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 마니아,
심상호 굴포천 살리기 네트워크 대표
누가 뭐라고 해도 '굴포천'은 부평구의 아이콘이다. 인천가족공원이 자리잡고 있는 만월산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하여 부평 시내 한복판을 지나 부천과 김포을 경유하여 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 27km의 굴포천은 우리 선조들의 한(恨)이 어린 수로(水路)다. 고려시대부터, 삼남지방에서 걷은 세곡(稅穀)을 왕도인 개경 또는 한양으로 옮길 적마다 물살이 센 강화 손돌목에서 배가 자주 좌초하자 지금의 인천인 제물포 포구에서 한강을 잇는 안전한 수로 개설을 수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원통이 고개' 라고 전하는 만월산 자락의 암반때문에 번번이 실패하였다.
굴포천은 오·육십년대 까지만 해도 부평·김포평야를 기름지게 하는 젖줄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개구쟁이들이 여름 한철이면 벌거벗고 물고기 잡으며 멱 감던 1급수 하천이었다. 하지만 부평에 산업공단이 들어서고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악취가 진동하는 죽은 하천이 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인천시와 부평구청의 '굴포천 되살리기' 지원사업(890억원)으로 물고기와 맹꽁이가 서식하는 친수 생태하천으로 복원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몸소 뛰어다니며 수고한 시민과 단체 NGO들이 있다.
주말 아침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키고 운동도 할 겸 자전거를 타고 삼산동 농산물도매시장을 한바퀴 돌아 상동호수공원쪽으로 달리는데 평소 눈에 띄지 않던 컨테이너 박스가 눈에 띄었다. 궁금하여 컨테이너 박스안을 들여다 보니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아 되돌아서려는데 인기척 소리가 들린다. 흰장갑을 낀 손에 모래를 가득 담은 그릇을 들고 심상호 씨(67세)가 다가온다.
'썩어도 준치' 라는 말이 회자되는 부평중심지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B초등학교 동문체육행사 때뵙고는 정말 오랜만의 만남이다.
"뭘 하십니까?"
"블럭을 깔고 있습니다"
"아니 이 더위에 혼자서..."
"굴포천 지킴이들이 봉사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줘야지요"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심대표님!"
심상호 씨 같은 인물이 있기에 굴포천이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비로서 깨닫는다. 마침 점심때라 시원한 냉면이나 먹자고 했더니 근처에 쌈직한 기사식당이 있다면 안내한다.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자고 했더니 '하던 일 마무리해야 한다' 면서 막무가내 손을 내젓는다. 근자에 세태 돌아가는 모습이 하도 요상하여 심란하던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확 풀어진다. 내내 건승하시고 가내가 늘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부평자원봉사센터 어르신 기자단/ 김청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