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케어 제품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성분’을 넘어 이제는 어떤 과정으로 얼마나
안전하게 만들었는가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 1 제주 무농약 생녹차 성분이 피부를 촉촉하고 맑게 가꿔준다.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씨드 세럼’. 가격
2만2천원. 2 안티에이징에 효과적인 론고자 성분이 피부를 매끄럽게 케어해준다. 디올의 ‘캡춰 토탈 드림 스킨’.
가격 14만원. 3 오키드의 활성 성분이 눈가 노화 흔적을 개선한다. 겔랑의 ‘골드 오키드 임페리얼 아이 앤 립
크림’. 가격 26만원대. 4 장미 꽃잎을 샘물에 증류해 만든 샹테카이의 ‘퓨어 로즈 워터’. 가격 9만8천원.
5 바닐라-플래니폴리아 꽃 성분이 노화의 징후를 해결해준다. 샤넬의 ‘수블리마지 라 크렘 파인 텍스처’. 가격
46만원. 6 80여 가지 꽃과 식물의 자연 발효 성분이 피부를 탄력 있게 가꿔준다. 숨37의 ‘시크릿 프로그래밍
에센스’. 가격 8만원. 7 여주 쌀을 빨간 누룩으로 발효시켜 만든 보습 에멀젼. 한율의 ‘진액 에멀젼’. 가격
3만8천원대.
패키지를 뒤집어 꼼꼼히 성분 분석표를 살펴보던 소비자들이 이제 그 단계를 넘어 ‘어떤 재배 환경에서 얼마나
안전한 과정으로 만들었나’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피부에 좋은 성분을 담았다 해도 어떤 환경에서 자란
성분들인지 알 길이 없으니 (대기 오염이 심한 서울 하늘 아래서 자란 식물과 제주도의 맑은 환경에서 자란 식물은 천지 차이니까), 어찌보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이렇게 환경 오염에 점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예민한 성향을 발빠르게 캐치한 몇몇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들이 저마다 ‘비하인드 더 신’을 공개하고 나서, 이를 지켜보는 일이 꽤나 흥미롭다. 먼저, 지난달 ‘업그레이드’를 외치며 대대적으로
그린티 라인 리뉴얼에 나선 이니스프리부터 살펴보자. 기자 간담회에서 소개한 뉴 그린티 라인의 ‘착즙 방식’은 에디터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고열 건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녹차 잎을 착즙 방식으로 짜내 더욱 신선하고 깨끗한 상태로 피부에 바를 수 있다는 게 브랜드 관계자의
설명인데, 제주도의 푸른 하늘 아래, 청정 무농약 녹차 밭에서 싱그럽게 흔들리고 있는 원료를 보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숨37의 행사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시크릿 프로그래밍 에센스’ 한 병을 만들기 위한 제작 과정을 토시 하나 빼놓지 않고 상세히
설명했는데, 신선한 원료를 엄선하는 과정은 물론 10km 내에 상업 시설이 없는 강원도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발효 센터를 세운 것과 1년 이상,
엄격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8만원이라는 가격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한율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전지현이
“피부가 예쁘면 다 예쁘니까”라고 말할 수 있는 뒷배경엔 빨간 쌀이라는 귀한 성분이 있다. 진액 스킨과 진액 에멀젼은 여주의 유기농 쌀을 8일간
정성껏 발효시켜 추출한 ‘홍국발효진액’이 주요 성분. 쌀이 피부에 주는 영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재배되어
정성껏 발효까지 시키는 줄은 미처 몰랐다. 더페이스샵은 아예 프린트 광고를 통해 제품 제작 과정을 널리 알리고 있다. 수지의 피부 노하우로
알려지며 브랜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씨눈 에센스’는 강원도 인제 고랭지의 무공해 청정 토양에서 채취한 토종 야생 콩의 씨눈을
원료로 한 것이다. 이는 1년 중 10월 한 달만 채취가 가능한 것이라 더욱 귀한 성분이다. 브랜드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원료의 재배지와
채집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하는 것은 사실 글로벌 뷰티 브랜드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토양, 물, 기후 등의 재배 환경을 완벽하게
갖춘 지역만 명예의 ‘디올 가든’으로 지정하고, 많은 노력과 오랜 관심을 기울여 대부분의 스킨 케어 제품의 베이스가 되는 꽃 성분을 재배하는
디올, 유럽 전역에 걸쳐 최상급의 장미를 한데 모은 후 질 좋은 장미만 수십 번 걸러 로즈 페이스 마스크를 만들어내는 프레쉬(신선한 2.2톤의
장미에서 단 1kg만 얻을 수 있는 장미수가 주원료다), 프랑스 남부 그라스 지방에서 자라는 5월의 장미를 이른 새벽에 수확해 귀한 한 병의
‘퓨어 로즈 워터’를 뽑아내는 샹테카이, 탐사 보호 구역에서 비료나 제초제 사용 없이 자연 상태 그대로의 오키드를 7년 이상 꾸준히 재배해
성분을 추출해내는 겔랑, 1kg의 활성 성분을 생산하기 위해 6만 개의 녹색 열매와 1만4천 송이의 신선한 꽃을 채집하는 샤넬 등 재배 환경을
당당히 공개하고 원료 채집 과정을 세세히 보고하는 현상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피부를 괴롭히는 유해 환경에 둘러싸여 힙겹게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이렇게 설득력 있는 주장도 없을 테니까!
CREDIT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공인아
포토그래퍼 : KIM TAE SUN
스탭 : 어시스턴트 / 조우리
출처 : Vogue Girl web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