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義]
‘한술 밥에 배부르랴’ ‘티끌 모아 태산’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모든 일은 차근차근 힘을 조금씩 합쳐 이루어야지 졸속으로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속담은 漢字語에도 많다.
十匙一飯(십시일반)이나 積土成山(적토성산) 積水成淵(적수성연) 등이다.
요컨대 어떤 일을 처리하는데 ‘하나하나 착실하게’ 처리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시되었던 덕목이라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 아래 제일 뫼라는 泰山이 만약 한줌의 흙을 외면했다면 그 높이를 자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一望無際(일망무제)의 河海도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가렸다면 그 깊이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萬事란 以小成大(이소성대: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이룰 수 있음)의 자세로 임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같은 뜻에 集腋成裘도 있다.
‘겨드랑이 털을 모아 갖옷을 만든다’는 뜻이다.
갖옷이란 털가죽으로 만든 옷을 말한다.
지금도 비단은 싼 옷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옛날 중국에서 비단은 그야말로 千金에 해당되던 고가품이었다.
하지만 狐裘(호구:여우 겨드랑이 털로 짠 갖옷)는 비단옷보다 몇 백배 더 귀한 옷으로 여겨졌다. 왜 그럴까.
우리에게 여우란 놈은 교활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중국 사람들은 疑心의 상징으로 여긴다.
대신 그들이 교활한 놈으로 여기는 것은 이상하게도 토끼다.
여우란 놈의 털은 부드럽기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겨드랑이에 나 있는 털은 부드럽기가 솜털과 같아 진품 중의 진품으로 치지만 양이 너무 적은 것이 탈이다.
그래서 狐裘 한벌을 만들자면 수천 마리의 여우가 필요했다.
자연히 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사성어 鷄鳴狗盜(계명구도)에 보면 戰國時代 齊(제)의 孟嘗君(맹상군)이 秦 昭襄王(소양왕)의 부름을 받고 진나라에 갔다 죽을 위기에 처하자 애첩에게 뇌물로 바치고 도망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狐裘였다.
지금 온나라에 통일 열기가 가득하다.
통일이 목전에 닥친 것 같지만 반세기가 넘는 분단상황을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는 없다.
速斷은 금물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급한 민족성으로 유명한 우리가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集腋成裘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