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식은 대개 참신하고 흥겹다.
때론 뭉클하고 순결했다.
예식의 순서와 절차를 일부러 묻지 않는 한 부모는 좀처럼 알 수 없었다.
알려주지도 않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청춘들이 자신들의 컨셉에 맞게, 자신들만의 색감으로 캔버스를 잘 채워갈 것으로 믿었으니까.
과연 진행엔 짜임새가 있었고 내용은 충실했다.
진정성이 느껴졌고 어느 대목에선 콧등이 시큰했다.
'혼인서약' 시간이 되자 신랑 신부가 인쇄된 활자를 읽는 대신에 노래로 그 서약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서약'은 말 그대로 '굳은 맹세와 약속'을 의미했다.
생경한 시도였지만 한편으론 신선했다.
먼저 신랑이 마이크를 잡았다.
청년이 선택한 곡은 '임영웅'의 '이젠 나만 믿어요' 였다.
무얼 믿는 걸까 부족했던 내게서 나조차 못 믿던 내게 여태 머문사람
무얼 봤던 걸까 가진 것도 없던 내게 무작정 내 손을 잡아 날 이끈 사람
최고 였어 그대 눈속에 비친 내모습 이제는 내게서 그댈 비춰줄게
궂은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
그댄 편히 걸어가요 걷다가 지치면 내가 그대를 안고 어디든 갈게
이제 나만 믿어요
나만두고 가던 나만 스처 간 행운이 모여 그대가 되어서 내게 와준 거야
궂은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
그댄 편히 걸어가요 걷다가 지치면 내가 그대를 안고 어디든 갈게
이제 나만 믿어요
나의 마지막 주인공이 되어 다신 누구 앞에서도 그대는 고개 숙이지 마요
내가 보지 못했던 홀로 고단했던 시간 고맙고 미안해요 사랑해요
이세상은 우리를 두고 오랜 장난을 했고 우린 속지 않은거야
이제 울지마요
좋을 땐 밤새도록 맘껏 웃어요 전부 그대 꺼니까
그대는 걱정 말아요
이제 나만 믿어요 .
사랑하는 자신의 반쪽에게 바치는 굳은 맹세였고 씩씩한 사내의 진중한 다짐이었다.
지난 5년 이상 결코 평탄치 않았던 사랑이었다.
세상적인 조건의 밸런스가 맞지 않았고, 그런 출발이었으니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의당 둘은 힘겨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 절절한 노래를 듣는 내내 내 가슴도 먹먹했다.
청년의 '혼인서약'이 끝나자 하객들의 힘찬 격려와 박수가 터졌다.
박수와 환호가 잦아들자 이번엔 수줍음 많은 신부의 '혼인서약'이 이어졌다.
'아이유'의 Love wins all'이었다.
Dearest, Darling, My universe 날 데려가 줄래?
나의 이 가난한 상상력으론 떠올릴 수 없는 곳으로
저기 멀리 from Earth to Mars 꼭 같이 가줄래?
그곳이 어디든, 오랜 외로움 그 반대말을 찾아서
어떤 실수로 이토록 우리는 함께일까
세상에게서 도망쳐 Run on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
나쁜 결말일까 길 잃은 우리 둘 um
부서지도록 나를 꼭 안아 더 사랑히 내게 입 맞춰 Lover
Love is all Love is all Love Love Love Love
결국, 그럼에도 어째서 우리는 서로일까
세상에게서 도망쳐 Run on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
나쁜 결말일까 길 잃은 우리 둘 um
찬찬히 너를 두 눈에 담아 한 번 더 편안히 웃어주렴
유영하듯 떠오른 그날 그 밤처럼,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
산산히 나를 더 망쳐 Ruiner 너와 슬퍼지고 싶어 My lover
필연에게서 도망쳐 Run on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
일부러 나란히 길 잃은 우리 두 사람
부서지도록 나를 꼭 안아 더 사랑히 내게 입 맞춰 Lover
Our Love wins all Love wins all
Love Love Love Love
신랑의 서약 때보다 더 크고 깊은 울림이 웨딩홀을 흔들었다.
한동안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신부의 아버지는 손수건을 꺼내 연방 안경 너머 눈가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신랑 신부가 노래를 잘 불렀는 지 아닌 지는 중요치 않았다.
한 줄 한 줄의 가사와 그 의미가 하객들의 가슴에 '큐피드의 화살'이 되어 날아가 박혔다.
노랫말이 그들의 '서약'이었고 가사가 그들의 '기도'였다.
내 콧등도 자꾸만 찡해졌다.
"이젠 나만 믿어요"와 "Love wins all"
더 이상의 부연은 사족일 테니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노랫말 안에 우주가 담겼고 영원한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보았다.
서약의 두 곡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언약궤'가 또 있을까?
예식은 간결했다.
하지만 임팩트 있게 끝났다.
이 신혼부부의 '러브스토리'를 잘 아는 이들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감동의 여윤이 쉬이 가시지 않았으리라.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도한다.
젊은 신혼부부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