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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11시부터 발우 공양을 했습니다. INEB 방문단 모두가 이제 발우 공양에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아침에 농사일을 하며 수확한 완두콩이 맛있게 삶아져서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발우 공양을 마치고 12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운문사로 향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을 달려 오후 1시 30분에 운문사에 도착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고 대웅전을 참배한 후 학인 스님의 안내를 받아 경내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대웅전 안에 모셔진 큰 불상과 탱화, 오백전에 모셔진 오백 명의 아라한들을 보면서 동남아 스님들 모두 감탄을 했습니다. 특히 아늑하고 정갈한 도량의 모습에 모두가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강당으로 들어가 운문사 학인 스님 50여 명과 INEB 동남아 스님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동남아 불교 국가에서는 아직 비구니 제도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많은 수의 비구니 스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자 동남아 스님들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운문사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곳은 비구니 승가 대학입니다. 옛날에는 학생 수가 250명까지 증가했는데, 현재는 출가하는 승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어서 운문사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은광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이곳은 젊은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고, 15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학인 스님들도 참여 불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먼저 나라 별로 한 명씩 인사말과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태국에서 온 사카다라니(Saccandarani) 비구니 스님은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을 만난 기쁨을 이야기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을 이렇게 많이 뵈니 참 좋습니다. 전세계를 다니며 비구니 스님을 만난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비구니 스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처음입니다.”
이어서 서로에 대해 소개를 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은 운문사의 교과 과정,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해 질문했고, 운문사 학인 스님들은 동남아 불교 국가에서 여성 수행자의 위상과 역할, 재가 신자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 테라밧다의 계율, 육식을 금지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 운문사를 출발하여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두북 공동체 행자님들과 대구경북 지부의 봉사자들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고 INEB 방문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성껏 차려진 음식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은 후 모두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 저녁 예불을 하며 다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베트남에서 온 티치(Thich nu le vien) 스님이 베트남 방식으로 예불을 했습니다.
예불이 끝나고 곧바로 스님과의 대화 시간을 이어나갔습니다.
“조금 쉬셨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정토회가 어떤 사회 실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스님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정토회의 사회 실천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사회 실천 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현재 정토회를 방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토회의 사회 실천 활동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붓다 담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자기 수행의 기반 위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 수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던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사회 실천 활동은 돈만 있으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토회의 사회 실천 활동은 물질적인 지원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정토회는 붓다 담마를 확산시키고 전법을 하는 관점을 중심에 두고, 사회 실천 활동이 우리들의 수행을 한층 깊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정토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크게 환경, 평화, 빈곤 퇴치, 수행, 네 가지 분야입니다. 전 지구적으로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가 가장 심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우리들의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욕망이 이 문제를 야기 시켰기 때문에 CO2 제로가 되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토회는 기본적으로 개발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발을 막기 위해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하지 않습니다. 우선 우리 스스로 소비를 줄이는 운동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운동을 담당하는 단체가 에코붓다(Eco-Buddha)입니다.
인권 운동과 난민 지원을 담당하는 곳은 좋은벗들(Good friends)입니다. 좋은벗들은 1995년 북한에서 기아로 인한 대량 인명 피해가 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1995년과 1998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었는지에 대한 통계를 내서 세상에 알리는 일을 좋은벗들에서 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모아서 UN 등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이끌어 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침에 제가 워싱턴 D.C.를 방문한 영상을 보면서 스님이 미국 국방부, 국무성, 의회, 백악관을 방문하니까 ‘스님이 무슨 네트워크가 있어서 저런 곳에도 가나’ 하는 의문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1997년부터 미국에 가서 북한의 기아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하면서 형성한 네트워크입니다. 당시 북한의 난민 중 중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약 30만 명 정도 됐습니다. 당시 어느 정도의 난민들이 있는지 조사를 하고, 그걸 국제 사회에 알리고, 또 그들이 북한과 중국에서 어떤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지 조사해서 알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10년 이상 활동을 했지만 북한의 기아 문제, 인권 문제, 난민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고민했는데, 한반도에 평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다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평화재단(The Peace Foundation)을 설립해서 남북 간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화재단은 한반도의 평화 문제와 통일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돈이 많아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어떤 것도 돈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를 시작했을 때는 오히려 정토회도 초창기였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지낼 때입니다. 그걸 보면 우리가 꼭 돈이 있어야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정토회에서는 저런 활동을 한다고 어디에 가서 돈을 달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인도 성지순례는 인도의 불가촉 천민 마을에 수자타 아카데미 학교를 짓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학교를 지으려니까 돈이 필요했는데, 그 돈을 만들기 위해서 성지순례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누구보다 안내는 잘해줄 수 있으니까 그 대신 먹고 입고 자는 건 순례자처럼 지내자고 제안했습니다. 호텔에서 안 자고, 비싼 음식 안 먹고, 순례자에 걸맞게 순례자 숙소에서 자고, 밥은 직접 해먹고 다니자고 했습니다.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오면 제가 안내를 했습니다. 그렇게 성지순례를 한 사람들이 절약한 돈으로 수자타 아카데미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여건이 되는대로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절을 유지하고 관리하다 보면 막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쓸 돈이 별로 없습니다. 오늘 방문한 운문사의 경우에도 절이 아주 아름답지만 절을 관리하는 데에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큰 절에는 많은 돈이 들어오지만, 그 절을 관리하는 데에 그 돈의 대부분을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쓸 돈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유지가 됩니다. 한국 불교의 많은 절들이 돈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찰 유지를 위해 돈을 쓰기 때문에 정작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여유는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베트남 비구니 스님이 주지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가서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듣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칭찬을 듣고 틱 누 르 비엔(Thich Nu Le Vien) 스님은 엄숙한 표정으로 합장을 했습니다.
“스님은 다 좋은데, 잘 웃지를 않으시네요.”
“제가 어릴 때부터 고난을 많이 겪어서 웃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한번 웃어보세요.”
틱 누 르 비엔 스님은 INEB 방문 기간 동안 가장 활짝 웃었습니다. 함께 하는 참가자들도 스님의 미소를 보며 다 함께 웃었습니다.
스님의 설명과 더불어 에코붓다, 좋은벗들, 평화재단, JTS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다시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의 설명이 모두 끝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INEB 방문단은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NGO 활동가인 푸엉 님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줄 수 있었는지 질문했습니다.
사람들이 봉사할 수 있게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하나요?
“정토회는 지금까지 많은 훌륭한 일들을 해왔고, 그 모습은 세계의 많은 커뮤니티에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자원 봉사자들이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오랫동안 동기 부여를 해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자원 봉사자들이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토회는 봉사자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정토회에서 봉사자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기 보다 그냥 활동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이렇게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들으니까 믿어지지 않죠?”
“네, 믿기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일을 진심을 다해서 하다 보면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모여들게 됩니다. 너무 계획을 세우면, 오히려 그 계획을 달성해야 된다는 부담을 갖게 됩니다. 계획을 달성하려니 사람이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지치게 돼요. 사람들이 두려워서 다 떨어져 나가 버립니다. 이 곳에 가면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할 것 같고, 이 곳에 가면 자꾸 돈을 내야 할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부담을 갖게 됩니다.
왜 자원 봉사자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는 내일 자원 봉사자들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내일 시간을 드릴 테니까 왜 돈도 안 받고 여기에 와서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웃음)
“제가 2022년 INEB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컨퍼런스에 와서 정토회의 자원 봉사자들을 만났을 때 정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실제 정토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스님의 리더십 아래 정토회 봉사자들이 일구어낸 성취를 보면서 정말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봉사자들도 항상 기쁜 것만은 아니고, 지쳐 있을 때도 많아요. 다만 제가 스님이라 더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더 많이 쓰는 것도 아닙니다. 늙은 스님도 하는데 자기들도 알아서 하겠지 생각합니다.” (웃음)”
태국에서 온 차이야폰(Chaiyaporn) 스님은 법륜 스님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소감과 더불어 스님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질문했습니다.
“오늘 제가 본 스님은 어떠한 정부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스님께 질문이 있다기보다는 저 자신한테 질문이 생겼습니다.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스님이 지금까지 해오신 일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감동을 받고 눈물이 났습니다. 스님을 알게 된 것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님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무언가 특별히 각오하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어요...”
이어서 스님은 서암 큰스님을 만나 크게 깨우친 이야기와 도문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INEB 방문단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대화가 점점 깊어가는 가운데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내일 또 이야기 나눕시다.”
INEB 방문단은 조별로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질문했던 태국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내 인생에 빛이 비추어진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제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이 없어졌습니다. 그냥 합니다! Just do it!”
스님과 함께 농사일을 하면서 느낀 점, 운문사에서 비구니 스님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점, 스님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서 느낀 점 등 다양한 소감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농사 울력할 때 법륜 스님이 그냥 보통 사람 같았습니다. 정말 소박해 보였어요.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법문을 합니다. 어메이징했습니다.”
“운문사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한국에 불교가 있는지도 몰랐고, 비구니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K팝, K드라마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운문사에 가보니 천년이 넘은 절이 잘 보존되어 있었고, 태국의 절보다 더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비구니 스님들도 불법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충분히 좋은 역활을 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법륜 스님의 활동 영상을 보며 ‘이것이 진정한 수행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스님 안에 있는 보살이 저에게 '아무 걱정도 하지 마라'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소감 나누기를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두북 농장에서 농사 체험을 하고, 오후에는 경주 불국사 사찰 순례를 한 후 INEB 스터디 투어를 매년 후원해주고 있는 원만성 보살님을 만나 뵙고, 저녁에는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