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an data-ke-size="size20">나비의 무덤 / 김수영</span></p><p> </p><p> </p><p>나비의 몸이야 제철이 가면 죽지만은</p><p>그의 몸에 붙은 고운 지분은</p><p>겨울의 어느 차디찬 둥잔 밑에서 죽어 없어지리라</p><p>그러나</p><p>고독한 사람의 죽음은 이러하지는 않다</p><p> </p><p>나는 노염으로 사무친 정의 소재를 밝히지 아니하고</p><p>운명에 거역할 수 있는</p><p>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p><p>여기에 밀려내려간다</p><p> </p><p>등잔은 바다를 보고</p><p>살아있는 듯이 나비가 죽어누운</p><p>무덤 앞에서</p><p>나는 나의 할 일을 생각한다</p><p> </p><p>나비의 지분이</p><p>그리고 나의 나이가</p><p>무서운 인생의 공백을 가르쳐주려 할 때</p><p> </p><p>나비의 지분에</p><p>나의 나이가 덮이려 할 때</p><p>나비야</p><p>나는 긴 숲속을 헤치고</p><p>너의 무덤을 다시 찾아오마</p><p> </p><p>물소리 새소리 낯선 바람소리 다시 듣고</p><p>모자의 정보다 부부의 의리보다</p><p>더욱 뜨거운 너의 입김에</p><p>나의 고독한 정신을 녹이면서 우마</p><p> </p><p>오늘이 있듯이 그날이 있는</p><p>두겹 절벽 가운데에서</p><p>오늘은 오늘을 담당하지 못하니</p><p>너의 가슴 우에서는</p><p>나 대신 값없는 낙엽이라도 울어줄 것이다</p><p> </p><p>나비야 나비야 더러운 나비야</p><p>네가 죽어서 지분을 남기듯이</p><p>내가 죽은 뒤에는</p><p>고독의 명맥을 남기지 않으려고</p><p>나는 이다지도 주야를 무릅쓰고 애를 쓰고 있단다</p><p> </p><p><1955. 1. 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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