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84회 - 누구도 예상치 못한 (呂布)의 계락(計略) <하편> - 한편, 서주성을 다녀온 조자룡은 기령을 맞아 싸우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성 밖으로 나오던 유비를 맞아 마상(馬上)에서 보고했다. "주공! 여포가 출병하겠답니다." "좋아! 여포 군이 언제쯤 소패에 도착할 것 같은가?" "여포가 오리파에 도착하는 대로 연회를 마련할 테니 주공께서 꼭 오시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연회? 그게 무슨 뜻인가 생사가 걸린 전투가 눈앞에 닥쳤는데 어찌 한가로이 술을 마시자는 건?" 거기에 대해서는 자룡도 의문을 갖고 말한다. "모르겠습니다. 연회를 통하여 적을 물리치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지켜보던 장비가 한마디 한다. "형님, 아무래도 여포 놈이 원술에게 매수된 게 아닐까요? 그 연회는 필시 형님의 목숨을 노리는 계략일게요. 그러니 형님, 절대 가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관우도 한마디 한다. "형님, 여포가 원술에게 군량 지원을 받았으니 그의 의도가 불분명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러자 장비와 관우의 말을 유심히 듣던 유비가 결심한 어조로 말했다. "가봐야겠네." "넷?" "형님!" 관우는 물론 장비까지 유비의 대답에 깜짝 놀라며 연회 참석을 만류하였다. 그런 기미를 알아채고 유비가 입을 열어 말한다. "여포가 나를 해치려 하진 않을 걸세, 게다가 원술의 대군과 싸우려면 위험에 빠지는 한이 있어도 직접 부딪쳐야 할 것이야..." 유비의 결심이 확고하다고 느낀 장비는, "정, 가시겠다면 내가 호위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가 장비를 돌아보며, "자네는 여포를 보자마자 싸우려 들 텐데 안 되네!" 하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머쓱해진 장비는, "음! 그러나 나는 꼭 가야 하겠소. 이랴!" 하고 말을 달리며 저만치 앞서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미 장비를 붙잡기는 틀렸다고 생각한 유비는 관우와 자룡을 돌아보며, "운장, 자룡! 성을 지키고 있게! 다녀오겠네." 하고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박차를 가해 멀찍이 앞서가는 장비의 뒤를 쫓아갔다. "형님! 조심하십시오!" 유비의 등 뒤에서 관우가 당부의 말을 크게 외치었다. 두 사람은 얼마쯤 말을 달려 여포가 거대하게 진을 치고 있는 오리파 목책 앞에 도착하였다. 유비가 장비에게 말한다. "셋째, 보고 있나? 여포군의 위세 말일쎄. 여포가 주색을 밝히기는 하지만 싸움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맹장일세." 그러자 장비는 코웃음을 치며, "헹! 여우 같은 놈! 카악~ 퇴!" 하고 침을 뱉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도착한 것을 발견한 수문장이 문을 열고 달려 나온다. "장군들! 저희 주공께서 안으로 드시랍니다." 하며 앞장서서 가는 것이었다. 잠시 후, 유비가 수문장을 따라 여포의 군막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여포가 밖으로 나와 유비를 영접한다. "현덕! 훗날 형편이 좋아지면 오늘의 은덕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오." 하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는 고개를 숙이며, "선(先) 장군의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 하고 말을 마치는 순간, 이어서 수문장이 외쳐댄다.
"남양에 기령 장군 도착이오!" 그러자 유비는 물론 장비도 깜짝 놀랐다. 그것은 수문장의 안내로 여포의 군막 계단을 오르던 기령도 마찬가지로 먼저 도착해 있던 유비와 장비를 놀랜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았다. 순간, 장비가 칼을 뽑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유비는 얼른 손으로 장비의 칼을 제지하였다. 이것을 본 여포가, "아니, 아니... 익덕 형! 무기에 손대면 안 되지!" "헹! 내가 왜 네 형제냐?" 역시 장비 다운 대꾸였다. 그러자 여포가 뺀줄 거리고 웃으면서, "마음대로 하라지! 그러나 술에 있어서는 우리는 형제가 아니오? 응?..." "그렇지! 나 장비는 천 잔을 마시더라도 안 취한다!" 하고 예의 그의 성품대로 내뱉듯이 여포에게 쏘아붙였다. "하하하 핫...! 익덕은 허풍이 세군! (유비를 가리키며) 이 형제가 출정한 다음날은 많이 취한 것 같던데?..." 여포가 장비의 아픈 곳을 찔렀다. 그러자, "에잇!"... 장비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하였다. 여포가 장비와의 입씨름을 끝내고 미소를 지으며 유비와 기령의 손을 각각 잡고 군막 안으로 이끌며, "내가 기분이 매우 좋아 두 분을 오시라고 해서 한잔하려고 청했소. 자! 들어갑시다." 여포의 군막 안에는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중앙에 앉은 여포의 우측에는 기령의 자리가, 좌측에는 유비의 자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고, 장비는 유비의 뒤로 한 계단 밑에 자리했다. 여포가 술잔을 들고 기령과 유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자, 건배!" 이렇게 한 잔을 마신 여포가 입을 연다. "이렇게 좋은 술에 풍악이 없는 것이 아쉽구려, 다음에는 다시 좋은 자리를 만들어 술과 함께 풍악이 있도록 하겠소." 그러자 싸우러 온 적장 유비와 예상하지 못 한 술자리에 동석한 기령이 여포를 향해, "상장군! 그런데 나를 죽일 셈이오?" 하고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여포는, "아니오, 절대!...." 그러자 기령이 유비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여포에게 되묻는다. "그럼, 저 귀 큰 놈을 죽일 거요?" 그 순간 장비가 칼을 움켜잡으며 기령을 쏘아보며 중얼거린다. "저놈이!..." "아니오, 아니오!..." 여포가 황급히 손을 들어 장비를 제지하고 기령을 향해 말한다. "이런, 성급하시긴... 그게 아니래도요." 그러자 이번에는 유비가 여포에게, "그게 아니라면 장군께서는 연회를 거두시고 기령 장군과 자웅을 겨루도록 해 주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여포는 유비와 기령을 향하여 양손으로 제지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니오, 그건 안 되오! 나 여포가 그동안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평소 싸우는 것을 싫어하오. 그래서 싸우기 전에는 항상 화해를 우선시했소. 내가 오늘 두 분을 청한 건 술자리를 통해 화해를 시키려 함이오." 그러자 기령이 눈알을 굴리며 여포에게 물었다. "상장군, 그게 무슨 뜻이오?" 그러자 여포는 미소를 머금으며 기령에게 의외의 대꾸를 하였다. "말해 보시오. 몇 근의 활을 쏠 수 있고 사거리는 얼마인지?" 그러자 기령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소장 무능하나 오백 근짜리 활을 쏘아서 오십 보내의 적군의 심장을 관통할 수 있소." 하고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으흠, 훌륭하군! 그럼, 장익덕! 당신은 몇 근의 활을 쏠 수가 있고, 사거리는 얼마요?" 하고 장비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장비는 헛웃음을 켜며 따라 놓았던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 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한다. "난 팔백 근짜리 활로, 팔십 보내의 적군의 갑옷을 관통시킬 수가 있다!" 그 말을 듣고 여포는, "하하 하하..." 하고 웃으며 부하에게 명한다. "여봐라!" "옛!" 부하가 달려와 여포 앞에 무릎을 꿇고 부복하자, 여포가 명령한다. "내 방천화극을 군문 앞에 꼿아 놓아라!" "넷!" 그리고 여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러분! 밖으로 나갑시다." 하고 유비와 기령, 장비에게 손짓을 하며 밖으로 나갈 것을 표시하고 자신이 앞서 군막 밖으로 나갔다.
여포의 군막에서 바라본 군문 아래에는 방천화극이 땅바닥에 꽂혀 있었다. 여포가 방천화극을 향하여 손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저 군문까지는 백이십 보는 될 거요. 내가 활을 쏘아 방천화극에 달린 술(鉥)을 맞추면 두 사람은 화해를 하고, 빗나간다면 마음껏 싸우시오. 싸울지 말지는 하늘의 뜻일 테니 어떻게 하시겠소?" 기령은 여포의 말을 듣고, 속으로, (거리도 멀고, 더구나 방천화극 끝에 달린 술을 맞춘다니, 그건 불가능해... 절대 불가능해!...) 하고 중얼거렸다. 한편, 유비도 속으로, (이제는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하늘이 여포를 도와 명중시켜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을 하였다. 그러자 여포의 뒤에 서있던 장비는, "여포 이놈, 허풍떨지 마라. 저걸 어찌 맞춘다는 말이냐?" 하고 투덜대었다. 그러자 여포는, "흐음!..." 하며,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군문 앞에 꽂힌 자신의 방천화극을 바라보았다. 유비가 여포를 향해 "쏘십시오." 하고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기령은 커다란 눈알을 굴리며, "쏘십시오." 하고 당연히 못 맞출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말하였다. 여포는 부하가 들고 있는 술잔을 받아 입으로 가져가 단숨에 마신 뒤에 술잔을 내던지며 말했다. "활을 가지고 오너라!" "여기 있습니다!" 부하 하나가 활과 화살을 여포에게 바쳤다. 그러자 여포는 주저 없이 활시위에 활을 멕이고 백이십보 떨어진 방천화극의 술을 겨냥했다. 술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여포의 손에서 화살이 <쓩>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날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