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포(呂布)가 베푼 아량(雅量) -
한편, 서주성(徐州城)을 완전히 점령(占領)한 여포(呂布)는 기분좋은 승전(勝戰)보고를 계속하여 받았다.
"상장군(上將軍)! 양식(糧食) 창고(倉庫)에 군량(軍糧) 이만 석(二萬 石)이 가득 차 있습니다. 유비(劉備)의 군량은 이젠 모두 우리 차집니다!"
"좋아!"
"상장군! 도겸(陶謙)의 아들 도공의(陶公義)도 병사(兵士)들과 함께 투항(投降)했습니다!"
"좋아!"
그때 진궁(陳宮)이 들어오며 장비(張飛)의 명으로 대들보에 써서 붙인 군령(軍令) 삼 조(三組)를 가르키며 크게 웃어젖혔다.
"하하 하하.... 첫째, 음주(飮酒)하지 말 것, 둘째, 성질(性質)부리지 말 것, 셋째, 구타(毆打)하지 말 것! 하하하, 아이고! 익덕(益德)이 정말 재미있구먼, 엉? 정말, 재미있는 친구야! 술 한 잔에 군령 삼 조를 모두 위반하고, 서주성(徐州城)까지 우리에게 내주지 않았는가 말이야?"
그러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여포(呂布)는 물론이고 수하(手下) 장수(將帥_들 모두가,
"하하 하하!..." 하고 장비(張飛)의 우매(愚昧)함을 크게 비웃었다.
여포(呂布)가 진궁(陳宮)을 향해 기분 좋은 어조로 말했다.
"공대(公臺 : 진궁의 字) 선생! 서주(徐州)는 이제 우리 수중(手中)에 들어왔고, 병사(兵士)들도 모두 투항(投降)했으니..."
그러자 진궁(陳宮)은 거기까지 듣고, 두 손을 읍(揖)하며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며 말하였다.
"경하(敬賀) 드리옵니다. 하나, 한 가지 잊으신 게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지금 당장(當場) 원술(袁術)에게 통보(通報)해서 전에 약속(約束)한 대로 우리가 서주(徐州)를 취(取)했으니 우리에게 황금(黃金) 만냥(萬兩)과 비단(緋緞) 천필(千匹)을 보내라고 하십시오."
"맞습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지요!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하하 하하!...."
그로부터 얼마 후,
진궁(陳宮)은 남양(南陽)의 원술(袁術)이 황금(黃金)과 비단(緋緞)을 보내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여포(呂布)에게 보고(報告)한다.
"장군(將軍)! 원술(袁術)이 딱 잡아뗍니다."
"뭐요?"
"작심(作心)하고 말하길 우리가 서주(徐州)를 함락(陷落)시켰지만 유비(劉備)의 목을 가져오지 못했으니 황금과 비단은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자 화(火)가 동(動)한 여포(呂布가,
"원술(袁術) 이놈!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하다니!" 하며 원술이 보내온 죽간서(竹簡書)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진궁(陳宮)이,
"천하(天下)를 다투는 생사(生死)의 결투(決鬪)에서 신의(信義)란 없습니다. 제가 볼 때는 설사(設使) 우리가 유비(劉備)의 목을 가져다주었더라도 결과(結果)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실상 (實相) 원술(袁術)이 원(願)하는 것은 이 서주성(徐州城)일 테니까요."
그 순간, 수문(守門) 경계병(警戒이 뛰어들며,
"보고(報告)합니다. 유비군(劉備軍)이 지금 성(城) 밖에 왔습니다!" 하고 외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여포(呂布)와 진궁(陳宮)은 물론이고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將帥)들이 화들짝 놀랐다.
어포(呂布)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군사(軍事)는 얼마나 되던가?"
"유비(劉備) 삼형제(三兄弟)뿐입니다."
"뭐야?"
"응?"
그 자리에 있던 장수(將帥)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놀랐다. 그것은 서주성(徐州城)을 빼앗긴유비(劉備)가 돌아왔다면 응당(應當) 대군(大軍)을 몰아 빼앗긴성(城)을 되찾으려고 왔을 것인데 고작 세 사람만이 성 앞에 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수(將帥)들 속에서는,
"뭐야, 이게 도대체(都大體)?"
"어이구, 간(肝)이 부었구먼!" 하는 소리까지 튀어나왔다.
그러자 여포(呂布)가 유비(劉備)와의 일대(一大) 격전(激戰)을 예상(豫想)한 어조로 말하였다.
"강심장(强心臟)이로군!"
그러자 진궁(陳宮)이 눈을 깜빡이며 말한다.
"아마도 싸우러 온 것이 아니고 청(請)을 하러 왔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여포(呂布)가 고개를 기울이고 눈알을 굴리며,
"이런 상황(狀況)에서 감(敢)히 나를 보러 왔다?... 과연 유비(劉備)는 군자(君子)로군! 그렇다면 내가 직접(直接) 만나 보겠소!"
여포(呂布)는 말을 마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문(城門)으로 향(向)했다.
그러자 진궁(陳宮)이,
"잠깐! 봉선(奉先 : 여포의 字!) 할 말이 있소." 하고 말하면서 여포에게 귀엣말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여포는 진궁의 말을 듣고,
"응, 응!..."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병(警戒兵)이 보고(報告)한 대로 관연(果然) 서주성(徐州城) 밖에는 유비(劉備 ) 삼 형제(三兄弟)만이 성문(城門)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윽고 거대(巨大)한 성문(城門)이 소리를 내며 열리고 여포(呂布)를 비롯한 진궁(陳宮)과 호위 병사(護衛兵士)가 쏟아져 나왔다.
여포(呂布)가 웃는 얼굴로 유비(劉備)에게 다가가서,
"하하하, 현덕(玄德)! 그간 별고(別故) 없으셨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말없이 두 손을 읍(揖)하고 허리를 숙여 여포(呂布)에게 예(禮)를 표(表)하였다.
그러자 여포(呂布)는 호탕(豪宕)하게 웃으며,
"하하하! 자, 자! 어서 안으로 들어갑시다!" 하며 유비(劉備)의 한 팔을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불편(不便)한 심기(心氣)로 지켜보던 장비(張飛)는
"끄응!" 소리를 내며, 관우(關羽)와 함께 유비(劉備)의 뒤를 따랐다.
이윽고 유비(劉備) 삼 형제(三兄弟)를 위한 조촐한 주안상(酒案床)이 마련되었고 상석(上席)에 앉은 여포(呂布)가 유비(劉備)에게,
"현덕(玄德)! 내가 성(城)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당신(當身) 아우 장비(張飛)가 술 주정(酒酊)을 부리다 반란(叛亂이 일어난 거요. 난 성(城)에 무슨 큰일이라도 날까 두려워 군사(軍事)를 이끌고 왔고 그동안 서주성(徐州城)을 지키고 있었소."
이렇게 말한 여포(呂布)는 서주목(徐州牧) 인장(印章)을 집어 들고 유비(劉備)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현덕(玄德)이 돌아왔으니 이제 주인(主人)에게 돌려줘야지 자, 서주(徐州) 인장(印章)을 받으시오." 하면서 서주목(徐州牧) 인장함(印章函)을 유비(劉備)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허리를 굽히며,
"여장군(呂將軍).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는 이미 장군(將軍)께 서주(徐州)를 내드릴 생각이었지요. 이젠 저에게 재능(才能)도 덕(德)도 없음이 드러났으니 저는 자격(資格)이 없습니다. 오늘의 이런 사태(事 또한 하늘의 뜻일 테니 장군(將軍)께서 그냥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부디 저의 뜻을 의심(疑心)하지 마십시오." 하고 말하며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혀 여포(呂布)에게 예(禮)를 표하였다.
그러자 여포(呂布)는 담담한 표정(表情)으로,
"으음, 그렇다면 명에 따를 수밖에요.. 그러면 잠시 현덕(玄德)을 대신(代身)하여 서주(徐州)를 맡기로 하겠소. 그런데 현덕(玄德)? 이젠 어디로 가실 생각이오?"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劉備) 역시(亦是) 담담(淡淡)한 어조(語調)로 말한다.
"사실(事實), 갈 곳이 없긴 합니다. 다만 장군께서 허락(許諾)하신다면 잠시 소패(小沛)에 머물고자 합니다만 허락해 주실는지요? 그러면 소패(小沛)는 서주(徐州)와 기각지세(掎角之勢 :사슴을 잡는 방법에 비유하는 말로, 두 영웅이 대치하여 세력 다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를 형성(形成)함으로써 조조(曹操)와 원술袁術)을 (牽制)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장군(將軍)의 의향(意向)은 어떠신지요?"
그러자 그때까지 담담한 표정으로 지켜만 보고 있던 진궁(陳宮)이,
"아이고, 현덕 형(玄德兄)! 그래서 되겠습니까? 너무 불편(不便)하실 텐데요." 하고 거들고 나섰다.
그러자 유비(劉備)는 진궁(陳宮)을 향하여 허리를 굽히며,
"허락해 주신다면 그저 감사(感謝)할 뿐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여포(呂布가 서주목(徐州牧) 인장(印章) 진궁(陳宮)에게 건네며 말한다.
"현덕(玄德)! 소패(小沛)는 당신 거요. 그대가 나에게 해 줬듯이 모든 군량(軍糧)은 내가 대겠소." 하고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하였다.
"장군의 호의(好意)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비(劉備)는 또다시 허리를 굽히며 여포(呂布)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그러자 여포(呂布)는 유비(劉備)의 손을 덥석 잡으며,
"우리가 협력(協力)하기만 하면 대업(大業)을 이룰 수 있소! 우리 함께 서주(徐州)를 기반(基盤)으로 군사(軍事)들을 모아 원술(袁術)을 치고, 조조(曹操)를 친 후에 유표(劉表)와 공손찬(公孫瓚)을 쳐서 천하(天下)를 도모(圖謀)합시다. 엉?"
그 말을 듣고 유비(劉備)는 미소(微笑)를 지으며 머리를 숙임으로서 여포(呂布)의 기분을 흡족(洽足)하게 하였다.
이렇게 유비(劉備)가 여포(呂布)와의 담판(談判)을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유비(劉備)의 가족(家族)들이 반갑게 다가왔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유비(劉備)의 제 일(第一) 부인 감(甘) 부인(夫人)과 제 이(第二) 부인인 미(美) 부인(夫人)은 부군(夫君)을 만나자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여포(呂布) 장군(將軍)이 우리들을 극진(極盡)히 보호해(保護)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생활(生活)도 알뜰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유비(劉備)는 그 말을 듣고, 관우(關羽)와 장비(張飛)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뭐라고 하던가. 여포(呂布)가 나의 가족(家族)들은 해치지 않으리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유비(劉備)가 가족(家族)과의 해후(邂逅) 하고 난 뒤, 그들 모두를 수레에 태우고 서주성(徐州城)을 나와 소패(小沛)를 향해 길을 떠나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이 장비(張飛)의 잘못 인가?, 아니면 얄궂은 운명(運命)의 장난인가?...
세상(世上) 일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삼국지 - 83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