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인생에나 신이 머물다가는 순간이 있다.
1893년 조선, 박성춘(朴成春)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백정(白丁)이라는 직업을 지닌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호적도 없고 이름도 되는 대로 불렸으며, 길을 걸을 땐 허리를 굽혀야 했고 갓도 쓸 수 없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그냥 도살장의 고기 써는 기계 취급을 받았다.
어느 날 박성춘이 장티푸스에 걸려 사경(死境)을 헤매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백정 놈 죽나 보다" 하며 거적 때기에 말아 버리려 했고,
동네 의원조차 "천한 몸에 손댈 수 없다"라며 진료를 거부했다.
그가 죽어가던 그날 밤,
낡은 초가집 문이 열리고 한 '외국인'이 들어왔다.
고종 황제의 주치의였던 캐나다 의사 '올리버 에비슨' 이었다.
왕의 몸을 만지던 그 귀한 손이 똥 오줌과 피 고름으로 뒤범벅 된 백정의 몸을 덥석 잡았다.
'에비슨'은 며칠 간 그를 치료했다.
어의(御醫)가 어떤 경로로 백정의 집을 찾았는지 기록은 없다.
다만 박성춘이 깨어났을 때 '에비슨'은 이렇게 말했다.
"일어나세요. 당신은 귀한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 순간이 아마 박성춘의 인생에 신이 머물다간 순간이 아닐까!
그는 병만 나은 게 아니라 영혼이 구원 받았다.
감격한 박성춘은 이후 '관민 공동회' 연단에 올라 수천 명의 양반들 앞에서 이렇게 외친다.
"나 같은 짐승도 사람 대접을 받았다. 우리 모두가 귀한 사람이다."
이것이 조선 최초의 백정 연설이다.
그리고 기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박성춘은 자신의 아들 만큼은 사람 답게 살게 하겠다며 아들에게 "봉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에비슨'에게 맡겼다.
그 아들이 바로 훗날 '박서양(朴瑞陽)' 세브란스 의학교 1회 졸업생이자 역사상 "최초 면허 의사"가 되어
자신의 아버지처럼 병든 사람들을 구했다.
가장 천한 신분, 가장 위급한 순간 가장 귀한 손길이 닿았던 그 짧은 시간.
그게 바로 '도깨비' 드라마에서 말한 '기적'이 아니었을까!
백정 박성춘이 장티푸스에 걸려 위독해 지자 '무어' 선교사의 부탁을 받은 '에비슨' 원장이
수차례 왕진하여 그를 완치 시켰다.
박성춘은 1898년 관민공동회에서 백정 신분으로는 최초로 개막 연설을 했으며 백정 차별 철폐 운동을 이끌었다.
박성춘의 아들 '박서양'은 '에비슨'의 도움으로 '제중원의학교'(세브란스 전신)에 입학했다.
1908년 제 1회 졸업생으로 의사 면허(면허 번호 1번)를 취득했으며, 이후 모교의 교수로 재직하다가 일제 강점기에는
간도로 넘어가 독립 운동가들을 치료하는 군의관으로 헌신했다.
백정의 아들이 한국 의학의 아버지가 된 이 드라마틱 한 사건은, 한국 근대사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 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역사도 있었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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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人之貴賤,不在其身,而在其德。
人之尊卑,不由其生,而由其行。
사람의 귀하고 천함은 그 신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덕에 있고,
사람의 높고 낮음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貴賤由德,不由門第;
尊卑在人,不在衣冠。
귀천은 덕으로 정해지는 것이지 가문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존귀함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지 옷과 신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박성춘 이야기의 핵심인 **“한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면 세상이 바뀐다”**까지 담고 싶다면 이것이 가장 좋습니다.
仁者視人皆人,
一念之仁,可破百年之賤。
어진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고,
한 생각의 인(仁)만으로도 백 년 동안 이어진 천대를 깨뜨릴 수 있다.
한 줄로 가장 강하게 표현한다면
一念之仁,可破百年之賤。
“한 생각의 인(仁)이 백 년의 천대를 깨뜨린다.”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백 사람의 스승보다 낫다>" <조지 에드워드 허버트)
"가정이야 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 <허버트 조지 웰스>
"이 세상에 우리가 태어나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것이다." <조지 맥도널드>
이조 천민 사회에서 박성춘 같은 분이 아버지였기에 박봉출이 태어났고, '에비슨' 같은 은인을 만났기에
박서양이 태어난 것입니다.아버지 그리고 은인이 큰 역할을 하였지만 박봉출이 부친의 가르침으로 의사의
길을 선택하여 성공한 것은 한 편의 드라마이고 이런 삶에서 얻은 가르침이 천민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시대를 이기는 삶이라 여겨진다.
참으로 감동적인 역사 스페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