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인터파크·LG이숍 명품族 유혹 ‘대박’노린다.
“점심은 빵·우유로 때워도 가방·구두는 名品”
다음에는 명품 카페 1700개…폴로 매니아에는 회원 12만명 북적
글 : 이은선 객원기자 (nubjugi@iweekly.co.kr)
올 초 한 여성잡지가 회원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샤넬,
구찌,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 구입 경험이 있는 사람이 79%에 달했다. 이른바 ‘L세대(Luxury Generation)’라고 불리는 명품족들의 열기는 인터넷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명품 전문 쇼핑몰만 수 백개에 달하는가 하면 명품을 사고 팔거나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매니어 동호회가 쏟아지고 있다. 다음에서 명품이란 단어로 검색되는 카페는 1천7백여개. 회원 수 수천명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작년 초 개설된 ‘폴로매니아들’(cafe.daum.net/ polomancom)의
경우 12만2천8백명의 회원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이 인터넷으로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명품 사이트답게 메인
화면 분위기부터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들 사이트에는 어디가면 이런이런 상품이 있고, 얼마만큼 싸게 살 수 있는지, 진품과 짝퉁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등의 정보는 물론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명품을 구하거나 사용하다 지겨워진 물건을 새것과 교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 2학년인 임모(20)양은 6개의 명품 관련 동호회에 가입하고 있다.
이들 동호회 게시판을 뒤져 좋은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그녀의 일과
중 하나다. 수많은 브랜드 중 임양이 좋아하는 것은 루이비통.
임양은 루이비통 가방을 사기 위해 방학 동안 휴대폰 판매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했다. 빨간색 루이비통 신형 토드백을 구한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지 이틀 째. 가방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판매자는 메일로 상하좌우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일본 여행 갔을 때 샀지만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가격은 1백20만원. 백화점에서 파는 것보다 30만원 싸지만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은 90만원이다. 고민 끝에 석 달 전 인터넷 쇼핑몰 세일
때 구입했던 구치 지갑을 팔기로 결정했다.
가방을 사기 전 진품 구별법을 꼼꼼히 살폈다. 이런 식으로 거래를 했다가 ‘짝퉁’을 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로고는 ‘LX’가 아닌 ‘LV’로 표시한다는 것은 상식, 진품에는 ‘made in france’가 붙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입하겠다는 답변 메일을 보냈다.
매니어들 사이에서 임양 같은 경우는 흔한 케이스다. 명품 쇼핑몰이나 동호회 게시판에는 “샤넬 핸드백을 30% 싸게 팝니다” “김남주가 차고 나왔던 카르티에 시계 팔아요” 등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공동구매를 하거나 오리지널 명품을 유럽에서 직배송
해준다는 동호회들도 있다.
종종 개인간 거래를 악용하는 사기꾼들도 등장하지만 L세대들의 욕구는 그칠 줄 모른다. 다음의 ‘명품 싸게사자’(cafe.daum.net/
chera) 카페는 얼마 전 배송을 하지 않거나 가짜 명품을 속여 판 상습범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회원들의 직거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운영자에 따르면 피해액은 최소 5백만원이라고.
친구들과 함께 명품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정모씨는 “가끔 진품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면 구하기 어려운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며 “특히 공동구매나 세일 정보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여러 사이트에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얼마 전 입술에 윤기를 내는 색조 화장품 베네피트를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 전지현 입술로 알려진 미국 베네피트사의 이 제품은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지만 인터넷에서는 인기몰이를 했던 제품이다.
“월급 3분의 2, 명품 구입에 쓴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명품족들이 모두 소위 말하는 상류층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임양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생활비를 아껴 명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 프리챌에서 명품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26)씨도 마찬가지다.
은행에 근무하는 이씨의 월급은 1백50만원. 옷과 화장품, 액세서리를
살 때 카드로 결제하는 이씨는 한 달 평균 1백만원 정도를 카드값으로
지불한다.
점심은 주로 빵과 우유로 때우거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교통비 등의 필수 용돈은 20만원으로 해결한다. 겨울용 코트를 구입하기 위해 10만원씩 계를 붓고, 남는 돈을 적금으로 낸다.
월급의 3분의 2를 명품 구입에 사용하는 셈이지만 이씨는 결코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위한 투자고 돈은 쓴 만큼 버는 것”이라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돈 걱정을 함께 나누는 것도 사이버 명품족들의
일상이 돼버렸다. 회원 가입을 하고 몇 명을 소개하면 사이버머니를
주고 쌓인 적립금으로 명품을 살 수 있다는 식의 명품 다단계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흔한 일. 명품을 대여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명품 거래 중개 사이트 럭시즌닷컴(www.luxizen.com)에서는 개인대여 코너를 통해 일정기간 동안 물건을 빌려 쓸 수 있다. 물건 주인이
제시한 예치금을 냈다가 사용 기간에 따라 대여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다음의 ‘내가 세상에서 꼭 해야 할 일’(cafe.daum.net/flyhigh1) 카페에서는 명품족이 되고 싶지만 돈이 없는 회원들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
최근엔 명품 구입을 위해 돈을 대출해주는 동호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동호회는 강제 폐쇄를 의식해서인지 메일을 통해 은밀히
대출 상담을 하지만 카드대출, 은행대출, 금고권 대출 등 다양한 대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광고성 메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출 알선·중계자들이 품위
유지를 중요시하는 명품족들을 노린 것이다.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한 명품 동호회 운영자는 “명품족 중에 돈과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며 “무작위로 홍보하는 것보다 명품 매니어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다”고 털어놨다.
많은 명품 사이트들이 판매되는 모든 상품이 진품임을 강조하는 데
반해 ‘짝퉁’ ‘짜가’라는 이름을 내건 동호회에서는 진품과 가짜
구별이 가장 큰 관심사다. 새로 구입한 물건이 진품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상담하거나 진품과 똑같은 가짜를 어디서 얼마에 구입했는지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짝퉁=야매’(cafe.daum.net/NanYame) 사이트는 아예 진품과 가짜를 비교하는 벤치마크 코너를 만들어놓고 있다.
가짜에도 ‘급’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A급의 경우 오리지널의
반값을 넘어서지만 인기면에서는 단연 최고. 이들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A급 물건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업자’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미테이션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코디법도 중요하다. “진품보다 색이 진하기 때문에 어두운 색의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끈 길이가 다르지만 손잡이로 들면 감쪽같다”는 식의 코디법은 ‘가짜 명품족’들만의 노하우다.
가짜 명품 동호회를 자주 이용한다는 네티즌 전모씨는 “고가의 진품을 제값 주고 사는 것보다 디자인만 같으면 가짜를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주간 <i week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