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 -
유비(劉備)는 황제(皇帝)의 칙사(勅使)를 융숭(隆崇)히 맞이한 뒤에, 밀실(密室)로 들어가 밀서(密書)를 보고 크게 놀랐다.
(여포(呂布)? 여포를 죽이라고....?)
유비(劉備)는 몇 번이고 고개를 기울이다가 관우(關羽), 장비(張飛), 자룔(子龍)을 불러 밀서(密書)를 내밀어 보이며 말하였다.
"전에는 내가 직급(職級)이 낮다는 이유(理由)로 천자(天子)께서 서주목(徐州牧)에 봉(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나를 서주목(徐州牧)에 봉(封)하면서 여포(呂布)를 없애라는 밀명(密命)을 내렸으니 아우들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네."
그러자 밀서(密書)를 다 보고 난 장비(張飛)가 대뜸 말한다.
"여포(呂布)같이 의리(義理)를 모르는 흉악(凶惡)한 놈을 살려두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잖소? 그러니 이번 기회에 황제(皇帝)의 명(命)을 받들어 여포(呂布)놈을 깨끗이 죽여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여포(呂布)가 형편(形便)이 궁(窮)해서 나를 믿고 찾아왔는데 이제 내가 그를 죽인다면 나야말로 의(義)를 모르는 인간(人間)이 될 게 아닌가?"
그러자 관우(關羽)가 말한다.
"형님, 여포(呂布)를 죽이라는 것은 필시(必是) 조조(曹操)의 생각일 겁니다."
"그래요 형님! 황제(皇帝)가 시켰건 조조(曹操)가 시켰건 여포(呂布)를 죽여 버립시다! 어쨌거나 여포 그놈이 좋은 놈은 아니잖소?" 장비(張飛) 열을 내며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셋째, 그건 아니네 여포 비록 지금은 형세가 궁하여 소패성(小沛城)에 가 있지만 한때는 동탁(董卓)을 죽여 없애고 그 잔당(殘黨)들과 싸우는 전공(戰功)을 세워 황실(皇室)을 되찾은 공(功)을 세운 적도 있지 않은가?"
그러자 장비(張飛)는 다시 불평(不平)한다.
"형님은 마음이 너무도 인자(仁慈)하시오. 그런 놈 하나 죽이는 것을 무얼 그리 깊이 생각하시오."
"아닐쎄, 아니야... 이 문제는 지금 당장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네 그러면 칙사(勅使)를 융숭(隆崇)히 대접(待接)하며 며칠 쉬게 하는 동안 이 문제를 다시 거론키로 하세."
이렇게 장비(張飛)는 여포(呂布)를 죽이자고 끝까지 주장(主張)했지만 유비(劉備)는 끝내 듣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내막을 알 턱 없는 여포(呂布)는 유비(劉備)가 칙사(勅使)를 맞아들여 서주목(徐州牧)에 제수(除授)되었다는 소식(消息)을 듣고 축하(祝賀)차 찾아왔다.
그리하여 축하(祝賀)의 인사(人事)를 마치고 문밖으로 막 나오는데 장비(張飛)가 별안간(瞥眼間) 장검(長劍)을 내리치며 외쳤다.
"이놈 여포(呂布)야! 내 칼을 받아라!"
여포(呂布)는 무장(武將)답게 날쌔게 劍을 피하며,
"엇? 장비(張飛)가 무슨 일로 나를?"
"너같이 의리(義理)를 모르고 절개(節槪)가 없는 놈은 살려 둘수록 나라에 해가 될 뿐이다. 그러잖아도 너 같은 놈은 죽여 마땅한데 특히 조조(曹操)한테서 우리 형님에게 너를 죽이라는 밀서(密書)가 왔기로 내가 너를 죽이려는 것이다!"
장비(張飛)는 그렇게 외치며 또다시 여포(呂布)를 향하여 장검을 내리치려는데 유비(劉備)가 장비(張飛)의 등 뒤에서 그의 팔을 움켜잡으며 큰소리로 꾸짖는다.
"셋째, 이게 무슨 짓이냐!"
"형님! 그냥 내버려 두시오. 저런 놈은 죽여야 합니다."
"뭐라고? 내가 언제 자네더러 여장군(呂將軍)을 죽이라고 하더냐? 여장군은 나의 손님이신데 내 손님을 해(害)치는 것은 나를 해(害)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쳇! 형님은 어쩌자고 저런 놈을 두둔(斗頓)하는 게요?" 장비는 화를 버럭 내면서 물러가 버린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여포(呂布)에게 머리를 정중(鄭重)히 수그리며 사과(謝過)한다.
"여장군! 미안합니다. 워낙 장비(張飛)는 철없는 아이처럼 단순(單純)한 위인이니까, 너그러이 용서(容恕)하시오."
"알겠소이다. 그런데 지금 장비(張飛)의 말을 듣건대 조조(曹操)가 장군더러 나를 죽이라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事實)이오?"
유비(劉備)는 여포(呂布)를 다시 방안으로 맞이하고 나서,
"이번에 조조(曹操)가 나에게 보낸 밀서(密書)에 나더러 여장군(呂將軍)을 도모(圖謀)하라는 말이 있었소이다. 자, 여기 밀서(密書)가 있으니 직접(直接) 읽어 보시오."
여포(呂布)는 밀서(密書)를 읽어 보고 나더니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그래 유장군(劉將軍)은 나를 죽일 생각이시오?"
"천만(千萬)의 말씀 내가 그런 뜻이 있었다면 어찌 장군(將軍)에게 이 밀서(密書)를 보였겠소?"
"고맙소이다. 이것도 필시(必是) 조조(曹操)란 놈이 우리 두 사람을 불화(不和)케 하려는 간계(奸計)가 분명(分明)하오."
"그러나 여장군(呂將軍)! 염려(念慮) 마시오. 조조(曹操)가 황제(皇帝)의 명을 빌려 이런 밀서(密書)를 보냈기로 불의(不義)를 감햏(敢行)할 내가 아니오."
"유장군(劉將軍)! 그게 진정(眞情)으로 하시는 말씀이오?"
"내 어찌 여장군에게 거짓말을 하오리까? 안심(安心)하고 소패성(小沛城)으로 돌아가시오." 유비(劉備)는 여포(呂布)를 정중(鄭重)하게 돌려보냈다.
그러자 얼마 후에 관우(關羽)와 장비(張飛)가 들어와 유비(劉備)에게 묻는다.
"형님은 어찌하여 여포(呂布)를 살려 보내셨소?"
"모르는 소리 말게! 조조(曹操)가 여포(呂布)와 나를 싸우게 만들어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으려는 계교(計巧)를 부리고 있는 것이 명백(明白)한데 내가 왜 그런 술책(術策)에 넘어가겠나?"
관우(關羽)는 그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과연(果然)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나 장비(張飛)는 여전히 불평(不平)을 한다.
"나는 그래도 그놈을 죽여서 후환(後患)을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아니야, 그건 대장부(大丈가 할 일이 아니야." 유비(劉備)는 투덜거리는 장비(張飛)를 이렇게 말하면서 넌지시 타일렀다.
그리고 유비(劉備)는 그 길로 칙사(勅使)를 찾아가서 조조(曹操)에게 보내는 답서(答書)를 전하였다.
그 답서에는,
<여포(呂布)에 대한 내명(內命)은 잘 알았으나 일을 급(急)히 도모(圖謀)하기는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기회(機會)를 보고 있는 중이오니 그리 아시옵소서.>하는 사연(事緣)의 답서(答書)였다.
한편 조조(曹操)는 칙사(勅使)가 가져온 답서(答書)를 보고 크게 실망(失望)하였다. 그래서 그는 모사(謀士) 순욱(荀彧)을 불러 말했다.
"유비(劉備)가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計 :두 마리 호랑이가 먹이를 다투도록 만드는 계책'이라는 뜻)에 걸려들지 않으니 이제는 어찌하면 좋겠소?"
순욱(荀彧)이 대답한다.
"그러면 두 번째의 계교(計巧)를 써보기로 하지요."
"그건 또 뭐요?"
"그것은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 올시다."
"<구호탄랑지계>? 그건 또 뭐요? "
"이번에는 원술(袁術)에게 사람을 보내 유비가 남양(南陽)을 치려 한다고 알려주면 됩니다."
"음...." [시간상 이하 한자 첨부 생략하고 연재합니다.형재 시각 18:10]
"그리고 유비에게 다시 칙사를 보내어 원술이 황명에 복종치 않으면서 새로 나라를 일으켜 황제에 오르려 획책하고 있으니 남양을 토벌하라는 칙명을 내리시면 됩니다. 그러면 고지식한 유비가 천자의 명을 거역할 리가 만무하니까요."
"음...."
"이 계교는 호랑이로 하여금 이리를 잡아 죽이게 하는 계교입니다. 즉, 이리가 호랑이의 빈집을 노리고 덤벼들 것이 분명한데 누가 이리라는 것은 짐작이 되실 겁니다."
"이리는 여포란 말인가?"
"옳은 말씀입니다. 이 계교는 틀림없이 맞아떨어질 것입니다."
이리하여 유비에게는 두 번째의 칙사가 내려오게 되었다.
유비는 황망히 성 밖까지 나가서 칙사를 맞았다.
그리하여 조서를 읽어 보니 군사를 일으켜 남양의 원술을 치라는 황명이 아닌가?
유비는 자신의 내실에서 관우, 장비, 자룡을 불러놓고 이 문제를 상의하였다.
"황제 폐하께서 다시 조서를 내리시어 남양의 원소가 야심을 품고 있어 이를 정벌하라고 하니 아우들 생각이 어떤지 모르겠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관우가,
"형님, 일단 조서를 받드시어 군사를 모으고 훈련을 시키시되 원술을 토벌하라는 밀서는 분명 조조가 천자의 명을 빌어 거짓으로 내린 조서이니 실제론 받들진 마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유비는,
"음, 아우의 말은 타당치 않네 은혜로운 조서는 받고 밀서는 거짓이라고 거부한다면 그 말은 곧 유리한 것만 받자는 것이 아니겠나? 그리한다면 신하의 도리가 아니지."
그러자 장비가 대뜸 이렇게 말한다.
"그럼 당장 싸우지요. 솔직히 원술이 좋은 놈은 아니잖소? 기억나시오, 예? 과거 동탁 토벌대에 있을 때 그 원술이란 놈이 군량을 보내주지 않아서 곤경에 빠진적이 있지 않소, 예? 이제 그놈을 혼내줄 때가 됬으니 잘 됐지뭐요."
그러자 유비가,
"옛 일은 꺼낼 것 없네 오늘 원술이란 자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조서가 내려온 이상 상명에 따를 수밖에 없네 다만 대군이 출정하면 이 서주성을 누가 지켜야 하는지? 그게 문제네..."
그러자 장비가 예의 투덜대는 어조로 말한다.
"저더러 지키란 말씀은 마슈! 난 답답해 미치겠소. 이번 원술 정벌은 내가 선봉에 서겠소."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관우가 한마디 한다.
"형님, 여기는 제가 지키겠습니다."
그러자 유비는 손을 들어 관우의 말을 막으며 말한다.
"둘째, 대군이 출정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자네와 상의해야 하네. 그러니 자네는 가야 하네."
그러자 자룡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유비를 향해, 두 손을 읍하며 말했다.
"주공, 그럼 제가 남아서 지키겠습니다."
그러자 유비는,
"자룡, 자네는 하늘이 내린 선봉장이네 자네도 나와 함께 가야 하네."
그러자 장비가 심술이 잔뜩 뭍은 소리로 말한다.
"좋소, 좋아요! 셋이서 즐기러 간다 이거죠? 나 혼자만 쏙 빼놓고!..."
그 말을 듣고 관우가 웃으며 말한다.
"허허헛, 셋째! 서주는 우리의 근거지라 목숨처럼 중요한 곳이네. 집만 잘 지키고 있어도 큰 공을 세우는 셈이지."
그러자 장비는 역시 심술이 잔뜩 묻은 소리를 내뱉는다.
"흥!"
"안돼!"
유비가 관우의 말을 제지하고 나섰다.
"셋째가 성격이 급하고 충동적이라 이런 임무에는 적당하지가 않네, 이 문제는 다시 얘기하도록 하세."
말을 마친 유비가 자리에 앉아버리자,
장비가 가시 돋친 어조로,
"엣? 무슨 소리요? 형님은 나를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니오? 내가 서주마저 지키지 못하면 내 목을 베어버리슈!"
그러자 유비가 장비에게 다짐을 받듯이 물었다.
"정말 잘 할 수 있겠나?"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시오. 서주는 나 장비한테 맡기고."
"좋아! 그렇다면 규칙을 몇 개 정할 테니 우리가 출정할 동안 꼭 지켜야 하네."
"형님, 말씀만하슈. 예! 헤헤헤 ... 그저, 술만 못 먹게 하게 되면..."
그러자 유비가 바로 손가락을 세워 장비에게 보이며 말한다.
"맞아! 제일 첫 번째 규칙이 금주네!"
그 말을 들은 장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것도 순간, 장비는,
"싸우러 가지 못 하는 것도 괴로워 죽겠는데 술까지 못 마시게 하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구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돌아서며,
"에이, 그러면 관두세, 관둬!"
유비(劉備)가 고개를 흔들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자 장비가 황급히 유비의 팔을 잡아 당기며,
"에,에,에.., 형님! 하면 되지 않소, 하면 되지 않소! 형님! 규칙이 뭔지 말씀해보슈!"
"좋아, 첫째! 술 마시지 말것!"
"음!..."
"둘째, 성질 부리지 말것!"
"예!"
"셋째, 부하들을 때리지 말것! 이 세가지는 군령(君令)이네. 이를 어길시엔...."
"걱정하지마슈! 그 정도 쯤이라면 뭐, 이 장비도 할 수 있다고요. 예, 개선할 때를 기다렸다가 그때 실컷 마시지요.
하핫, 하하하!...."
(그러나.. 고양이가 생선을 지킬 것인지, 장비(張飛)가 술을 안 마실 것인지? 그것은 결코 알 수 없는 일이 아니던가?)
삼국지 - 80회로 계속~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
여포가 유비를 도울 때 일이다.'이호경식지계'를 이용하여 여포와 유비를 갈라놓고 서로 싸우게 만들려 했으나 유비가 받아들이지 않자 순욱이 재차 내놓은 계책이 구호탄랑지계이다. 몰 구(驅), 범 호(虎), 삼킬 탄(呑), 이리 랑(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