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에게 !
삼십년만에 들어 본 꿈같던 너의 목소리
마음이 아파 몇칠을 뜬 눈으로 보내야 했단다
우연히 알게된 너의 전화번호
전화를 걸기위해 일주일을 고민을 하다
지역번호 누르고, 너희 집 전화번호를 누르고
그만,
번번히 마지막 번호를 누르지 못했단다
너무 두려웠지
네가 나를 알아 볼 수 있을지
또 갑작스런 나의 전화를 어떻게 생각할 지
너 아직도 기억하고 있니?
찐 감자.
너희집안과 우리는 먼 친척 뻘 된다는
어른들 말씀은
내가 너에게 다가 갈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철조망이 었으며
여린 내 가슴을 까맣게 태우게 했단다
너희와 우리 밭이 같은 청석골에 있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너와 자주 마주치게 되었지
햇볕이 장마비 처럼 내리 쏟다
여우비가 내리던 어느 늦 여름
새색시 처럼 수줍음이 많던 나에게
네가 다가와 말없이 찐감자를 내밀고
마치 무슨 죄라도 지은 아이 처럼
도망가던 네 모습,
그 날 이후 피어난 감자꽃 한송이로 인해
아직까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단다
네가 연락도 없이 번개처럼 시집간 이후
나의 뻥뚫린 가슴은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었고,
밭고랑 처럼 깊은 상처만 패였으며,
청포도알 처럼 고독만 익어갔단다
삼십년간의 고독을 깨우는 네 목소리
나는 제 역할을 못하는 고장난 녹음기가 되어
끊을 수밖에 없었던 마음 아니?
다행히 너도 그 감자꽃을 아련히 간직하고 있더구나
오늘 처럼 비오는 날
너와 내 가슴속에 묻혀있는
그 감자꽃을 함께 보고 싶구나
아저씨가 하루 빨리 완쾌되어 너의 보금자리에
비둘기가 날기를 하나님께 빌고 또 빈단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그때 나의 용기없음을 탓하며, 응어리진
가슴을 부여잡으며
애끗은 하늘 탓만 한단다
2003.8. 24
[님들 안녕? 인천은 비가 그쳤네요. 언제 또 내리 쏟을지
하늘은 잔뜩 화가난듯 찌푸려 있네요. 편히 쉬시고
평안하세요.............인천서 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