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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다. 그러나 오히려 기온이 시원하여 나들이는 안성맞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고 하였지만 비가 오면 비가 오는데로 운치가 또 있지 않은가. 10:00 유성IC를 진입하여 함양으로 내려가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는 지난주보다 더 청명하고 구름마저 가을 날씨를 연상케 한다. 새벽에 여름비가 몇시간을 내리더니 아침 오전은 황사없는 산야의 가시거리는 말 그대로 투명하다. 금산랜드 휴게소에 잠시 내렸다. 언제나 이곳에서는 한차례 차를 마시는 정겨운 곳이다. 금산은 옛날부터 인삼의 고장으로 강화도, 개성과 나란히 그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너무나 바뀌다 보니, 연례적으로 몇차례씩 수삼을 사러 수삼센터를 방문하고 있지만 이곳도 역시 많이 바뀌었다. 내부의 것보다는 외부의 것이 많이 들어와 둔갑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까지 어떻게 다 일일이 살피겠는가.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훈훈한 시골풍경과 함께 인삼 특유의 향기가 푹 베어져 나오는 분위기를 자아내며 실로 시장을 다니다 보면 온통 인삼향기로 가득하다. 차는 한참을 달려 대전통영간고속도로와 88고속도로로 이어지는 바로 가까이에 도착하고 있다. 지난 여름휴가로 지리산을 다녀오며 그 깊은 추억이 고스란이 도로에까지 남겨진 곳이 아니겠는가. 88고속도로는 대구 달성에서 전남 무안까지 연결된 총연장 180여km의 도로로 1984년 6월에 완공을 하였으나 2차선의 준국도급 고속도로로 앞에 느림보차를 만나면 왕짜증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황색선이 두 개나 그어져 있는 추월절대불가 지점에서도 추월하기는 다반사이고 성질급한 사람들은 때론 바깥차선으로도 추월을 하고 있는 산악이 많고 급경사가 심한 아주 위험하기 그지없는 도로이다. 이러다 보니 고속주행의 상태에서 추월 한 번 잘못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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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정말로 자상하게도 함양은 이정표와 안내판이 가지런하고 많은 부분을 외지 관광객을 위한 배려의 손길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먼저 함양군청에 들렀다. 지난번처럼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 하지 않기 위하여 애초부터 안내다운 안내를 받기 위함이었다. 군청에 들어가니 토요휴무일에도 남직원과 여직원이 깍듯이 인사로 맞아주는 친절을 보여주어 처음부터 기분이 업?되었다. |
어젯밤에 볼거리 사전조사는 하였다만 당직하는 직원이 분에 넘치게 요모조모 전광판에 있는 내용들을 일러주었다. “하, 거참 그 직원 한 번 자상도 하셔라. 이름이 뭐라하시나?ㅎㅎ” 1차로 군청앞 법원옆에 자리한 학사루를 찾았다. 시내가 크지 않고 옹기종기 하여 시내권의 문화재를 보기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초라한 학사루, 도지정유형문화재 90호로 지정된 이곳은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시를 읊조리며 애용하던 곳으로 왜구의 침입으로 대부분 소실되었다가 중수된 건축물로 오랜 세월 풍수의 자욱들로 흐려졌지만 옛 선비와 학자들의 숨결이 고스란이 밀려오는 감정을 엿볼 수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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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군청 뒤쪽,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조성림으로 상림이 있다.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재직시 조성한 숲이라하니 가히 그 연원을 짐작케할 수 있을 것이다. 상림주변으로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이 자리하며 개울이 흐르고 숲 안쪽으로 넓은 잔디공원이 조성되어 꼬맹이들이 뛰어다니기에는 더없 |
이 휼륭한 장소이다. 공원주변 안쪽으로도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어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기 좋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누각 하나가 공원변에 풍상을 견디며 서 있다. 함양의 문화재는 북단중심, 시내중심, 남부중심 3개 권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나 오늘은 시내권만을 간단하게 돌아보고자 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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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돌아나와 차로 몇 분 안되는 거리의 상림 뒤를 오르면 문화인물을 한곳에 집결하여 놓은 작은 공원이 있다. 박지원을 비롯한 정여창 선생 등 역대 문화인물과 권석도 의병장 등 12분의 조각상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특기할 만하게 조성되어 있어 인상이 깊었다. 조금 더 오르면 함양석조여래상과 함양향교가 위치한 것으로 알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알길이 없이 빈걸음으로 내려왔다. |
1시가 넘었으니 점심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경상도에 내려오면 맛있는 음식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다. 숱하게 여행을 하였지만 경상도에서는 음식 기억은 없다. 14:00, 점심을 식구와 둘이 큰 기대없이 마치고 남원 광한루로 향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지만 사방이 산야로 둘러쌓인 함양의 도심은 맑고 깨끗했다. 88고속도로로 다시 진입하여 남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속을 오르내리며 구름도 함께 이어진다. 함양에서 남원까지 40여분 가량 소요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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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골 남원은 비가 개인탓인지 화창함 그대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전통고유의 타령조 음악이 내내 시내를 뒤덮는 듯 익히 예전 잔치집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남원 광한루에는 직원들과 한차례 다녀 간 일이 있었지만 식구와 함께 내려온 적은 없어 이번에 꼭 함께 들르고 싶은 곳이었다. 먼저 92년에 개관되었다는 춘향관에 들렀다. 처음으로 가족과 함 |
께 춘향의 얼과 수절정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에 나란히 섰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퇴색하고 이완된 오늘날의 모습들이 모진 악형에도 굴하지 않고 임을 향한 일부종사, 일편단심 열녀춘향수절가에 나오는 성구가 고스란히 비치는 것 같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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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관을 다 돌아보니 식구는 벌써 나와서 광한루 앞에서 춘향이 행색?을 하고 이도령을 기다리는지 나 보다 먼저 나와 웃고 있다^^ 광한루를 지나는 오작교에는 사진을 찍느라고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잘못 한쪽발을 디디기라도 하는 날에는 영락없이 물속으로 풍덩하겠으니 위험하다. 한번만 건너도 단번에 금슬이 좋아지고 자녀가 복을 받는다는 곳을 건너는 |
데 그제서야 잉어란 놈이 아는체 하며 입을 빠끔빠끔하고 있다. 춘향이 영정을 모셔놓은 뒤편 사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외로이 사당을 지키는 듯 사당의 모습은 즐거워 보이지 않고 쓸쓸한 분위기이다. 열녀춘향사라 현판위로 요상스런 동물 모습인 것 같이 눈이 두 개 달려 CCTV 녹화중이라고 하는데 고것이 나를 쳐다보고 있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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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의 풍경은 손을 맞잡은 청춘남녀, 노소의 발길이 그침없이 이어지며 오후가 이슥해지며 가끔씩 가랑비를 뿌리기도 한다. 월매집을 들어서니 아니 이놈 방자가 사람온 것도 모르고 숟가락이 터지도록 밥을 먹고 있네. 하긴 뭐 다른게 먹을 게 없던 시절이었으니 그나마 밥이라도 맘껏 먹어야 기운을 쓰지 않겠나ㅎ월매집의 풍경은 옛 내 할머님 사시던 집 |
과 한치 다를 바 없이 정갈하고 넓이 또한 그만하다. 집안에 연못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이후에 조성하였겠지. 물레방아고을 춘향골 담을 넘어 시원한 누각과 전통가락에 흥이라도 금방 취할 수 있는 동동주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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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의 손길을 기다리며 손짓 발짓 해가며 소리를 지르건만 하루해는 기울고 길은 멀어 날은 저물며 하늘에 빗방울이 날리는데 춘향이 이도령과 사랑고백에 정신이 나갔고 향단이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접대를 위한 식사를 처량한 표정으로 짖고 있다. 연못에 피어오른 노오란 난초가 오늘따라 유독 그 이파리의 색채를 하늘거리며 비 바람에 흔들리고 있 |
다. 귀가하는 상행길에 구름은 넘나들고 강하게 쏟아지는 비로 인하여 앞은 잘 보이지 않아 아예 여유로운 마음으로 날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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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이전에 남원에 다녀왔는데....다시 보니 좋으네요 영상과 글 감사드립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좋은 자료가 되었다니 기쁘구요. 마음의 시님께서도 좋은 하루 되세요..
와~ 정말 오랬만이구나~ ...잘 지냈니? ...잴 마지막 사진을 보니 작년 내가 한국갔을때...역사학 박사님(은퇴 교수님)께서 구경시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즐감하며...자주 오렴... 보고 싶은데~ ... 행복하길... ^.~
누님, 요즘 여행을 자주 다니고 있어요.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다니기 어려울 것 같지요. 항상 기쁜 날 맞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