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걷기을 읽었다. 20대초반인 대구출신의 고졸군필자가 엄마에게 얹혀살다가 2009년 여름에 통일전망대까지 무전여행을 한 기록이다. 비상금 5만원을 가지고 도보여행을 하면서 주로 오전에 이동하고 오후에 현지 시장이나 상가에서 날품을 팔아 저녁에 찜질방에서 자거나 돈을 못벌면 상가 건물에서 노숙하는 방법이었다. 밥은 주로 2천원에 3개하는 라면을 사서 뜨거운 물을 얻어 불려먹었고 밥은 얻어먹는 방식이었다. 농촌에서는 주로 마을회관이나 경찰서, 소방서, 학교 등을 이용했는데 그 먼 거리를 샌달을 신고 출발했으니 개념없는 총각이라고 볼 만하다.
부실한 준비로 무리한 행군을 시작했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움을 받으면 쪽지라도 꼭 쓰는 감사하는 습관은 배울만한 점이다. 그리고 몸으로 때울 수있는 일이면 뭐든 하려고 하니 다행이다. 통일전망대를 방문하고 서쪽으로 방향을 돌려 서울로 향했다. 운좋게 알바를 구해 35만원을 벌고 파주에 살고 있는 형도 몇년만에 봤다. 내려가는 길에는 오산에서 일당6만원으로 일을 해서 만원짜리 고기부페에서 2시간동안 몸보신을 했다. 추석이 가까와 오는데 선물을 보내기위해 과일농장에서 4일간 일을 하고 받은 과일을 집으로 보낼 수있었다. 숙식도 해결됬으니 휴식기간이기도 한 셈이다. 보너스로 10만원을 더 받기도 했다.
보령을 지나 군산, 광주를 거처 목포로 향하는 길에 벼가마니를 트럭에 싣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날 목표한 거리를 다 왔기에 남는 시간에 일손을 도와주었는데 숙식도 제공받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일손이 부족한 정미소에서 2일간 일을 돕는 휴식기간을 가졌다. 여기서도 보너스로 5만원을 주셨다. 덕분에 일을 하지않고 라면을 먹으면서 정자나 빈 건물에서 침낭을 덮고 자는 평범한 도보여행을 할 수있었다. 해남을 찍고 포항에 있는 큰형에게 갔다. 그리고 이틀을 더 걸어 세달만에 대구의 집에 도착했다. 그동안 비상금은 사용하지 않았고 귀가하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