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1교회 1사회적기업' 캠페인을 진행하는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누리집 |
한국 개신교가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밖으로는 교회 세습, 목회자 자격 문제, 목회자 성 문제 등 큼직큼직한 사회적 이슈가 넘치고, 안으로는 대다수 교회가 교인 수 감소와 재정 위기, (미자립은커녕) 존폐의 기로에 직면했다. 한마디로 개신교는 총체적 위기에 봉착했다. 수십 년 전부터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지만 이제는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교회는 살 수 없다. 이대로 가면 개신교 몰락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1. 한국 개신교 선교 환경에 대한 몇 가지 이해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개신교 선교 환경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정리해보려 한다. 첫째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남북관계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회담을 했고, 북미간에도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앞으로 또 한 번의 북미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어지는 남북관계 개선 프로그램들과 더불어, 내년(2020년)이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고, 2022년 3월에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런 정치 일정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내 정치 경제를 안정시키고, 국제 관계 개선과 아울러 남북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둘째,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역대 정부의 경제성장률을 따져보면, 김영삼 정부(-5.7%, IMF 체제), 김대중 정부(평균 5%), 노무현 정부(평균 4.3%), 이명박 정부(평균 2.9%), 박근혜 정부(2016년 2.3%)로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박근혜 정부 시기 아시아 경제 평균 성장률은 5%대였고,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은 3%대였으나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장률은 2.3%까지 내려갔다. 다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3%대를 회복하다가 2019년 경제성장률은 2.7%로 예측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정권을 이양받아 경제 회복과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고 역량을 모으고 있으나, 자영업자 보호, 최저 임금 안착 등 다양한 경제적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셋째로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가 급격한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다. 일반적으로 고령화 사회는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 중 7%대를 넘어선 경우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13%를 넘어서서 고령사회(14% 이상)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전국 읍 단위 평균 노인 인구 비율은 14.8%로 나타나고, 제일 심한 전라남도의 경우 21.1%로 초고령 사회이며, 전북(17.9%), 경북(17.8%), 강원(16.9%) 순으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거의 50%에 육박하는데, 노인 둘 중에 하나는 빈곤 상태라는 의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4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노인 복지가 시급한 이유가 여기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노인 일자리를 꾸준히 늘리고, 노인들이 일해서 한 달에 20만 원 받았던 것이 이제는 27만 원을 받게 되고, 기초 노령연금도 20만 원에서 25만 원까지 올랐으나 여전히 노인 일자리는 충분치 않다. 노인 빈곤 문제는 곧 자살로 이어지고 있어서 70, 80대 자살률은 20, 30대의 거의 4배에 가깝다. 더불어 외로움의 문제도 더 심화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저출산율은 유럽 선진국형인 1.3명 대로 독일이나 프랑스와 차이가 없을 정도이고(세계 3위), 청년 실업이나 집값 상승 등으로 결혼 연령이 늦어져 산모 평균 나이가 32.4세로 나타나고 있다. 2006년에 정부가 〈저출산 및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운 이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15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으나, 여전히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5년에는 유소년 인구가 노인 인구의 두 배였지만 이젠 노인 인구(13.2%)가 유소년 인구(13.9%)와 거의 같은 13%대로 들어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인 가구(27.2%, 520만)에 2인 가구(26.1%, 499만)를 더하면 1,019만 명(53.3%)에 이를 정도다. 서울 인구만큼이 1인 가구나 2인 가구로, 독거노인이거나 한부모 가정, 별거 가정 등 이제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째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학자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민족·국가 출신 외국인들이 그 사회의 10% 이상이 될 때 다문화사회(多文化社會)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외국인 주민이 200만 명이 넘었고, 3년 뒤인 2021년에는 3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북도민(175만 명)을 넘어서는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25인승 버스로 치면 1.6명이다. 이러한 점유율로 보면, 식당, 공장, 거리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장에서 외국인과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밖에도 한국 사회와 선교 환경의 또 다른 변화가 있겠지만, 신자유주의 경쟁 구도 속에 시간당 1.6명, 하루 38명이 자살하고 있고(연간 1만3천8백여 명), 이혼 가정과 단독 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지표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새로운 시대에 한국 교회는 전향적이고 대안적인 선교 프로그램을 좀 더 능동적으로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
2. 한국 개신교와 사회적 경제
1)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한국 개신교의 선교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각 교단의 사회복지선교 담당자를 중심으로 지난 2011년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를 초교파적으로 설립하였다. 특별히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설립 및 양성을 위한 전문특화기관으로 선정되어 ‘1교회 1사회적기업’ 설립과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각 교단 협력으로 사회적기업 설립을 위한 컨설팅, 세미나, 간담회가 200여 차례나 진행되었고, 교회의 전통적 사업과 연계하여 매년 바자회나 몰래산타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① 매년 개신교·불교·가톨릭과 3대 종교 공동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종교계 공동선언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② ‘찾아가는 사회적 경제’ 프로그램으로 교회의 사회복지실천을 위한 컨설팅과 세미나를 이끌고 있다. ③ 기독교계 사회적기업의 생산품을 팔아 주기 위해 바자회, 몰래산타 행사, ‘1사회적기업 1교회’ 결연을 추진하고 있으며, ④ 교회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이해하고 설립하는 데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기독교사회적기업》, 2015년에 《교회를 위한 사회적기업 가이드북》, 2016년에 《기독교사회적기업가》, 2017년에 《기독교사회적경제》, 2018년에 《사회적경제를 위한 성경공부》를 출간하여 지금까지 총 5권의 시리즈물을 냈다. 이 책들은 신학대학이나 기독교계 사회복지학과에서 교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2) 기독교 사회적 경제와 교회에 적합한 유형 일반적으로 사회적 경제의 범주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포함된다. 기업이기에 이윤을 추구하지만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데 그 초점이 있다. 사회적 목적이라 함은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 목적이나 그 기업이 취약계층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①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의나 개념은 각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유럽에서조차 사회적기업이라고 명명한 것이 대략 15-2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은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유럽 전역에서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법이 제정되었고, 유럽연합(EU) 국가 내에는 약 700만 명이 사회적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영국에는 7만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있고, 미국에는 사회적기업이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 12월 현재 2,089개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고, 이 중 120여 개가 기독교계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있다.
본래 유럽이나 미국에서 자선사업이나 복지시설은 기독교 정신과 신앙에서 출발했다. 이것이 재정부족 문제나 노동의 권리 측면에서 근로 연계 유형의 복지로 발전하는 경향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생산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정책적으로 권장되기 시작됐다.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진 이후 지역자활센터에서 일자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IMF 이후 공공근로가 좋은 일자리 유형으로 만들어지다가 취약계층의 ‘사회적 일자리’로 명명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를 많이 감당해온 기독교 계통 사회복지시설이나 공동체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일자리를 통한 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이를 뒷받침하면서는 본격적으로 제도 안으로 편입되면서 사회복지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특성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발전의 측면, 교회 구성원의 선한 기업 운영 측면 등 다방면에서 교회와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교회의 사회복지선교의 방향이 소비적인 단순 서비스 제공에서 탈피해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 주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아울러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려면 정부 위탁을 받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 법인을 세워야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그럴 필요가 없다. 사회적기업의 요건을 갖추어 상법상 주식회사를 세우고 실제 영업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임을 증명하면, 사회적기업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의 인증을 받을 수 있다. 2018년부터는 인증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어 사회적기업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문턱이 대폭 낮아졌으니 앞으로 한국 개신교가 더욱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장기 실직자나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으로서 사회적기업을 수시로 공모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라 하여, 사회적기업의 전 단계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여 선정한다. 이때 사회적기업의 아이템이 매우 중요한데, 인위적인 것보다는 역시 교회나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이면 좋다. 더욱이 교회 인적 자원이나 자원 연계가 용이한 것으로 시행하면 성공률이 더 높다.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데 있어서 필수 요건은 기업의 주체가 취약계층(한부모가정, 여성가장, 다문화 가정 등)이거나 기업의 서비스 내용(간병인, 가사돌보미 등)이 가난한 이웃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기업에는 정부가 인건비(최저임금)나 사업개발비(최대 5천만 원)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② 사회적협동조합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많은 금융회사와 보험회사들이 파산했으나 협동조합은 오히려 위기를 잘 넘기면서 새로운 경제주체이자 대안적 경제모델로 주목받아 왔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은 물론, 사회 양극화와 빈부격차 등 사회 갈등을 극복하는 포용적 경제모델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 부응하여 우리나라도 2012년 12월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이후 2018년 12월 현재까지 13,158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그중 사회적협동조합이 1,159개이다.
협동조합은 “1인 1표 의결권”을 바탕으로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로서 “공동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인 단체”라고 되어 있다. 교회가 그동안 관행적으로 운영해온 문화센터, 상담소, 선교원, 카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의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는 셈이다. 협동조합은 일반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일반 협동조합은 이익 단체로서 조합원 권익과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목적을 갖는다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좀 더 공익적 목적으로 지역 주민 권익과 복리 증진 및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이나 서비스 제공에 목적을 둔다.
무엇보다 교회가 협동조합을 만들어 선교적 영역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에 기여코자 한다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가는 것이 성격상 맞다. 그러나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인가를 받아야 하므로 사단법인 설립에 준하는 엄격한 요건이 있다. 또한 사회적협동조합은 회비나 후원금으로 운영되기에 배당이 없으며, 일반적으로 모(母) 법인(교회)으로부터 지원받거나 건물 임대료, 회비 등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있어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주 사업이 아래 [표 2]의 사업 중 하나로 개별 사업에서 협동조합 전체 사업량의 100분 40 이상인 경우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③ 기독교 사회적기업의 유형
기독교 사회적기업은, 아직은 조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겠지만 2018년 12월 현재 120여 개를 넘었다. 교회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의 유형을 보면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다. 각 유형별 사례도 함께 덧붙였다.
가. 아나바다운동을 계승한 재활용사업 유형, 계양구 재활용센터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아나바다운동(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자)을 전개해 왔고, 교회마다 아름다운 교회, 초록가게, 재활용센터, 굳윌 코리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 보전(JPIC)과 자원 절약, 생태 보전을 위한 지역사회운동으로도 기여하고 있다.
재활용사업 유형으로는 계양구 재활용센터가 있다. 계양구 재활용센터는 인천 해인교회가 설립한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이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사람들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2001년에 설립한 재활용 사업이다. 이 센터에서는 가정용 가구와 사무 가구류, 가전제품류, 의류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해인교회가 속한 교단이나 지역사회가 기탁하는 재활용품과 가구류, 사회적기업 등에서 기탁되는 신품을 판매한다. 재활용 센터는 지난 2007년에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회적 일자리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고, 인건비 지원을 통해 더 많은 노숙인을 고용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노숙인 6명을 고용해 운영하고 있으며, 자원봉사 단체 ‘생명을 살리는 환경연대’를 만들어 전문적인 자원봉사를 펼치고 있다. 특별히 좋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교회, 지역사회, 기업들과 공동 캠페인을 통해 나눔운동과 자원 재활용운동을 전개하는 국민 의식운동도 매우 중요한 사업 내용이다.
나.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문화선교 유형, 사회적협동조합 장터 한국 개신교가 교회를 개방하여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교회 공간 내 친교실 겸 카페를 만들기도 하고, 이 공간을 통해 작은 음악회나 세미나 등 지역사회에 다양한 사회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문화선교 유형에 해당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장터는 경기도 파주시의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2013년에 탈북민과 장애인의 일자리를 위해 설립했다. 교회에 출석하는 장애인들이 어릴 때에는 정부 지원을 받고 관리를 받지만, 나이가 차면서 정부 지원이 미약하여 장애인 일터가 필요하던 차에 2012년에 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장터’에서는 커피, 베이커리, 식료품 등을 판다. 이를 위해 장애인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제빵 훈련을 받기도 하고, 판매도 직접 한다. 2017년 9월 기준으로 매장에는 1등급 장애인 6명을 포함하여 8명의 발달장애인과 1급 청각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 13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장터는 교인과 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조합원을 구성했는데, 현재 600여 명의 조합원들 협력 속에 사회복지사 3명과 일반 직원 2명까지 전체 18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장터는 2015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다. 생태운동을 계승한 도농 직거래 유형, 사회적기업 도농살림 한국 개신교는 오래전부터 도농 직거래를 통해 농촌교회를 도왔다. 이 사업의 바탕에도 하나님의 창조 질서 보존을 위한 신앙고백이 자리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장생협, 도농 사업단, 생협 등 매장을 운영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회적기업 도농살림은 노숙인 일자리 창출과 농촌교회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 어촌 지역의 친환경 생산품 등을 판매하고자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을 만든 계기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교회 여남신도회가 농촌교회를 돕고, 직거래 이점 때문에 시작했는데, 일시적 판매가 아닌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한 전문 사업체를 필요로 하면서 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농어촌 교회들이 좋은 친환경 생산물품을 생산해도 언제나 겪게 되는 판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교인과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먹거리를 주는 1석 3조의 사업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도 기장생협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교단의 농어촌 지역 성도들과 협약을 체결하고 판매를 증진시키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인건비와 사업개발비 지원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대기업과도 연계하면서 연 매출이 2억 원대로 늘어났고, 4명의 직원이 일한다.
4. 결론 오늘날 한국 개신교의 선교 환경은 너무도 위중하다. 교단의 교세가 갈수록 줄어들고, 교회마다 재정 위기가 높아지고, 따라서 예장 합동이나 감리교를 비롯한 교단마다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는 추세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정책이 공공성을 높이고 서민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향에서 종교계 같은 공익적 단체들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선교적 패러다임이 정부의 사회보장정책과 만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한국 개신교가 전통적인 교회 방식이 아니라 교회 문턱을 낮추고 세상과 소통하며 지역주민의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면, 특히 이웃을 돌보는 선교 형태를 갖는다면 새로운 교회가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 세금이 투여되는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종교 행위가 금지되지만, 기독교 정체성을 근간으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이 모든 것이 자유롭다. 어쩌면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협동조합을 만든다면, 정부가 요구하는 기업의 투명성이나 민주적 의사 결정보다 더 깊고 높은 하나님 나라의 윤리를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선교 영역에서도 사회적기업을 적극 활용하면 매우 좋을 것 같다. 우리 정부는 해외 사회적기업 설립이나 NGO 활동도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기업도 해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나 인도 등 체제나 종교가 다른 문화권에서 일어나는 선교사 추방이나 종교 탄압 문제도 사회적기업 설립이나 선교를 위한 기업(Business for Mission)을 통해 풀어나가면서 지속가능한 선교 영역을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기업 윤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사회적 공익성을 실현하되 기독교 정체성을 띠는 기독교사회적경제기업을 많이 만들어 가는 것도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교회 운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 이중직을 단순히 ‘투잡’ 정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사회) 전체를 선교 영역으로 이해하고, 교단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는 일을 목회로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기독교적인 정서로 변화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지평을 확대해 가는 일 아닐까.
이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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