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手語) 배우기 /김이령
손끝에서 부푸는 말 둥글게 빚어진다
듣지 못한 아이들은 손으로 글썽이고
모음은 부스러기가 많아서 따스하다
창밖엔 소리 없이 떠다니는 흰 눈들
손으로 빚어놓은 새들이 눈을 뜨면
첫 눈은 입을 벌린 채 가만히 녹아간다
침묵으로 세상은 환하게 오는 거라
꿈결에 처음 듣는 자신의 목소리에
말들은 잇몸을 가져 벙긋이 태어난다
<서울신문 2025년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달을 밀고 가는 휠체어
박략균
물비늘 일으킬 때 주저앉는 여름밤
내려온 눈썹달이 당신 뒤를 밀어주면
휠체어 해안선 따라 바퀴가 걸어간다
당신의 마디마디 달의 입김 스며들어
번갈아 끌어주는 밀물 과 썰물 사이
눈동자 물결에 멈춰 어둠을 다독인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뭍에서 사는 동안
파도만큼 추렁여 눈 뜨고 산 새벽처럼
발자국 병상에 누워 허공을 걷는 어머니
첫댓글 2025년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두편 잘 읽으며 배웁합니다
당선작 답게 수작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수어 저도 배우다말았는데 넘 어려워요
남의 마음을 알아듣는다는게 쉽지않아요
신춘 문예 당선작 답게
시어가 빛나는
멋진 시조네요
저또한 배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