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녀시집, 시인의 말> -01
내면의 진실을 찾아나서는 고통과 구원의 노래
-『약속의 땅, 서울』, 2014. -
<丘翰> 이광소 / 미당문학 주간
한때 시에 전력하며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뒤 어떤 계기가 되어 절필하기도 하였습니다. 시를 쓰지 않아도 편하게 보낼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후 다시 시를 쓰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시절도 더불어 왔습니다. 그때마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왜 쓰는가? 하고 수차례 반복하며 자문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그의 『두이노의 비가』제5번 비가에서 곡예사의 삶을 노래했습니다. 피라밋을 함께 쌓아올려 나무의 열매를 맺는 곡예사의 곡예를 통해서 그는 가식의 삶, 가짜 열매를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존재(存在)의 거짓 웃음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비가입니다. 릴케의 비가는 진정한 인간 존재(存在)에 대한 표현방식을 저에게 깨우쳐 주었습니다.
시는 쓴다고 하지 않고 짓는다고 합니다. 이는 집을 짓듯이 시의 구조가 튼튼헤야 함을 암시해 주기도 합니다. 시는 시인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표현하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를 짓는 시인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힘든 과정과 다양한 실험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시는 제가 직접 체험한 개인적 자아(自我)도 있지만 때로는 타자의 눈으로 그리고 제가 인식한 사회적 자아(自我)로 노래하기도 하였습니다. 사람은 왜 사는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번민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존재(存在)의 의미나 인간의 본질을 노래 속에 축축이 용해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편의상 시집을 총 4부로 구성하였습니다. 대체적으로 제1부는 노동과 존재(存在)와 관련이 있습니다. 제2부는 제도와 사회적문제입니다. 제3부는 사랑과 죽음에 관한 노래들입니다. 제4부는 시산 인식 그리고 인간의 본질(本質)이 관련된 노래들입니다.
저는 현실, 사실(reality)에 바탕을 두는 것을 근거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면에서 어떻게 변용되는가 하는 점도 간과하지 않도록 날줄과 씨줄을 엮어보고자 애를 썼습니다. 사유는 형상(image)으로 옷을 입어야 설득력이 있으며, 사물의 현상은 내면의 진실(眞實)을 찾아내야 시정신이 살아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내 작은 노래가 누군가의 정신에 (냄새의 기억)으로 남는다면, 내 작은 몸부림이 누군가의 가슴에 (화석이 된 발자국)으로 남는다면 힘든 세상을 건너는 동행자를 얻는 셈이겠지요
사실 제 시는 대처하기 어려운 세상을 건너가는 제 자신을 위한 고통의 노래, 구원의 노래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