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됨
“잘 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을 많이 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입을 다물고 욕망의 문을 닫아라. 날카로움을 꺾고 엉킨 것을 풀어라. 빛을 가리고 먼지와 같이 되어라. 이것을 본래의 하나 됨이라 하느니라.”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노자는 화광동진 광이불요((和光同塵 光而不耀)를 이야기합니다. 세상은 제 잘난 맛으로 살아갑니다. 자기 자랑으로 하루 해가 저무는 사람도 많습니다.
철원에 가면 숙취에 좋은 음료수를 만드는 공장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창업주의 박물관이 있지요. 그가 평소에 받은 감사장 및 상패, 각종 선물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품 광고에 자신이 등장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자랑으로 하루가 저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노자는 이야기합니다.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어라. 빛을 갖고 있으되 반짝이지 말아라."
비우고 또 비우라는 말씀입니다. 그리하면 마음이 연못처럼 깊어져 세상을 품어낼 수 있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현동(玄同)이라는 말씀도 있지요.
검은 것은 현묘합니다. (玄妙之道) 아주 한 빨강색이나 아주 진한 파랑색은 검은색으로 수렴합니다. 위에 열거한 색뿐 아니라 색 대부분이 그러하지요. 그 그윽한 깊음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기 자랑을 많이 하는 사람 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은 없습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또한 그러하지요. 정말 귀한 사람은 드러내지 않아도 빛이 나는 사람입니다.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과 같이 해야 할 큰 이유이지요. 가득 차 있으되 겸손한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지위가 높아도 주변과 더불어 하나 되는 사람이 진정 위대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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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퇴직한 동료들 중에, 아직도 명함에 前 교장 이라고 박아 다니는 사람도 있죠. 전관예우를 내세워 학교를 돌며 특강을 하게 해달라고 후배 교육장, 교장을 곤란케 하는 사람도 있고요. 웃기는 건, 자신이 재직시절엔 그런 선배들을 비웃곤 했다는데 있죠.
노추(老醜)란 말이 있죠. 내가 제일 경계했던 말입니다만, 내게도 그런 구석이 남아있나 반성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