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8일 수요일 일기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함께 다녀 온지가 거의 두 달이 다 됐는데도 한번도 연락을 못한
레지나 형님하고 부겐시아 형님한테 안부 전화를 했더니 반가워들 하신다.
전화 한 김에 만나서 점심이나 먹으려고 데이트 신청했다.
부겐시아 형님은 친구하고 점심약속이 있다고 "좀 일찍 전화 하지......" 하면서 아쉬워하고
오늘은 레지나 형님하고만 약속을 했다.
11시 경에 은혜교회 앞에서 레지나 형님을 만났다.
쫄바지에 굽이 약간 있는 쎄무 앵글부츠에 수가 놓인 검정 패딩코트를 입은 세련 된 형님을 보니
나가사키 여행 때 깊고 폭 넓은 형님의 영성적 지식에 속으로 놀라고 부러워했던 생각이 난다.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금방 친해질 수 있을만큼 우리는 통하는 면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점심 먹기 전에 먼저 상록수 재활원에 가서 한 시간 봉사를 했다.
이곳은 우리 성당 레지오팀에서 봉사하는 곳이라는 것을 전에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방문하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작업할 일은 어린이용 그림책자를 플라스틱 핀으로 고정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꾸물대다가 조금 지나니 금방 손에 익혀진다.
한 시간 동안에 사과 박스 두 개 정도를 작업했다.
상록수를 나와 동네 자그마한 식당에서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먹었다.
전에 반모임 하던 날 반 식구 모두 함께 점심을 먹은 곳이다.
갈치정식이 6000원 부대찌개가 7000원, 음식값이 싸면서도 맛있는 집이다.
다음에 사랑방 식구들 하고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밥을 먹으면서 책 이야기를 나눈 끝에 아람누리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식당문을 열고 나오니 눈발이 제법 세다.
걸어가기에는 좀 먼 거리지만 우리는 눈을 맞으며 걸어서 갔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들 뜬 즐거움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 이런 기분이 얼마만인가. 늘 이렇게 살고 싶다.
대지 위에 흩날리는 눈송이럼 그렇게 가볍게 살고 싶다.
책 열람하기 전에 1층 로비에서 도서대출증을 만들기로 했다.
신청서 내고 컴퓨터로 증명 사진 찍고 금방 카드가 만들어 진다.
형님하고 서로의 사진을 보며 풋풋 웃었다.
이층 열람실에서 책구경을 하다가 형님은 헨리나웬 신부님의 책, 나는 파스칼의 팡세를 빌렸다.
(팡세는 우징숑의 동서의 피안에 조금 언급 된 것을 보고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집 가까운 곳에 두 곳의 도서관이 있지만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몰라서 늘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쉬운 것을...... 대출증 받아들고 형님이 그랬다.
"둘이 하니까 쉽네, 생각만 하고 여태 못했는데....."
정말 그렇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엄두를 내지 못해 시작을 못하다가도 둘이 되니까 너무 쉽게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옛 말이 생각이 나는 하루였다.
"줄리아씨를 만난 것이 너무 좋아"라던 형님 말이 귓가에 맴도는 이 시간이 즐겁고.......
첫댓글 좋네요,,세상 속에 신앙속에 이웃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서시는 모습인것 같아서요,,,
주변에 문화시설도 이용하시구요,,,ㅎㅎ
파스칼의 팡세.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제8편 위락과 제10편의 최고선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네요.
책을 읽지 못해 아쉬운 터라 두분이 많이 부럽네요.
자주 연락드리지 못하지만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