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후방 긴급자동제동 기술에 주 센서인 초음파 대신 초단거리 레이더를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무리 베테랑 운전자라 하더라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후방은 안전의 사각지대로 남습니다. 후방 긴급자동제동(Rear-Autonomous Emergency Braking, 이하 R-AEB) 기술과 같은 주차 보조 기술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유럽은 올해부터 해당 기술을 신차안전도평가에 반영했으며, 미국 또한 도로교통안전국(NHTSA)을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완성차에 탑재된 R-AEB 장치의 주 센서인 초음파 대신 초단거리 레이더(Ultra Short Range Radar, 이하 USRR)를 세계 최초로 적용, 성능을 크게 개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초단거리 레이더 센서 적용으로 정밀도 향상
R-AEB 기술 작동 과정은 후방 주차·후진 주행 → 초단거리 레이더(USRR)가 적용된 센서를 통해 주변 장애물과의 상대위치·상대속도 감지 → 운전자에게 시각 및 청각 경고 → 자동 제동 순으로 진행됩니다.
신형 그랜저, K7 등에 적용된 R-AEB*는 차량 후진 경로에 있는 사람이나 물체 등을 센서로 인식해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경보를 울렸음에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차가 스스로 멈춰 서는 기술입니다. 운전자 시야각에서 벗어난 차량 후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크게 예방해 큰 호응을 얻었으나, 감지 반경이나 응답성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R-AEB의 성능 개선을 위해 레이더를 적용한 이유입니다.
*R-AEB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며, 현대·기아차에서는 ‘Parking Collision Avoidance-Rear’, 이하 PCA-R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지금까지 R-AEB에는 주로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왔습니다. 또 온·습도나 소음 등 주변 환경 변화에 의한 초음파의 감지 성능 편차를 보완하기 위해 카메라 등 두 개 이상의 센서를 조합하는 방식도 쓰였습니다. 여기에 레이더 센서를 적용한 것은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R-AEB에 적용하기 위한 초단거리 레이더(USRR)를 별도로 개발했습니다. 기존 단거리 레이더(SRR)는 초근거리를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센서부터 알고리즘에 이르는 기술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초단거리 레이더가 적용된 차세대 R-AEB는 초음파나 카메라를 적용했을 때보다 감지 거리, 응답성, 악조건 대응력 등이 월등히 개선됐습니다. 먼저 감지 거리 면에서 기존 초음파 센서는 3m까지 인식 가능한 데 반해 초단거리 레이더 센서는 5m까지 거리가 늘어났습니다. 이로써 돌발 상황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응답성이나 악조건 대응력 면에서도 소음이나 주변 밝기, 이물질에 대한 성능 변화를 낮췄으며, 신호의 신뢰성 또한 다른 센서보다 뛰어나 카메라 등 보조장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존 초음파 센서를 설치하려면 범퍼에 여러 개의 구멍을 내야 했지만, 초단거리 센서는 범퍼 안쪽에 장착 가능해 차량의 미관을 해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에 더해 초단거리 센서만 단독으로 사용 가능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해당 기술에 대한 국내외 관련 특허를 출원 중이며, 실차 성능 검증도 마친 상태입니다. 아울러 유럽 신차안전도평가(Euro-NCAP)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정한 후방 긴급자동제동 평가도 만족시켰습니다. 현재 성능 신뢰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초단거리 레이더 적용 R-AEB는 국내외 완성차 기업과 양산 개발을 협의 중입니다.
초단거리 레이더 개발 Mini interview
초단거리 레이더는 기존 센서가 지닌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Q. 초단거리 레이더를 주차 보조 시스템에 적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개발 초기, 관련 업계에서는 레이더를 주차 보조 기술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어요. 초음파 센서가 주차 센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이를 대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 또한 저렴했으니까요. 하지만 10년 이상 초음파 센서를 연구해온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초단거리 레이더야말로 기존 센서가 지닌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었죠. 주차 보조 기술에 꼭 적용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Q. 현대모비스에서 개발한 USRR 적용 R-AEB는 탑승자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숙달된 운전자라 하더라도 후방 주차나 후진 시 장애물과 부딪히거나 보행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경우가 발생해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니까요. 초단거리 레이더를 적용한 R-AEB는 감지 범위가 넓고, 어린아이나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돌발 상황에서도 차량을 제동해 차량 파손 및 충돌 사고를 방지하도록 도와줍니다. 또 여러 센서의 조합 없이 초단거리 센서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만큼 중저가 사양에 적용하는 데 부담이 적고, 결과적으로는 보다 많은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이번 R-AEB 개발 시 특별히 고심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R-AEB는 운전자가 평상시 경험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에어백처럼 정말 중요한 순간에 동작해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죠. 그렇기에 비정상적인 오동작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상황에서 확실히 동작할 수 있도록 성능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필요했어요. 제품 개발에 소요된 시간 대부분은 이러한 부분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습니다.
Q. 수많은 완성차 기업에서 R-AEB를 포함한 주차 안전 및 편의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데요. 현대모비스에서 최근 연구·개발 중인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현대모비스는 주차 안전 및 편의 시스템과 관련한 전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R-AEB 외에도 최근에는 스마트키와 연동해 운전자가 차량 외부에서 차량의 주차 및 출차를 유도할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emote Smart Parking Assist, RSPA)’ 시스템 성능을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기존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은 초음파 센서를 사용했는데, 대상 차가 감지되지 않으면 주차 지원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거든요. 여기에 서라운드 뷰 카메라를 더하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초음파 센서로 미처 감지하지 못한 부분을 영상 정보로 받을 수 있고, 대상 차가 없더라도 주차선만 그려져 있다면 편리하게 주차가 가능해 고객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움말. 현대모비스 APS제어설계팀 박동수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