 내려왔다고 한다. 큰 호수 마을을 의미하는 포로토코탄이란 애칭으로 친숙한 아이누족 민속박물관이 있는 시라오이(白老)는 소고기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시라오이 흑소는 일본의 3대 소고기로 알려진 마쓰자카와 비교해서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홋카이도 중서부에 위치한 니세코(북위 42°52’, 동경140°48’)는 동쪽으로는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일본 100대 명산 요테이산(羊蹄山 1,898m)과 다루마에 활화산 그리고 얼지 않는 호수 시코츠코(支笏湖)가 있고, 북쪽으로는 국정공원으로 지정된 콘부온천(昆布温泉)이 있다. 콘부는 다시마라는 뜻이다. 콘부온천 감로수(甘露水) 약수는 니세코에서 최고로 손꼽히는데 그만큼 때 묻지 않은 청정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적한 숲속에 자리한 니세코 콘부온천 칸노노모리(甘露の森)는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2012 미슐랭가이드 홋카이도에 소개될 만큼 자연친화적인 호텔이다. 피부보습과 탄력에 효과가 있다는 나트륨 탄산수소염 녹차 온천과 향토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도 감칠맛이 난다. 무엇보다 호텔을 둘러싼 나무들이 뿜어내는 상큼한 기운에 이내 정신이 맑아진다. 피톤치드 때문이다. 숲속의 천공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싱그럽다. 숲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감동을 더한다.
자연과 하나 되는 니세코 힐링워킹
니세코에 숨어있는 신선누마의 은밀한 매력을 만나려면 오색온천에서 시작해서 이와오누푸리 유황산과 니토누푸리산을 거쳐 오누마 호수 그리고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오야치를 지나야 한다. 오색온천에서 신선누마에 이르는 6km(약 3시간 30분)의 트레킹 코스는 원시림 숲과 계곡, 그리고 호수와 늪을 만나는 자연과 하나 되는 순수한 길이다. 우선 콘부온천 칸노노모리에서 니세코 파노라마 단풍로드를 따라 올라서서 들머리인 오색온천(五色温泉)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오색온천에서 30분 정도 완만하게 이어지는 이와오누푸리 유황산과 니토누푸리산 둘레길은 말 그대로 유황성분이 많아서 스치는 바람에도 매캐한 유황 향이 짙다. 안개처럼 피어나는 유황이 반겨주는 그 길은 한때는 유황을 채취하기 위해 커다란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유황이 흐르는 계곡 주변은 아직도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과거 번성했던 광산지역의 자취를 따라가는 동안 아스라한 향수도 떠올려지는 시간이 된다.
유황계곡을 지나 오누마(大沼)로 가는 숲길로 들어서면 다소 으스스한 느낌이 들만큼 인적이 드문 원시림이 펼쳐진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산길은 잘 다듬어진 목도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편안하다. 이국적인 풍치를 자랑하는 자작나무와 단풍으로 치장한 숲에서 숨을 고르고 나면 이내 바위길이 이어진다. 너덜지대를 조심조심 내려서면 시야가 트이면서 산허리를 가득 메운 커다란 호수 오누마가 장중한 모습을 드러낸다. 찰랑대는 물결은 바다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 호수라니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마음까지 감싸 안는 넉넉한 호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일상에 찌든 심신이 평온해 지는 듯하다.
느긋하게 오누마를 나서면 호위하듯 늘어선 활엽수가 하늘을 찌를 듯 시원스레 뻗어나가 장관을 이룬 숲이 반긴다. 튼실한 나무들이 빼곡한 숲은 삼림욕을 즐기면서 걷기에 더없이 좋다. 코끝을 스치는 나무 향과 신선한 바람은 숲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어느새 산새가 곱고 야트막해지면서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오야치(大谷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조릿대 사이로 난 목도는 잘 꾸며 놓은 정원처럼 단아해서 꿈길을 걷는 느낌이다.
가지런히 늘어선 조릿대길을 빠져나오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시간이 멈추어 버린 신선누마가 속살을 살포시 드러낸다. 쉼 없이 흘러가던 세월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가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멈추게 된다. 늪을 둘러싼 소나뭇과의 상록 침엽수인 가문비나무와 원시림으로 수면 가득 수놓은 신비스러운 선경이 가슴 가득 채워진다. 느림의 미학이 만들어낸 대자연의 선물인 셈이다. 금빛물결로 출렁이는 습지를 벗 삼아 목도를 걷다보면 정말 신선이 노닐다 간 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든다. 왜 신선누마인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천상의 길 다루마에 활화산 트레킹
바다처럼 넓은 호수 시코츠코를 품고 있는 다루마에 활화산은 화산대에 형성된 호수 주변의 수려한 자연풍광을 즐기면서 걷는 활화산 트레킹이 백미다. 산새가 부드러워서 편안하게 이어지는 다루마에산은 호수와 태평양의 풍광이 줄 곳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주차장 들머리에서 호수를 등에 업고 30분 정도 올라서면 왼쪽 산사면은 태평양의 수평선이 단아하게 펼쳐지고 고개를 돌아보면 은빛물결이 눈부신 시코츠코 호수가 구름처럼 떠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정상을 향한 좁은 길에는 수줍은 듯 피어있는 작은 야생화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길은 능선에 올라서면 거센바람과 함께 산의 표정이 확 달라진다. 새까만 현무암에서 끊임없이 뿌연 연기를 품어내고 있는 다루마에 산정의 역동적인 모습과 만나기 때문이다. 화산분출로 인해 고원지대에서 한 번 더 솟아오른 용암이 제주도의 성산 일출봉을 많이 닮았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다루마에 산정은 하늘과 맞닿은 연기와 저 멀리 병풍처럼 둘러싼 요테이산의 수려한 풍광이 더해져 천상의 세계가 따로 없다. 활화산이 빚어내는 이색적인 풍광이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는 천상의 길이다.
로맨틱한 오타루(小樽) 향기로운 삿포로(札幌)
유럽풍 항구 오타루는 우리에게도 친숙하고 왠지 로맨틱하다.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이와이 순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와 조성모의 ‘가시나무새’ 뮤직비디오 등 촬영지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오타루는 옛날부터 청어잡이로 번창하면서 발전했는데 지금도 당시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시간을 돌려놓은 듯 향수를 더한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석조 창고들과 가스등은 마치 유럽의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석양이 지고 가스등이 켜지면 오타루는 화려한 변신을 한다. 특히 러브레터의 배경이 되었던 눈 덮인 오타루 운하의 밤 풍경은 한 동안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운하 주변은 화려한 색깔의 유리공예품과 오르골의 미니 갤러리 등 볼거리가 많아서 산책하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 거기다 영화 ‘러브레터’에서 이츠키가 근무하던 일본은행 오타루 지점도 있고, 만화 ‘미스터 초밥왕’ 주인공 쇼타의 고향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삿포로. 시간과 계절을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묘한 감동을 더하는 곳이다.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중심이자 오아시스다. 유럽풍의 분수와 다양하고 화려한 꽃들이 만발하고 우거진 숲이 있는 축제의 마당 오도리 공원과 1세기 이상 역사를 간직한 삿포로의 상징 시계탑, 그리고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만든 구 홋카이도 청사도 삿포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구청사가 무슨 관광거리인가 싶겠지만, 메이지 시대의 서양 건축물 중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로 유명한 삿포로 농업학교의 전신인 홋카이도 대학의 포플러 가로수는 덤이다.
사실 삿포로 하면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라면이다. 일본라면 하면 생 라면을 말하는데 삿포로 라면은 일본에서도 별미로 유명하다. 축산업이 발달해서 각종 재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소된장을 기본으로 한 색다른 재료가 눈에 띈다. 버터를 툭 잘라 국물에 넣기도 하고 오동통한 옥수수 알을 한 국자 떠주기도 한다. 버터 못지않게 유명한 치즈도 얹어주는데 생각보다 풍미를 자극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라면 한 그릇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삿포로는 생맥주도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북위 43℃ 부근은 물맛이 좋아서 맥주 맛도 일품인데 독일의 뮌헨, 미국의 밀워키, 그리고 홋카이도의 삿포로가 그렇다. 맑은 물과 고소한 맥아로 빚은 갓 짜낸 알싸한 생맥주 한 모금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구름모자를 쓴 요테이산 전경
보리밭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출하는 요테이산
콘부온천 칸노노모리
숲속에서 온천을 즐기는 칸노노모리 천공노천탕
아이누족 민속박물관 전통춤
별미로 꼽히는 시라오이 소고기
오색온천 들머리. 입구부터 온천내음이 가득하다
오야마 가는 길의 목도가 숲속으로 편안하게 이어진다
오야치 조릿대 길
신선누마의 가을풍경. 정말 신들의 정원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신선누마의 자태가 아련하다
안개가 끼면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코츠코를 품은 다루마에 활화산 오르는 길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즐기며 오르는 맛이 그만이다
연기를 품어내는 다루마에 산정의 용암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을 닮은 활화산이다
화산의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다루마에산. 뒤로 요테이산이 풍광을 더한다
신록의 다루마에산
유럽풍 항구의 낭만적인 오타루. 초밥, 오르골, 영화 러브레터의 무대다
삿포로의 상징 구 홋카이도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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