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민들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1926~2019) 할머니를 기억하며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김복동평화공원양산시민추모위원회(상임대표 박미해)가 14일 경남도교육청 양산도서관 입구에서 평화의소녀상 제막식을 연 것이다. 양산 평화의소녀상은 2023년 3월 추진위가 출범한 지 17개월만에 세워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2728명이 참여해 총 8835만 5178원의 성금이 모아져 진행되었다.
평화의소녀상은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인권평화운동가로서 타인의 아픔까지 보듬어주신 김복동 할머니의 삶과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건립된 것이다. 평화의소녀상은 평화·자유의 의미로 새에다 우리옷(한복)을 입은 소녀상, "소녀가 할머니이고 할머니가 소녀"라는 의미의 할머니 그림자, 그림자 속의 하얀 나비, 거칠게 뜯긴 머리카락, 맨발, 목화꽃, 그리고 빈의자로 구성되어 있다.
빈 의자는 억울하게 세상을 먼저 떠난 할머니들의 빈자리를 쓸쓸하게 표현하고, 거기에 앉아 그 당시 소녀의 심정을 생각해보고 느껴보며,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싸워 오신 할머니의 염원을 함께하는 약속의 자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막식은 "우리가 평화다. 우리가 희망이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박미해 대표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서형수·윤미향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시민들이 함께 했다.
앞서 양산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기림일 기념식에서 박미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날의 불편했든 진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천부로 부터 부여받은 인간 존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8월 14일, 기림의 날 행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린다"라고 했다.
그동안 과정을 설명한 그는 "지난 17개월 동안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평화의소녀상을 세우자며, 인권평화운동가 김복동할머니가 양산이 고향이라고 알리며 시민들을 만났다"라며 "어린아이부터 학생, 시민, 장애인, 어르신들까지, 경남에서도 부산에서도 서울에서도 해외에서도 지역을 넘어 따뜻한 연대의 힘을 보내주셨다. 고맙고 감사하며 저희도 잊지 않고 연대하며 함께 하겠다"라고 인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축전을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양산평화의소녀상'은 역사적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에 마지막까지 헌신했던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며,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육의 공간인 양산도서관 입구에 소녀상이 건립됨으로써 미래세대 어린이, 청소년들이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하는 생생한 교육 현장이 될 것"리며 "평화의소녀상 건립으로 김복동 평화공원 추진에 더욱 속도가 붙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축사를 통해 "김복동 할머니께서 우리 곁은 떠나신 지 5년이 조금 더 지났다. 역사를 바로 세우려던 분들이 점점 떠나신다. 그분들의 치열했던 삶을 이제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지양 집행위원장이 그동안 경과를 보고했고, 윤미향 전 국회의원과 추진위 고문인 서형수 전 국회의원이 축사를 했다. 참가자들은 백자 가수와 함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등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