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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 시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 들려주는
‘오늘을 잘 살고 내일로 전진하기 위한 철학’
우리의 과거에 대한 가장 새롭고도 아름다운 해석!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가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통상 ‘과거’를 떨쳐내고 싶은 괴로운 기억이나 꽃다운 시절로만 머문 어제로 바라보곤 하는 우리의 시야를 전환하고, 삶에 자양이 될 과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샤를 페팽이 철학, 문학, 대중문화를 자유로이 오가며 펼치는 사유의 장을 따라가다 보면, 행복은 과거를 떨치고 나아가는 단호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함께 현재를 잘 사는 능력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때껏 살아온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삶 또한 잘 살고 싶은 당신을 이 빛나는 여정으로 초대한다.
저자 소개
샤를 페펭(Charles Pépin)
1973년 프랑스 파리 근교 생클루에서 태어나 프랑스 국립 정치학교와 국립고등상업학교를 졸업했다.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국립 레지옹 도뇌르 고등학교와 파리정치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했고, 2010년부터 파리 MK2 극장에서 공개 철학 세미나를 열어 대중에게 친근하고 쉽게 철학을 소개해왔다. 현재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 프랑스 앵테르의 철학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으며, 오늘날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이자 작가로 손꼽힌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으로 《만남이라는 모험》, 《자신감-단 한 걸음의 차이》,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때》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어제의 빛이 없으면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1부 과거의 현존들
1 모든 기억은 재구성이다
2 과거의 현존들
2부 과거와 마주하기
3 과거는 현재로 통하는 문이다
4 과거는 정체성의 기반이다
5 과거를 외면할 때 벌어지는 일들
3부 과거와 나아가기
6 과거를 버팀목 삼다
7 과거에 개입하다
8 과거를 안고 나아가다
나오며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주
책 속으로
어제가 과거에만 속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거는 가버리지 않는다. 우리를 이루는 것은 현재보다 과거의 지분이 더 크다. 우리가 체험하는 매 순간은 부리나케 과거에 합류하고 바람에 떠밀려 뒤로 가는 배처럼 달아난다. 현재는 통과만 할 수 있다. 삶 속에서 나아갈수록 경험은 풍부해진다. 그러므로 과거와 잘 지내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자신을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물려받은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과거를 끝없이 곱씹으면서 살지 않기 위해서. 이따금 회한에 매몰되어 과거와 ‘더불어’ 사는 게 아니라 과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_들어가며 〈어제의 빛이 없으면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지식과 정체성, 그리고 이것들의 근간에 있는 기억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베르그송은 우리의 과거가 기억 속에 “무한히 지속되지만”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기억은 우리와 함께 진화하고 삶의 경험, 미래를 투사하는 방식에 따라 현재에 맞춰진다. 한 세기 후 신경과학은 베르그송의 직관을 사실로 확인해줄 것이다. 객관적 기억은 없다. 모든 기억은 역동적 재구성이다. _1장. 〈모든 기억은 재구성이다〉
‘일화기억(자전적 기억)’ 은 베르그송이 말한 추억기억에 해당한다. ‘의미기억’은 단어와 개념에 대한 기억이다. ‘절차기억’은 우리의 반응과 습관에 결부된 것으로 베르그송이 제시한 습관기억에 가깝다. 그리고 작업과 감각에 관한 ‘단기기억(작업기억과 감각기억)’이 있다. 앞서 말한 주요한 세 가지 기억은 단지 기억의 양상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과거가 적어도 세 가지 방식으로 우리 안에서 작용하고, 우리를 이끌거나 혼란스럽게 하며, 우리를 떠받치기기도 하고 구속하기도 한다는 의미다. 과거와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기억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신경과학이 알아낸 바를 잠시 살펴보고 가면 좋겠다. _2장. 〈과거의 현존들〉
프루스트가 전하는 이 장면은 신경과학자들이 말하는 ‘점화amorçge’와 정확히 일치한다. 지각의 흐름 속 정확히 어느 한 지점이 과거의 회귀를 부른다.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탐독하면서 모든 감각이 레미니상스를 촉발하고 점화 현상의 문을 열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들렌의 맛이든, 테이블 냅킨의 감촉이든, 그 밖의 청각, 시각, 후각이든. 최근의 연구들은 프루스트의 직관을 확인해주었다. _3장. 〈과거는 현재로 통하는 문이다〉
사랑에 목매지만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사내아이, 단체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소년, 풀문 파티 다음 날 창을 열고 우다이푸르 호수를 바라보던 여행자, 바랑주빌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넋 놓고 바라보던 사내… 그들은 다 동일인이 아닌가? 추억들이 이 영속성을 밝히 보여주고, 흐르는 세월과 변해버린 모든 것이 무색하게도 지속적인 정체감을 느끼게 한다. 확실히 뭔가가 그대로 남긴 했다. 그런데 그게 ‘자아’가 맞을까 _4장. 〈과거는 정체성의 기반이다〉
가령, 볼테르가 한 말로 잘못 알려진 이 경구는 어떠한가. “행복이 건강에 좋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티셔츠나 머그잔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이 문장은 재미있으면서 ‘엉뚱한’ 느낌이지만 잘 생각해보라. 행복이 그저 선택만 하면 뒤따르는 옵션 같은 것이던가? 손만 한 번 흔들면 고통스러운 과거와 결별할 수 있던가? 행복이 순전히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의지력에만 달려 있나? 이 현대적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우리 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물이 반쯤 담겨 있는 잔을 보고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가 아니라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 과거를 곱씹는 병을 떨치고 건강을 되찾으려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저 앞을 바라보아야 한단다. 이러한 제안들은 매혹적이지만 인생사가 얼마나 복잡하고 오묘한지 간과한다. _5장. 〈과거를 외면할 때 벌어지는 일들〉
우리의 인격은 과거의 산물 그 이상이다. 베르그송이 《창조적 진화》에 썼던 대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역사의 응축” 그 이상이다. 인격은 우리의 정체성인데, 미래를 향해 우리로 하여금 행동하고 창조하도록 이끄는 생의 힘이 가로지른다. 창조적 재연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인격을 표현한다. 그로써 우리는 미래로 도약하는 유일무이한 개인으로서 자신을 실현한다. _6장. 〈과거를 버팀목 삼다〉
정신분석 요법은 내담자에게 일관성이나 도덕적 검열에 연연하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말하게 한다. 그로써 ‘분기分岐, diverger’를 가르치고 과거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 분기의 기술이 무익한 되새김질에 대한 최고의 해독제다. 지적 창조성의 원동력을 분석하는 심리학자들은 그러한 역량이 분기와 수렴 사이를 부단히 왔다 갔다 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분기는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모든 연상과 여담을 허용하는 태도다. 오는 생각 막지 않고 다른 생각을 끌고 오는 것도 막지 않는 태도라고 할까. _7장. 〈과거에 개입하다〉
청춘의 뻗치는 기운은 과거의 것이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팔팔하던 건강도 떠났다. 우리는 늙어간다. 하지만 생이 안겨준 비루함이나 환멸이나 질병 속에서도 지혜를 끌어낼 수 있다. 불의를 거부할 때, 더 나은 세상을 갈구할 때, 투쟁 혹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안에 우리는 다시금 청춘의 갈증과 원기를 되찾는다. 그렇게 열정을 되찾는 것이 가버린 청춘에 대한 애도다. 청춘을 되찾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라 예전의 그 무엇이 현재에 공명하게 하고, 과거와의 관계를 우리 삶의 방식, 혹은 그저 추억으로 연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죽은 자들을 애도할 때와 마찬가지로. _8장. 〈과거를 안고 나아가다〉
과거를 100퍼센트 취하지 않아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때로는 내려놓고 잊기도 하면서 우리는 부단히 앞으로 나아간다. _나오며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출판사 서평
우리가 지나온 인생이 “진짜 삶”이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단 한 줄로 축약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아가라’가 아닐까. 이렇게만 하면 당신도 성공할 거라 부르짖는 온갖 자기계발서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을 이룬 누군가의 인터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어디 말처럼 쉽게 과거를 뒤로한 채 전진할 수 있을까. 어제의 추억, 자라온 방식, 우리를 변화시킨 기쁨 혹은 시련… 우리의 과거는 결코 잊힐 수 없는데.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는 경주마처럼 미래를 향해 내달리는 우리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볼 것을 제안하는 쉼표와 같은 책이다.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샤를 페팽은 철학, 문학, 예술 등을 경유해 길어 올린 사유와 신경과학에 기반한 과학적 탐구를 엮어, 한 인간을 형성하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펼쳐 보인다.
행복은 과거를 떨치고 나아가는 단호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함께 현재를 잘 사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따금 떠오를 때마다 쓰린 과거의 기억도 우리가 그걸 포용하고 재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오늘의 기쁨을 더욱 진하게 누리게 하는 감미료가 될 수 있다!
고대의 지혜에서부터 프루스트, 베르그송, 니체, 프로이트와 같은 대가들의 인용은 물론 데이비드 보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대중문화 아이콘들의 사례까지 풍부하게 제시하여 과거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이 빛나는 여정은 이때껏 살아온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삶 또한 잘 살고 싶은 당신에게 선물 같은 경험이 될 것이다.
어떻게 과거를 미래로 나아갈 힘으로 삼을 것인가?
지나온 삶과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한 철학적 사유
“노화는 얼굴보다 영혼에 더 많은 주름을 새긴다. 늙어가면서 쉰내와 곰팡내를 풍기지 않는 영혼은 없거니와 있더라도 드물다.” 몽테뉴는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 ‘그땐 그랬지…’ 운운하며 걸핏하면 왕년에 자기가 얼마나 잘나갔는지를 늘어놓지 않는가? 실패했던 기억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회한에 젖어 있진 않은가? 저자는 많은 이들이 아름답게 늙어가지 못하는 이유를 과거와 ‘함께’ 살지 못하고 과거 ‘속에서’ 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는 통상 ‘과거’를 떨쳐내고 싶은 괴로운 기억이나 꽃다운 시절로만 머문 어제로 바라보곤 하는 우리의 시야를 전환하고, 삶에 자양이 될 과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과거의 현존들〉에서는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분류되는지, 분류된 세부적 ‘기억들’이 어떠한 작용을 거쳐 현재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와 함께 기억의 끈질길 생명력에 대해 다룬다. 신경과학적으로 기억은 일화기억(체험한 일들에 대한 기억), 의미기억(말과 관념에 대한 기억), 절차기억(기술적 능력, 습관에 관한 기억), 작업기억(당장 필요한 정보를 짧은 순간에 붙잡아놓는 기억), 감각기억(환경에서 비롯된 지각을 찰나의 순간에 저장하는 기억)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다섯 가지 기억이 합쳐져서 영속적으로 작용한다. 신경과학이 꽃피우기도 전인 20세기 초에 이미 철학자 베르그송은 추억이 우리 안에 “존속된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에 들어 일화기억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이 실제로 밝혀지기도 했다. 심지어 ‘잊어버린’ 기억도 뇌 속 어딘가에 남아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새에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한데, 우리가 과거의 어떤 일화를 현재에 다시 소환하고, 다시 해석하여 재구성함으로써 과거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도모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화기억과 의미기억 간의 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기억은 하드 디스크에 차곡차곡 축적되는 데이터라기보다는 언제고 새롭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악보에 더 가깝다. 기억이 그토록 질기다 해도, 쓰라린 기억투성이라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에겐 기억을 재해석할 놀라운 능력이 있기에, 이 책에 소개된 옛 선인들의 지혜와 ‘기억 재강화’와 같은 심리 요법을 활용한다면 더 이상 과거를 족쇄처럼 생각하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2부 〈과거와 마주하기〉는 순간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까닭과 지금의 나로 살 수 있는 이유를 과거에서 찾고, 이런 과거를 외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담고 있다. 포도주 한 잔에 깃든 섬세한 풍미를 발견하고, 난해하다고 여겼던 록 음악을 이제는 즐겨 들을 수 있는 이유는 감각의 취향을 발달시킨 과거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저 유명한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냄새나 맛 등 어떤 감각의 순간만으로도 그 감각에 결부된 옛 감정이 되살아나 벅찬 기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과거의 특정한 감정과 진실로 다시금 연결되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나를 내맡기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과거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다. 가령 퇴근 후엔 스마트폰 알림은 꺼두고, 휴일엔 다음 주 회의 자료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놓는다. 앞일 생각에 불안하다면 현재에도 과거에도 충실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말했듯 과거는 우리 안에 “존속된다.” 잊으려고 술을 마시거나 일에 몰두해도, ‘절대로 돌아보지 말자’고 다짐해도 과거를 ‘완전하게’ 망각하기란 불가능하다. “과거를 외면하고 전진할 수 있지만 그 길은 금세 가파른 오르막이 될 것이다.”(105쪽)
책의 대단원인 3부 〈과거와 나아가기〉는 과거를 버팀목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용서, 애도와 같은 적절한 망각의 기술도 포함된다. 저자는 기억과 추억에 관해 유례없이 새로운 철학을 수립한 베르그송과 자신의 계급 및 출신 문화를 종내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창조적으로 수용한 디디에 에리봉을 주로 인용하면서 프루스트, 보르헤스, 프로이트, 아렌트 등 문학과 철학의 대가들의 레퍼런스를 풍성하게 교차하는 한편, 자신의 내밀한 경험담을 엮어낸다. 저자는 절친한 친구 필리프의 죽음과 그 이후의 자기 삶을 통해 진정한 애도가 남아 있는 자들에게 선사하는 미덕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진정한 애도란 죽음이 끝이 아니란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고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압도적인 슬픔이나 고인과의 추억에 매몰되진 않되, 죽음 이후에도 고인과 공명하는 관계를 부단히 느끼며 또 한 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뒤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때론 우리를 힘겹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된다. 어린 시절의 상처나 실패의 흔적만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건 아니다. “과거에는 행복했던 시간, 충만감이나 흥분되는 발견의 순간, 관조의 기쁨도 가득하다.”(190쪽) 그러니 우리는 그저 “그 순간들을 불러내고 다시 연결되어” 현재를 살면 된다. 저자는 하르트무트 로자의 말을 빌려, 아름다운 기억을 다시 불러낼 “공명”의 순간을 일상에서 자주 만들어내자고 권유한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둘러보는 동안, 예전에 다녀온 다른 미술관의 기억이라든가 각별히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떠오른 대로 생각하며 하염없이 추억에 젖어볼 수 있다. 걷다가 우연히 만난 기이한 형태의 구름에 시선을 빼앗긴 순간에는 보들레르의 시구절에 나왔던 “신기한 구름”이라는 시어를, 그 시를 처음 알려준 문학 선생님을 떠올려 볼 수도 있다. 슬며시 미소를 머금게 하는 과거를 불러오는 데엔 아주 작은 실천만으로도 족하다.
아직도 갈 길이 창창한데, 당신은 남은 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오만한 ‘꼰대’로 남고 싶지 않다면, 다시 못 올 지난날을 그리워하고만 싶지 않다면 과거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보라. 과거를 끌어안고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앞으로의 삶은 당신 안에 깃든 기억들의 힘으로 더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우리의 모든 결정, 모든 경로는 현실이 될 수도 있었을 수많은 가능성을 물리친다. 무엇이 됐을지 결코 알 수 없을 잠재력들을 뒤로하고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약속들을 그냥 내팽개친 게 아니다. 그것들은 섬세하게 세공된 무늬처럼 지금의 우리 안에 새겨져 살아 있다.”(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