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으로 널리 칭송을 받는 5월(4월 말 포함)에는 많은 축제와 볼거리가 천하 곳곳에서
열린다. 그중 단연 갑(甲)은 내 기준이긴 하지만 서울연등회와 석가탄신일, 그리고 간송미술관
(澗松美術館) 특별전이 아닐까 싶다.
서울연등회(연등축제)는 서울 및 불교 축제의 으뜸으로 이제는 천하 제일의 축제로 단단히 자리
를 굳혔다.
보통 석가탄신일 1주 전 금/토/일에 열리는데, 주말 전날인 금요일부터 조계사(曹溪
寺)와 강남 봉은사(奉恩寺), 청계천(청계광장에서 광교4거리 구간)에서 연등 전시회가 그 서막
으로 열리며. 초파일 당일까지 오색영롱하게 불을 밝힌다.
그리고 축제의 중심인 토요일이 되면 장충동 동국대(東國大) 운동장에서 어울림마당이
16시 30
분부터 18시까지 열리는데, 이 마당은 연등행렬을 위한 몸풀기 행사로 관불의식을 비롯해 흥겨
움을 유발하는 다채로운 전통 공연이 펼쳐진다.
그 공연이 끝나면 19시부터 서울연등축제의 갑
이라 할 수 있는 연등행렬(제등행렬)이 장엄하게 진행된다.
연등행렬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옛 동대문운동장)을 출발하여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조계사에서
끝을 맺는데,
진행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며, 조계사를 비롯하여 서울과 전국 사찰, 불교단체
/학교에서 준비한 온갖 연등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이때 선보이는 등은 무려 10만 개가 넘는다
고 하니 가히 연등의
성지(聖地)라 할만하며, 그 연등도 모두 똑같은 것이 아니라 매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여 전혀 식상하지가 않다. (연등행렬시간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부터 조계사까지
도로를 통제함)
햇님이 지평선 너머의 그만의 공간으로 쏙 사라지고 땅꺼미가 짙어지면 행렬에 나온 연등은 어
둠을 걷어내고자 일제히 빛을 발산하면서 종로는 고운 연등빛에 잠기며,
연등행렬이 조계사에
모두 모이면 그 뒷풀이로 회향(廻向)한마당이 23시까지 펼쳐져 다시금 어깨를 들썩거리게 한다.
또한 그날 행군한 연등의 일부는 조계사와 우정총국 주변, 종로1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옛 제일
은행) 앞에 두어 자정까지 못다한 불을 밝힌다.
다음 날 일요일은 정오부터 조계사와 우정국로 일대에서 전통문화마당과 공연마당이 열린다. 불
교와 관련된 갖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체험비를 받는 코너가 많음) 각가지 전통 놀이
공연, 영산재 등을 구경하면서
허기가 지면 곳곳에 마련된 먹거리 코너에서 불교 음식과 떡, 음
료수 등을 사마시면 된다. 그리고
연등 만들기와 도자기 체험, 다도(茶道) 체험, 사찰/전통 음
식 체험을 비롯해 다른 불교 국가의 불교 문화까지 두루 만날 수 있어 이때만큼은 완전히 천하
불교의 성지가 된다.
축제는 19시까지 진행되는데, 17시부터 슬슬 자리를 정리하여 19시부터 다시 연등놀이를 연다.
이는 전날에 벌이는 연등행렬의 축소판으로 조계사를 출발해 인사동을 1바퀴 돌고 다시 조계사
로 돌아오는 짧은 코스로 진행되며, 조계사에 모이면 모두 함께 신명나게 춤을 추고 어울리는
시간을 갖다가 21시에 모두 마무리를 짓는다.
서울연등축제는 연등회(燃燈會)란 이름으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되었으며, 서
울
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와 사찰, 그리고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도 연등축제가 열린다. 그
렇다면 이 연등회는 과연 언제부터 열리기 시작했을까?
연등회의 시초는 확실하지 않으나 관련 최초 기록은 삼국사기 경문왕(景文王, 재위 861~875) 조
에 나온다. 당나귀 귀로 유명했던 경문왕은 정월 대보름에 황룡사(皇龍寺)로 행차해 연등을 간
등(看燈, 등을 구경하다)했다고 하며, 진성여왕(眞聖女王, 재위 887~897)도 그랬다. 그런
것을
보면 신라 말에 이미 절에서 연등을 밝혀 축제 비슷하게 했음을 가늠케 한다.
그런 연등회는 고려로 넘어오면서 국가적인 행사로 거듭난다. 태조 왕건(太祖 王建)은 그의 훈
요10조(訓要十條)를 통해 팔관회(八關會)와 함께 연등회를 중요시하라 했고,
무려 연등도감(燃
燈都監)이란 관청까지 두어 연등회를 담당했다. 이때 연등회는 매년 2회, 음력 정월 대보름과 2
월 보름에 개최하여 만백성이 즐겼고, 연등을 며칠 동안 밝혀 밤에도 대낮처럼 밝았다고 한다.
석가탄신일(4월 초파일)에 본격적으로 연등회를 벌인 것은 의종(毅宗, 재위 1147~1170) 때로 백
선연(白善淵)이 초파일에 연등회를 연 것이 그 시초로 여겨지며, 1245년(고종 32년) 최씨
정권
의 2대 실력자인 최이<崔怡, 최우(崔瑀)>도 초파일에 밤새도록 연회를 벌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조선은 고려와 달리 불교를 탄압하면서 나라 주도의 연등회는 사라졌으나 백성들은 계속
연등회
를 즐겼다. 저녁에는 등을 들고 나오는 관등(觀燈)놀이가 성행했고, 이종가(二從街) 관등은
한
양8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왜정 때도 연등 풍습을 여전했고, 초파일이 다가오면 절과 불교
단체에서 연등을 만들어
종로 거리에 걸었다.
1955년 초파일에는 조계사 부근에서 연등행렬을 벌이면서 현대 연등축제의 서막을 열었고, 1976
년부터는 여의도에서 조계사까지 연등행렬을 벌이기에 이른다. 이후 1996년부터는 동대문운동장
(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조계사로 코스를 크게 수정했고, 이제는 5월(4월 하순)만 되면 손
꼽아 기다리게 되는 천하 제일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 서울연등회 일정과 행사 내용, 연등은 매년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음 |
첫댓글 연등축제를 보지 못했는데 멋진 사진으로라도 보니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올해는 여객선 사고로 인해 전국적으로 하지 못하고 서울만 했다고 합니다. 글보셨으면 손가락 뷰온좀 노란 리본 달듯 눌러주시길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