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 월에....
寶海/ 유 희 민
* 태몽 *
제 1 장
왠지 불안하다. 송암사 주시가 날 찾는단다.
해마다 보시(報施)도 많이 했고 그 절에는 그래도 한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동자승이 두 번이나 다녀갔다.
"주지 스님이 빨리 오라는디요.
이번에 함께 모시지 않음 지가 죽어라.
우리 스님은 새벽공양 같은 거는 안 하는디...
근디 오늘 새벽에는 목탁을 겁나게 침서 예불을 드립디다.
모두 뭔일 있는 갑다 하고 있는디
불당에서 내려오자마자 마님을 불러 오라고 저 난리 아니요,
빨리 가야 쓰겄소…"
그렇다고 아낙네 발걸음 옮기기가 그렇게 쉬운가!
잡손 드는 애들한테 쌀 한가마 준비 하게 하고
행랑채 순백이 에게 과일 좀 쓸어 담게 하고 집을 나섰다.
송암사 주지와 정경부인과의 인연은 각별했다.
열일곱에 손이 귀하다는
이 씨 문중으로 시집와 처음 송암사를 찾아 갔을 때
지금의 주지는 쩌렁쩌렁한
소리로 이렇게 말했었다.
"예불 필요 없어, 그냥 가….
그래 봤자 칠년 가뭄 지나고 큰 물난리 한번 겪어야 돼….
이절 행사가 느집 손 하나 보는 걸로 끝이야!"
그랬었다.
시집와서 어린 나이에 주지스님의 청천벽력 같은 이 선언은
그 당시의 시 어머니와 지금의 정경부인 에게 있어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칠년 가뭄과 큰 물난리 한번이면 어림잡아도 십년…
그 동안 에는 수태(受胎)가 되지 않는다는 말 아닌가.
손이 귀한 집안에 불공드리러 오는 신도에게 하는
첫마디 치고는 너무 가혹한 말 이였다.
그러나 몇 월 몇일날 누구네집 소가 죽어
나간다면 틀림없이 소가 죽었고,
아랫마을에 고집 세기로 유명한 박가네 에게
묘를 이장 하라고 했을 때 이장 하지 않았다가
그 묘(墓)위로 신작로가 생겼던 일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밭에서 쌍둥이를 출산 하고 모두들 죽었다던
맹 씨 어멈이 약방으로 실려 갔을 때
한의사조차도 장례 준비 하라고 했다던
다 죽어 가는 사람 앞에서도 " 이년아 니는 아직 갈 길이 멀었어!" 했었다.
목탁 들고 약방에 염불 하러 갔다가
사주팔자 물어 보고 이말 한마디만 하고 그길로 돌아갔고
사흘 만에 맹 씨 어멈 밭일 나간 이야기는
두고두고 교동리 에서 회자 되는 일화가 되었다.
그랬던 주지가 십년을 기다려야 자식을 볼 수 있다고
칠년 가뭄과 물난리 암시를 주었으니
나이든 시어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통곡 했고
나이 어렸던 정경부인은 어쩔 줄 몰라
눈물만 지었던 먼 옛날의 기억이 주지와의 첫 만남 이였다.
윤 도 희(尹 桃 熺).
이씨 조선의 말기에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파평(坡平)윤(尹)씨 의 판소공파 후손이다.
그러나 시집온 이 씨의 가문은
예전에 한번 정일품의 문관을 지낸 이후로 공록과 관록이 없는데도
여전히 대를 이어 그 직위까지 물려주어
지금의 며느리 또한 정경부인으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씨 가문의 이 어린 신부는 주지의 일침에도 불구하고
여러 해를 절에 대한 봉양과 기도를 잃지 않았고
주지가 말한 칠년 가뭄이야 주지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 시절 에는 해마다 오는 행사 였기에
물난리 몇 번에 해마다 찾아오는 가뭄을 몇 해 넘기고
드디어 구 년째 되던 해에
거짓말처럼 태기가 있어서 절에 사람을 보냈다.
심지가 깊은 절의 주지는 낳지도 않는
아이의 이름을 적어 보냈고
그 전갈을 받아든 정경부인은
또 한 번 피를 토하는 통곡과 함께 혼절 하고 말았었다.
"사내아이가 둘 태어나지만 하나는 네 아이가 아니므로 부처님께 바치고
한 아이만 네가 취하라.
욕심이 과하면 네 대에 손이 영 끊길 수 있으니
부처님의 힘으로 네 땅과 네 자식을 지키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패함이 크고 멸족도 크지 않는 벌이 되리라.
큰애의 이름은 부처님이 주실 것이요,
작은 애의 이름은 기(基)삼(三)이라 하고,
그 애는 병약하지 않으나 그 또한 손이 귀할 수 있으니
불공에 게으르지 말고 재물 모음과 사용함에 지혜를 구하기 바란다."
십년을 기다려 얻은 태아가 남자 쌍둥이에
그 또 하나는 절에서 키우겠다는 주지의 일침에
아직 애도 낳지 않는 정경부인은
하늘이 무심타 하였으나 주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배안에는 쌍둥이가 들어앉았고
그해 음력 8월 드디어 쌍둥이 사내아이를 출산 하게 된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정경부인에게 태몽이 없었다.
다만 애를 받아낸 조산 할메의 말은
산고의 아픔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려 왔었다.
"엄마야… 이상하네, 태아가 역태(逆胎)로 나왔는데도
먼저 놈이 작은놈을 달고 나오네. 세상에 뒷놈이 밀고 나온 건 봤어도
앞에서 끌고 나오는 건 또 첨 보내…"
첫댓글 햐~재주가 좋으시네요^^
잘보고가네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