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갈까? 네가 올래? "큰 딸내미가 구리로 귀성을 했고 새벽 2시 30분에 부녀 상봉을 했어요. 매뉴(삭스핀&짬뽕)가 못마땅했지만 아내와 약혼식을 했던 충정로 '만리성' 분위기가 나서 아내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았어요. 때마침 날리는 눈발은 세트장이 따로 없습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3일 전에 전화로 날을 샜는데도 정치-경제-종교-문학-예술-연예 등등 담론이 밑도 끝도 없어요. 예고 티칭-졸업-아카데미 입문- 수행 기사-대학원-영어-유튜브-결혼... 듣기만 해도 심장이 마구마구 뛰지 않습니까?
-
혹여 당신은 세상이 한 번 확 뒤집히길 원하시나요? 이 나이(61)에 이념의 대립으로 화병이 나서 죽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세상을 무력으로 뒤집고 싶진 않아요. 물론 소멸-생성은 우주의 이치지만 말입니다. 작금의 조선은 '우파와 좌파'의 갈등이 기존 가치를 송두리째 집어삼켜버린 형국입니다. 20세기 공산주의 vs 자유진영의 대결에서 볼셰비키마저 무너트린 이후 민주주의가 최고의 가치인 줄 알았는데, 2025년 현재 정치 경제 문화까지 마르크스가 시퍼렇게 환생한 느낌을 받습니다.
-
우리가 아는 것처럼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의 스승이었던 플라톤은 2000년 기독교의 틀을 만든 인물입니다. BC 4년 정도를 역사적 예수의 실존 연대로 볼 때 4대 성인 (소크라테스(BC3)-예수(BC4)-석가(BC 6)-마호메트(AD 570) 중 3명이 동시대 사람입니다. 그동안 플라톤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만 보았는데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그의 '정치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플라톤의 정치사상으로 대표되는 '이상 정치'는 철인정치를 의미합니다.
-
스승 소크라테스가 재판에서 배심원들 투표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테네 민주주의의 폐단과 민주정에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깊은 아포리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플라톤의 입장에서 민주정은 지배자들(참정권을 지닌 시민)의 이해관계만을 따지는 중우정치 체제였습니다. 그는 “철학적 삶의 우위와 적용이 민주정이다”라고 생각했으며 철학 부재의 아테네 정치를 크게 우려했습니다.
-
정치철학뿐만이 아니라 예술비평, 영혼론 등 수많은 테마로 엮어진, 정치와 철학의 연결을 고민한 플라톤의 대작 '국가'를 살펴봅니다. 원제는 'politeia'로, '국가'보다는 '정치 체제'가 더 정확합니다. 여기서 묘사되는 이상 국가의 모습은 전체주의 국가체제에 가까우며, 당시에는 생각하기 힘든 남녀평등사상도 나타납니다. 전체주의 사상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나아가 노르딕 복지국가의 사회민주주의 사상과도 연결이 됩니다.
-
이상 국가의 실현을 위해서는 학문 중 최고봉이며 인간 형성의 근원인 철학으로 국가 지배가 통일되어야 하며, “선의 이데아를 갖춘 철학자들이 왕이 되거나 현재의 왕이 철학자가 되지 않는 한 세상의 불행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정의를 실천할 사람으로 철학자 겸 통치자인 철인왕의 정치가 최선의 국가 모델이라고 하였습니다. 국민 전체의 행복을 배려하고 국사에 전념하는 철학자들은 사적인 것이나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
플라톤은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각기 다양한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고 다른 사람의 역할을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은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사물을 판단하는 이성,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기개, 사지로부터 분출되는 욕구 등이 각각의 기능을 다하며 조화를 이룰 때 인간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플라톤은 이성을 갈고닦음으로써 지혜가 생겨나고, 기개를 발전시킴으로 용기가 생겨나고, 욕구를 억제함으로 절제가 생겨난다고 하였습니다.
-
공동체의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때 사회와 국가는 조화롭게 형성되고 유지되어 나갈 수 있습니다. 개인이 저마다 주어진 역할(3구분)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플라톤은 지혜를 가진 철학자가 통치를 하여야 하고, 용기를 가진 자는 용기로 무장하여 적을 방어하여야 하며, 욕구를 가진 자는 욕망을 절제하여 생산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따라서 계급에 따른 지혜, 용기, 절제는 이들에게 중요한 실천 덕목이 되며, 이러한 조화를 통하여 국가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세 가지 영혼 중 어느 부분의 영혼에 충실하여야 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계급을 3등급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이상 국가는 생산자, 수호자, 지배자의 3계층으로 이루어집니다. 철인왕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엄격한 엘리트 교육과 훈련을 통과해야 합니다.
-
그런데 이러한 철인왕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법'에서는 ‘사람의 지배’를 대신할 ‘법의 지배’를 제시하였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도 국가의 주된 기초는 좋은 ‘법률’과 ‘군대’라고 하였습니다. 국가를 통치하는 철학자는 지혜를 갖추기 위한 어렵고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데아(idea) 중 최고의 가치인 선의 이데아를 스스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치자는 칼리 폴리스(철인왕이 지배하는 유토피아)의 통치자 교육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하고 선의 형상까지를 인식하는 현자가 되어야 합니다.
-
권력자는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아야 합니다. 칼리 폴리스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유재산과 가족제도는 금지되어야 합니다. 아주 비현실적인 주장처럼 들리지만 절대적 공유제의 실현만이 정의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절제로 가득 찬 도시, 사유재산의 폐지와 절대적인 공유제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철학자뿐입니다. 전사 계급에게 시행되는 통제된 예술교육만으로는 사적인 욕망을 억누르고 절대적인 공유제를 실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
또한 수호자, 통치자는 사유재산이 없는 등 철저하게 사욕을 배제시켜야 하는 '국가의 봉사자'가 될 것을 요구받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삶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금욕적이고 밋밋한 삶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플라톤은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국가의 중대사를 맡길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논어'에서도 법과 제도 보다 ‘사람’을 중시했습니다. 공자는 사람을 통해 그가 꿈꾸는 도덕적 이상 사회를 완성하려고 했습니다.
-
플라톤과 공자의 유토피아의 완성은 지혜롭고 도를 깨우친 현자를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현자(철학자)가 통치하지 않는 국가는 유토피아에 이를 수 없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이 말하는 엘리트는 학력이 높고 스펙이 화려한 사람이 아니라 이데아를 통찰하고 인식할 수 있는 철학적 인재입니다. 철학적 인식이 부족한 지금의 '정치인', '엘리트' 집단은 플라톤이 비판했던 소피스트에 가깝습니다.
-
그리고 '국가'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년 전 마이클 샌 덜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에 관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조망과 논쟁이 있었습니다.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를 ‘강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듣기에 따라 다소 거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의 폐부를 정확하게 찌릅니다. 강자의 이익에 부역하는 정의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세상이 부정의로 크게 혼돈스럽습니다. 부정의가 정의를 밀쳐내고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듯한 2025년 새해, 마오쩌둥-바웬사-무가베가 원래 나쁜 놈이었을까요? 정치 판에 발을 붙이면서 나빠졌을까요?
2025.1.29.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