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듀는 불어 “Fondre(녹이다)”에서 어원을 찾고 있다. 바케트 빵을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다음 긴 꼬챙이 모양의 포크에 찍은 후 그것을 치즈 녹인 것이나 소스에 담갔다가 먹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퐁듀의 유래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18세기경 치즈와 와인이 스위스의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독특한 환경 때문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긴긴
겨울을 힘들게 보내야 했던 스위스 사람들이 딱딱하게 마른 빵을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냄비에 치즈를 녹여 찍어 먹었던 것이 유래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가난한 시절에 먹어야 했던 음식이 이제는 여러 가지 스타일로 발전되어
스위스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다.
퐁듀에 들어 가는 재료들의 역할 하나 하나는 매우 중요하다. 퐁듀에 사용되는 치즈는 일반적으로 그루엘(Gruyere) 치즈와 에멘탈(Emmenthaler) 치즈를
사용한다. 이 두 가지 치즈가 모두 사용되는데, 한가지만 사용할 경우에는 맛이 너무 강하거나 부드럽기 때문에 두 가지를 섞어서 사용해야 한다.
이 두 치즈를 녹이는 데는 일반적으로 백포도주가 사용되는데 이것은 치즈가 직접적으로 열을 받아서 눌지 않도록 하며 백포도주의 향을 첨가해 맛을
더해주기 위해서이다. 치즈가 제대로 발효가 안된 경우에는 키르쉬(Kirsch)라는 체리술을 첨가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 치즈가 잘 펴지게 하기
위해서는 마늘을 첨가한 옥수수 녹말과 밀가루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스위스의 각 지방(Canton)마다 고유 스타일이 있어 약간씩 조리
방법이 다르다. 제네바의 경우는 위 두 가지의 치즈 외에 다른 치즈 한가지를 더 이용하며 버섯을 첨가한다. 또한 스위스의 동쪽 지방에서는
아펜젤러와 바체린 치즈를 사용하기도 한다.
퐁듀를 먹기 위해서는 퐁듀 전용
항아리를 사용해야 한다. 이것을 “캐쿠론(Caquelon)”이라고 부른다. 원래는 질그릇 같은 항아리를 사용해야 하지만 대체로 사기로 만들어진
것과 쇠로 만들어진 항아리를 많이 사용한다. 어떤 종류의 항아리를 사용하던 열전도율이 크지 않아서 눌어 붙거나 식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항아리는 알코올 램프에 의해 데워지는데 끓여서 먹는 것이 아니라 데워 먹는 것이기 때문에 화력이 좋아야 될 필요는 없다. 단지 치즈가 굳지 않을
정도의 열을 내면 된다. 그리고 퐁듀를 먹기 위해선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서양의 다른
음식과는 달리 공동으로 항아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퐁듀용 포크로 찍은 음식은 이로 살짝
물어 포크를 뺀 다음 음식을 입 속으로 넣어야 한다. 즉, 입 속으로 포크를 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빵이 아닌 쇠고기 퐁듀를 먹을 경우에는 퐁듀 포크로 고기를 찍어 항아리에서 적당이 조리하여 개인 접시로 고기를 가져와서 일반 포크로 분리시킨
다음, 소스를 찍어 먹어야 한다. 고기 퐁듀의 경우에는 일반 포크를 사용하며 퐁듀 포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치즈에 찍어먹는 빵의 경우, 일반적으로 바게트빵을
잘라서 사용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빵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퐁듀 스타일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퐁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퐁듀 부르기뇽
(Fondue Bourguignonne guignonne)’ 을 많이 찾는다. 앞에서 얘기 했듯이 쇠고기를 이용한 퐁듀이다. 쇠고기를 치즈에다 찍어 먹는 것이 아니라 퐁듀 항아리에 버터와 오일을 달궈 쇠고기와 야채를 조리해 먹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퐁듀 항아리가 움직이지 않도록 무거운 항아리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쵸코렛 퐁듀, 이탈리아식 퐁듀, 네델란드식 퐁듀 등이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먹게 된다. 공통적인 이유는 다 알겠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이유로만
음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눈으로 먹는 음식도 있으며 맛으로 먹는 음식도 있고 향으로 먹는 음식도 있으며 분위기로 먹는 음식도 있다.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으나 퐁듀는 재미로 먹는 음식인 것 같다. 일단 음식을 긴 포크로
항아리에 있는 치즈에 찍어 먹어야 한다는 것이 재미있고 여러 사람들이 둘러 앉아서 웃고 떠들면서 먹는다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는
여자가 퐁듀를 먹다가 항아리에 음식을 빠트리게 되면 오른쪽 남자에게 뽀뽀를 해야 한다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