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18일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 석주스님의 운구행렬이 부산 범어서 경내에서 다비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불교계의 큰 스승으로 추앙 받던 석주 스님이 갑자기 열반에 들자 불교계에는 파장이 일었다. 올해 세수 96세인 석주 스님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백두산을 등정할 정도로 건강했기 때문에 불교계 관계자들은 모두 충분히 100세 이상 장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계종단에선 석주 스님의 입적과 관련, 지난 11월 14일 충남 온양 보문사에서 입적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교통사고로 입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왜 조계종단에선 석주 스님의 입적과정을 허위로 발표했을까. 그 내막을 취재했다.
지난 11월 14일 입적한 조계종 최대 원로인 석주 스님의 사망과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석주 스님이 입적한 원인이 자연사가 아니라 교통사고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석주 스님은 성철 스님 입적 후 불교계의 최대 원로이자 고승으로 평가받고 있던 스님으로 조계종 총무원장을 3번씩이나 역임해 불교계의 큰 스승으로 추앙 받았다.
그런 석주 스님이 갑작스럽게 입적하자 불교계는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석주 스님의 교통사고를 조사한 아산경찰서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석주 스님은 사고 당일 온양 보문사를 들렀다가 다시 범어사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아산경찰서의 관계자는 “이날 석주 스님이 타고 있던 차를 운전했던 A씨의 진술에 따르면 ‘스님은 사고 당시 차량의 뒷자리에 타고 있었는데, 차의 운전대가 갑자기 우측으로 급히 꺾이면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에 대해 경찰은 일단 타이어의 펑크로 인한 미끄러짐으로 보고 조사를 마무리한 뒤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경찰은 이날 사고 원인에 대해 “현장을 조사해 본 결과 운전사의 진술대로 타이어에는 바람이 완전히 빠져 있었고 이 때문에 휠이 많이 파손돼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차량에는 운전사와 보문사 주지 스님인 송운 스님과 석주 스님 세 명이 타고 있었고, 앞좌석에 탄 운전사와 송운 스님은 안전벨트를 맺지만 뒷좌석에 탄 석주 스님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여서 충격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을 조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차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렸고 힘을 이기지 못한 차량이 신호등을 들이받아 큰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앞좌석에 앉은 두 사람은 안전벨트를 매서 크게 다치지 않은 반면 뒷좌석에 앉은 석주 스님은 벨트를 매지 않아 사고의 충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스님은 뒷좌석 어딘가 단단한 부분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두개골이 심하게 골절됐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운전을 했던 운전자는 이 사고로 다리 무릎관절을 다쳐 현재까지 H병원에 입원 중이고 송운 스님도 척추를 다쳐 입원했지만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송운 스님은 이에 대해 “그 사고로 나도 척추를 다쳐 몸이 좋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수습할 만한 사람이 없어 부득이하게 퇴원해 일 수습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같은 당사자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석주 스님의 사고에 대해 불교계 일각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석주 스님이 크게 다쳐 사망한 것과 대조적으로 두 사람이 큰 부상을 입지 않고 무사한 것에 대해 “아무리 안전벨트를 맺어도 부상정도가 너무 차이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창가에 머리가 부딪혀 두개골이 골절될 정도면 힘의 방향과 세기가 있기 때문에 비록 안전벨트를 맺다 하더라도 조수석에 앉은 사람도 머리를 부딪혀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보다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불교 관계자는 “사고 당시 동석하지 않아 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석주 스님의 연세가 90이 넘었다고는 해도 아직 높은 산을 거뜬히 오를 정도로 정정하신 데, 뒷자리 탄 스님만 그렇게 심하게 다쳐 열반에 드셨다는 것은 얼른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고 당시 석주 스님 일행을 치료했던 H병원의 한 관계자는 “석주 스님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보니 머리 앞쪽이 심하게 다쳐 얼굴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면서 “앞머리뿐 아니라 뒷머리 쪽도 부상이 상당히 심각해 교통사고라는 것을 몰랐다면 심하게 구타당한 것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말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석주 스님의 사고를 두고 수군대는 이들이 늘어나자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그 원인에 대해 “당시 사고차량의 앞좌석에 하필 송운 스님이 타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운을 띄웠다. 이 관계자는 “석주 스님의 제자이기도 한 송운 스님은 사실 종단에서 수 차례 문제를 일으킨 파계승 출신으로 과거 보문사와 칠보사의 이권에 개입하는 등 석주 스님의 뜻을 거스른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건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다.
아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조계종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불교계의 최대 고승인 큰스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스님의 수행력에 누를 끼칠 수 있으므로 정상적으로 열반에 들지 못한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며 “이에 우리는 이 같은 조계종 측의 입장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아산경찰서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안만 하고 부검을 실시하지 않은 채 석주 스님의 시신을 곧바로 조계종 측에 인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을 인도 받은 조계종은 급하게 다비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조계종 측은 자세한 설명을 꺼리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큰스님 입적에 대해 어떤 것도 언론에 말 할 수 없다”며 “입적하셨다는 것 이외에 다른 부분, 특히 사망 원인에 관한 부분은 그동안 다른 스님들이 돌아가셔도 그 이유에 대해 특별히 알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 직격 인터뷰> “석주스님 수행력에 흠 될까봐 사실 안밝혀” “뒷자리서 무방비 상태로 있다 사고 당한듯” 석주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을 두고 불교계 일부에서는 흉흉한 소문과 함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석주 스님의 사고에 대해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해 사건이 속성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번 석주 스님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관계된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혹을 되짚어 보았다. 보문사 주지 송운 스님 - 석주 스님이 교통사고로 입적하셨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절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5년 전에 나왔다. 이후 일을 맡아 오다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스님께서 백세 장수할 수 있도록 모시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었는데 불가항력적으로 이렇게 돼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 - 왜 이 사실을 외부에 밝히지 않았나. ▲종단에서는 사실 내부적으로 이것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한가하는 것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종단에서는 대외적으로 석주 스님의 수행력에 흠이 될 수 있어 일체 언론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 사고 당시 석주 스님과 동승한 것으로 아는데, 왜 석주 스님만 열반에 드셨나. ▲지금 옆자리에 여러분들이 계셔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했으면 좋겠다. 운전을 했던 행자는 지금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나도 척추를 다쳐서 지난주까지 병원에 있다가 퇴원했다.
사고를 조사한 담당 경찰 - 석주 스님의 사고는 어떻게 발생한 것인가. ▲단독사고였다. 다른 차량으로 인한 사고는 아니었다. 운전자의 말이 핸들이 갑자기 우측 옆으로 쏠려서 그렇게 됐다고 들었다. 가서 확인해 보니 신호대와 충돌해 신호대가 파손돼 있었다. - 조계종단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밝히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는데. ▲정상적으로 열반한 것이 아니라 사고로 열반하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알리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원래는 석주 스님이 입적하시면 성철스님과 같이 크게 다루어질 사안인데 정상적으로 열반에 들지 않아 스님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이를 덮으려한 것으로 안다. - 사고는 어떻게 발생하게 됐나. ▲운전자 이야기로는 타이어가 펑크난 것 같다고 했는데, 우리가 현장에 나가 확인해 본 결과 타이어에 공기도 다 빠져 있었고 휠도 다 깨져 있었다. - 석주 스님만 돌아가신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앞좌석에서 안전벨트를 해 피해가 덜했고 석주 스님은 뒷자리에 무방비 상태로 사고를 당하신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조사한 것은 여기까지다. 자세한 것은 지금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 검찰에 문의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