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키 씨는 어디로 갔을까 정재율 언젠가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 형태를 가진 모든 게 사라진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기계 몸을 가진 인간은 어떻게 될까? 나무 몸을 가진 모리키 씨는 그걸 이미 알았던 걸까? 하지만 이 우주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완벽한 기계인간이 되고 싶었어 그러면 영원히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나무인간의 말이었다 열차가 잠시 멈추고 온몸이 나무로 뒤덮인 나무인간은 기계의 목소리와 기계의 손과 기계의 섬세함을 가지고 싶어 했지만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나무인간만이 할 수 있었기에 그는 인간을 위해 죽었다 나무인간의 이름은 모리키였다 나는 모리키 씨가 젊었을 때 화가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붓보다 큰 담배를 피웠다는 것도 인간이었다는 사실도 사랑했던 것을 모두 그림으로 남겼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만약 자신이 불에 타더라도 머릿속에 기계가 심겨 있다면 인간이었던 기억을 보존한 채로 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차에 탄 승객들은 모두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부품을 찾으러 떠나는 자들이었다 모리키 씨 또한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그는 오직 인간만이 모든 인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사인은 감전사였다 나무인간은 불에 다 탄 뒤에 자신에게 몸이 없어도 아주 잠시 동안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신이 준 마지막 특혜처럼 연기가 피어올랐다 뻗어 가는 숨을 보면서 그럼 모리키 씨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한 승객이 물었다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지만 열차 밖으로 행성들이 빛나고 있었다 열차는 조용했다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한 사람처럼 나무인간의 가방은 한없이 가벼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마음속에 짐 한 덩어리씩을 넣고 다녔다고 했다 빛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어 그것이 신의 사랑인 양 무겁게 걸어 다녔다고 모리키 씨가 내게 해준 이야기였다 반원의 빛들이 무덤 모양처럼 통로에 쏟아지고 있었다 돌아온 승객들 중에 모리키 씨는 없었지만 *TV판 『은하철도 999』21화, 마지막 내레이션
—월간 《現代文學》 2022년 6월호 --------------------- 정재율 / 1994년 광주 출생.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 재학 중. 2019년 《현대문학》으로 시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