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속성 그대로, 언제 어디에서 인간과 가깝게 지낼지 결정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새로운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고양이가 야생 사냥꾼에서 반려 동물로 전환된 것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최근, 그리고 뜻밖의 장소에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와 'Cell Genomics'에 발표됐다.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 뼈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가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수천 년 전이며, 레반트(지중해 동쪽 연안)가 아닌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그레거 라슨 교수는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우리는 그들에 관한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터넷을 지배한다"면서 "우리가 지금 고양이와 맺고 있는 관계는 1만 년 전이 아니라 약 4000년 전, 늦으면 3500년 전에야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현대 고양이는 같은 종, 아프리카 야생고양이에서 유래했다. 어떻게, 어디에서, 언제 고양이들이 야성을 잃고 인간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했는지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난감하게 만들어 왔다.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연구진은 유럽, 북아프리카, 아나톨리아 전역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 고양이 뼈에서 채취된 DNA를 분석했다. 그들은 뼈의 연대를 측정하고 DNA를 분석했으며, 현대 고양이들의 유전자 풀과 비교했다.
새로운 증거는 고양이의 가축화가 레반트에서 농업과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일은 수천 년 후, 북아프리카 어딘가에서 일어났다.
라슨 교수는 "사람들이 농경을 하며 처음 정착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다분히 이집트 전형의 현상인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양이를 숭배하고 그림으로 남기고 미라로 보존한 파라오의 영토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 고양이가 사람과 친해지자 배를 이용해 세계로 옮겨져 해충 방제용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고양이가 유럽에 도달한 것은 2000년 전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었던 것이다.
고양이들은 로마인들과 함께 유럽을 여행해 영국으로 들어갔다. 그 뒤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 중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 남극을 제외한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여기에 새로운 반전으로, 과학자들은 집고양이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중국 사람들과 한동안 어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라이벌 고양이들은 표범고양이로, 표범 같은 반점이 있는 작은 야생 고양이로, 약 3500년 동안 중국의 인간 거주지에서 살았다.
베이징 대학의 루오 수진 교수는 초기 인간과 표범고양이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두 종이 해를 끼치지 않고 어울려 지내는 '공동체(commensal)'였다고 말했다. "표범 고양이는 사람 근처에 사는 것으로 이득을 얻었지만, 인간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거나 심지어 자연스러운 설치류 컨트롤러로서 환영했다."
표범고양이는 길들여지지 않고 아시아 전역에서 야생으로 계속 살고 있다. 흥미롭게도, 표범 고양이와 최근 집고양이가 교배돼 벵골고양이가 태어났으며, 1980년대 새로운 품종으로 인정받았다.
참고로 개들이 인간과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은 상대적으로 훨씬 오래 전이었다. 대략 두 시기로 나눠 보는데 약 3만 년 전부터 1만 5000년 전까지 야생 늑대가 초기 개로 길들여진 시기이고, 그 뒤부터 현대까지 이 개들이 여러 품종으로 분화한 시기다.
아주 초기(다에 과학자들은 인간이 개를 길들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가 그게 아니라 개들도 인간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길들여지기로 마음억었다고 보는 시각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호작용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고양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서 앞으로 농경 문화의 관련성, 먹이의 공통 분모 등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