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멕시코 월드컵과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은 제가 월드컵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나이였기 때문에 패스합니다.ㅎㅎ 먼저 94년 월드
컵..이때 제가 초딩 2학년이었습니다. 당시 스페인,볼리비아전은 아침시간대라 학교에서 TV로 보고 독일전은 집에서 새벽에 아버지
랑 함께 봤습니다. 스페인전...초딩들이 월드컵에 대해 뭘 그리 알겠냐고 하시겠지만 그 당시 학교 난리났었죠. 홍명보 추격골 넣고
서정원이 동점골 넣었을때 교실 뒤집어 지는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볼리비아전..황선홍 진짜 욕 마니 먹었었죠. 지금 우리나라 공격
수들이 먹는 욕 당시에 황선홍이 먹었던 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정도입니다. 당시에 만약 인터넷이 활성화 되어있었다면 진짜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것 같습니다. 결과는 0대0..실망스러웠죠..마지막으로 독일전, 새벽에 아버지를 깨워서 같이 봤죠. 아버지는 질
게 뻔한 경기 뭐하러 새벽에 잠 설쳐가며 보느냐고 하셨지만 그래도 순수한 마음에 한국이 이길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봤었죠. 근
데 축구게임에서나 나오는 슛을 클린스만,리들레 같은 독일의 공격수들이 자유자재로 하는것입니다..얼마나 놀랐던지..클린스만의
환상적인 터닝 발리슛 선제골에..어이없는 골키퍼 실책까지 묶어서 0대3으로 끌려갈때 이미 포기 상태였죠, 근데 황선홍이 1골을 만
회하더니 명보형의 환상적인 중거리슛...진짜 그때 너무 소리 질러서 목 나가는줄 알았죠 ㅎㅎ. 그리고 4년이 흘러..98년 프랑스 월드
컵.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분석'이라는걸 해가면서 축구를 보는 나이가 되었죠. 상대팀 공격수는 누굴 경계해야 하며, 이 팀을 상대
해야 할때 포메이션은 이게 좋겠다는 등...멕시코전때 가족이 함께 앉아 보는데 하석주의 선제골 까지는 분위기 최상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하석주의 뜬금 태클로 레드 카드 먹더니 한골,두골,세골...먹는데 완전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전..새벽에
졸린 눈 비벼가며 보겠다고 설쳤는데 진짜 이것이 세계의 벽이라는거구나..라는 좌절감만 얻은채...마지막 벨기에전은 어차피 탈락
이 확정된 상태에서 치르는거라 별 기대도 없이 마음 비우고 봤습니다. 선제골 헌납할때 또 지는거야? 3패야? 라고 생각했는데 유상
철의 감각적인 골로 1대1로 마무리...그래도 마지막 경기를 투혼을 다해 뛰는 선수들을 봤을때 가슴 뭉클하더군요.. 그리고 마침내
2002년 한일 월드컵..저는 그때 고1이었습니다. 대구에 사는지라 시내에서 터키와의 3,4위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봤었죠. 당초 저
는 친구들과 함께 대구 시내에 있는 국채보상공원이라는 큼지막한 공원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려고 했지만 인파로 인해 자리가 없
더군요..그래서 시내를 배회하다 제법 규모가 큰 빵집을 발견했습니다. 근데 마침 그 빵집에서 스크린을 설치하여 우리나라 경기를
단체 관람하는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거기서 경기를 보기러 했습니다. 폴란드 전..황선홍의 선제골은 옆그물에 걸린줄 알았는
데 골이더군요...그리고 유상철의 쐐기골..저희는 반세기 만에 이룬 우리나라의 월드컵 첫승이 믿겨지지 않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
하고 시내에서 사람들과 함께 광란의 파티를 했죠 ㅎㅎ. 그리고 미국전은 조금 맥이 빠져 일찍 집에 왔고 포르투갈전을 이기고 16강
을 확정지은후 시내에서 밤새도록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탈리아전도 똑같은 모습의 반복이었구요. 이탈리아전은 안정환의 골든
골이 터지자 마자 바로 길거리를 미친듯이 질주했던것이 기억납니다. 스페인전..진짜 미쳤었죠..ㅎㅎ 독일전은 갠적으로 상당히 아
쉬웠던 경기였습니다. 여담이지만 홈팀 프리미엄 의혹을 아예 무마시키기 위해 스위스 출신의 마이어 주심이 살짝 독일쪽으로 유리
하게 판정했던 경향도 있었죠. 그리고 이천수...진짜 그때 한달간 이천수를 친구들과 깠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영원히 다시는 오
지 않을지도 모르는 우리나라의 월드컵 결승진출 기회를 이천수가 날려먹었다는 기분이 그때 당시엔 얼마나 밉던지...그때 노마크로
올리버 칸 골키퍼와 1대1로 마주보고 있는 안정환에게 패스만 해주었더라도...그리고 터키전은 집에서 졸면서 봤던것 같습니다 ㅎ
ㅎ. 2006 월드컵은 모두 집에서 봤는데 토고전 선제골 먹었을때 솔직히 경기 질줄알았습니다. 토고 선수들이 개인기도 괜찮고 분위
기를 빼았겼으니까요. 하지만 이천수의 동점골과 안정환의 역전골 터졌을때 얼마나 날뛰었던지..ㅎㅎ 토고전 끝나고 이제 원정에서
도 16강 가는구나 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프랑스전 기다렸죠. 그리고 프랑스전..앙리에게 선제골 먹었을때 왠지 기분이 질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ㅎ 근데 그 예감이 적중, 결국 박지성이 동점골을 넣더군요. 근데 경기 끝났을때에는 1승1무라는 성적이 괜찮게 느껴져
서 16강 가능성 높다고 느꼈는데 이상하게 스위스전이 다가올수록 1승1무라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16강이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그도 그럴것이 2무를 안고있는 프랑스는 마지막경기에서 토고를 맞아 골잔치를 벌일게 뻔하고 우리와 똑같이 1승1무를
안고있는 스위스는 토고에게 2대0으로 이겨 골득실에서 우리에게 앞서니 결국 마지막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16강에 진출하는거죠.
진짜 불안하더군요...근데 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센데로스에게 헤딩 선제골...그리고 막판에 맥빠지는 프라이의 쐐기골...진짜
제가 월드컵 보면서 제일 허무했던 대회가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결승전도 재미없었구요...하기야 최근 월드컵
결승전이 재미있었던적이 별로 없죠...94년 미국 월드컵도 0대0 지루한 경기 끝에 승부차기...98년 월드컵은 프랑스 국민들 입장에선
엄청 재미있었겠지만 맥빠지는 결승전...2002 월드컵 결승전도 갠적으로 별루였고...암튼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 대표팀의 선전도
선전이지만 결승전이 좀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제가 인생을 살면서 함께했던 월드컵에 대한 회고록을 적어봤습니다. ㅎㅎ. 글재주가 없어서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만 많이 읽
어주시길 바랍니다 ㅎ.
첫댓글 문단 나눠서 정리하셨으면 좋았을텐데... 읽기가 힘들어요 ㅠㅠ
역시 월드컵은 군대에서 한번 쯤은 봐야.. 좀 봤구나 하쥬 ㅋㅋ
94년 월드컵은 골은 안났지만 손에 진땀나는경기였는데;;; 저만 그렇게 본건가요? 골이 안들어가니 바죠가 하프라인슛도 때린것으로 기억나네요.
1994 미국월드컵, 초 4학년 때였는데 2-0되니깐 담임이 볼 것 없다고 티비끄고 수업하는겁니다...진짜 어린 마음에 '뭐 저런 선생이 있나'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근데 옆 반에서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담임도 막을 수 없는 학생들의 압력으로 티비 다시 켜니 홍명보가 골 넣었더군요. 그리고 다시 끝까지 봤습니다. 결국 서정원 동점골까지 볼 수 있었죠. 스페인전은 담임쌤에 대한 원망으로 기억이 생생합니다ㅋ
94년 월드컵 당시 황선홍에 대한 욕은 98 프랑스 월드컵때까지 이어졌었죠... 그냥 학교 다닐때 체육시간에 축구할 때 골 계속 못넣고 문전에서 삽질하면 나 오늘 황선홍 됐다.... 니가 황선홍이냐?? 그것도 못넣게,,, 이런 소리를 진짜 몇년동안 계속 했었는대;;;;
98 프랑스월드컵때는 황선홍감독이 없었는데요. 중국과의 평가전때 부상당하셨죠. 그때 최용수 황선홍 투톱이 이루어졌기를 바라던 많은 팬들의 희망을 깨버리는 중국과의 평가전이었죠.
그니깐 98 프랑스 월드컵하기 직전까지 4년동안 욕먹었단 말입니다^^
저도 94 월드컵 초딩 3학년때인가 4학년때인가 그랬는데 학교에서 수업도 중단한채 TV 보면서 응원하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 서정원 선수 동점골 터질때 학교 전체가 진짜 와 하는 함성으로 대단했더랬죠.
나이가 저랑 같으시네요 2002년때 고1이였으면, 고1이면 공부 스트레스도 거의 제로고 한창 여자얘들하고 이러쿵 저러쿵 마니 할때라서 잼있었는데 ㅋㅋㅋ
98월드컵때 전날 꿈에서 네덜란드 에게 5:0으로 이기는 꿈을 꾸었는데 현실은 정확하더군요 ㅡㅡ;;
2002년, 그 한달은 정말 꿈만 같았죠. 영화찍는줄 알았어요 전 정말진심-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