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사를 잘 마쳤다.
수많은 하객들에게 전화나 문자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
연세가 많은 분들껜 전화를 드렸고, 칠순 아래는 주로 문자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
일, 월, 화
벌써 3일째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며 문자를 드리고 있다.
많다.
이젠 손가락이 욱신거릴 지경이다.
심플하고 통속적인 감사인사를 일괄적으로 보내는 기능이 있다.
간결하고 쉽다.
그 기능을 몰라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런 패턴이 싫어서 무식하게 일일이 타이핑을 하고 있는 거다.
존칭과 평칭, 친소의 구분, 나이의 많고 적음, 상대방의 소통 방정식과 스타일까지 감안해 세분하여 보내고 있다.
삼백하고도 수십 건이나 되는 짧은 레터 형식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가 신뢰하고 사랑하는 어느 후배에게 보낸 글이다.
6개월 사이에 두 자녀의 혼사를 치르고 분가시켰다.
조금 정신 없는 시간이었지.
연속해서 두 건의 혼사를 치르고 보니 작금의 결혼은, 35년 전 우리가 백년가약을 맺던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부모의 입장이나 일정표가 아니라 청년들의 컨셉과 시간표에 따라 진행되었으니까.
두 청년들이 '주연'이었고 양가 부모는 '조연'으로서 작은 역할에 그쳤지.
젊은이들이 주관하다 보니 신속, 정확, 심플하여 장점이 많다고 느꼈다.
그만큼 세상도 변했고 시대가 달라졌으니까.
부모로서 현재의 마음은 솔직히 홀가분하고 좋다.
어린 자녀들에 대한 '건강한 양육', 성인이 된 다음 '완전한 독립'이라는 인생의 지엄한 숙제가 원만하게 끝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정감은,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멀고 험한 인생의 항해에서 온갖 파랑을 만날 텐데,
"이제는 부모보다 사랑하는 동반자가 늘 곁에 있으니 외롭지 않겠구나",
"매순간 그 반려자와 동고동락할 수 있으니 든든하고 힘찬 에너지를 받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이 자신의 앞길을 힘차게 개척해 나가면서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하고 있다.
나도 더 큰 밑그림과 균형잡힌 리더십으로 집안과 가문에 소통, 공감, 추억의 열매가 풍성할 수 있도록 진중하게 노력해야겠지.
이번 우리 혼사에 보내준 후의와 따뜻한 관심에 깊이 감사드린다.
덕분에 큰 힘이 되었고 원만하게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긴 인생길을 동행하면서,
향후에 아우의 댁에 경조사가 있을 때 이 고마움에 대해 꼭 보은하고 싶다.
주변을 두루두루 살피며 더불어 함께 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다시 한번 사랑하는 아우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고맙다.
2025. 3. 25
혼주 현기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