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 15(월)에 전교조 논산지회에서 주최한 김누리 교수 초청 강연이 있어 참석해서 들었습니다. 김누리 교수의 강의는 Jtbc의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한 적이 있었고, 그 강의가 유튜브에도 올려져 있어 전에 다 봤었습니다. 그때도 김누리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너무나 비참한 우리나라의 현실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져서 눈물이 나왔었습니다. <헬조선>이 괜한 헬조선이 아니었습니다. 각종 통계와 자료는 우리나라가 최악의 나라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유튜브에는 국뽕을 선전하는 방송들이 있습니다. 조회수도 수십만에서 백만 이상이 나오기도 합니다. 저는 "가끔 국뽕 방송을 봐야 힘을 얻어 살 수가 있다."라고 말하면서 국뽕 방송을 봅니다. 거기에 나오는 내용은 천편일률적입니다. <한국은 지하철이 깨끗하고 정말 편리하다.> <한국은 김치를 비롯한 모든 음식이 맛있다. 특히 삼겹살과 한우의 그 황홀한 맛이라니!> <거리는 깨끗하고 사람들은 너무나 착하고 치안은 세계 제일이다. 밤중에 마음 편히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밤중 내내 영업하는 곳이 많아 심심하지 않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오는 배달문화는 최고다.> <한글은 모든 소리를 다 표현할 수 있는 위대한 글자이고, 한국어는 놀랄만한 표현력을 갖고있는 최고의 언어이다.> <K-팝과 K드라마는 세계 문화를 선도한다. 'BTS'와 '블랙핑크'와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은 한류가 세계최고임을 보여준다.> 등등 끝없이 열거되는 한국에 대한 찬양으로 한국이 마치 천당이라도 된 것처럼 어깨가 으쓱거립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자살률 세계 1위인 나라, 특히 노인과 청소년의 자살률이 압도적인 세계 1위인 나라, 빈부격차가 압도적으로 세계 1위인 나라, 출생률은 압도적인 세계 최저인 나라, 유럽이 흑사병으로 인구가 엄청나게 감소할 때 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나라, 수많은 아동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말도 안되는 나라, 일상적인 학대와 인권유린을 교육이라고 하는 나라,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이 사는 나라,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최고인 나라(빈부갈등, 이념갈등, 정당갈등, 남녀갈등, 세대갈등, 종교갈등, 학력갈등에서 세계 1위), 세계에서 가장 관용도가 적은 나라, 산업재해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나라, 압도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가 전쟁터라고 생각하는 나라, 혼자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 불평등을 가장 사랑하는 나라입니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나라는 민주화 투쟁으로 군부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지수 세계 11위에 오를 정도로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는 이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제도로서의 파시즘은 극복했지만 태도로서의 파시즘은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자본독재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군부독재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해서 억압했지만, 자본독재는 개개인의 마음속에 노예감독관을 심어나서 스스로 자기착취와 검열을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세력이라고 했습니다. 보수는 공동체의 번영을 추구하며, 민족주의자이며, 역사를 중시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세력이지만 <국민의힘>은 공동체와 민족을 말하는 사람에게 빨갱이와 친북세력이라는 딱지를 씌웠고 역사와 문화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그나마 보수와 비슷하지만 자본독재에는 저항하지 않는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보를 참칭해서 진보의 설 자리를 없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는 오래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외세에 영합하는 수구세력과 진보를 참칭하는 보수세력이 6:4나 4:6으로 분할하여 과두지배해왔다는 것입니다.
김누리 교수는 <경쟁, 능력주의, 공정>이라는 야만의 트라이앵글이 한국사회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도 "자연에서도 경쟁이 심하면 발생률이 떨어지게 되있다. 과도한 경쟁에 노출된 한국에서 출생률이 떨어지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시작하는 경쟁은 학생들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고 90%의 학생들을 패자로 만들고 그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주고 불행하게 만듭니다. 10%의 학생들에게는 턱도없는 우월감과 오만함을 주게되어 결과적으로 <능력이 있어 경쟁에서 승리하여 압도적인 부를 차지하는 것은 공정하다는 착각>을 주게됩니다. 다른 말로 <능력이 떨어져서 경쟁에서 패배하며 하층민이 되어도 공정하다는 자기 착취>를 한다는 것입니다.
김누리 교수는 경쟁, 능력, 공정은 신자유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허위의식이고 극복해야할 이데올로기라고 말합니다. 마이클 샌델은 <능력은 운>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노력하면 할수 있다.>는 능력주의는 승리자에게는 광적인 오만을, 패배자에게는 굴욕감을 줄 뿐이며, 절망사(자살과 마약과 알콜중독으로 인한사망을 합한 개념)를 증가시키고, 노동을 경멸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데올로기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처럼 이렇게 극단적으로 지배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습니다. 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전 부문과 얽혀 있는 문제라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나 한가?'라는 질문에는 아득해집니다. 그러나 김누리 교수는 먼저 교육을 바꿔보자고 말합니다. 독일도 교육을 바꿔서 현재의 사회를 이뤄냈다고 했습니다. 교사들도 좀더 급진적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한민국판 문화대혁명이라도 일어나야 세상이 바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