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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김승곤 교수의 사진교실](1)감동을 찍는 것 (2) 여행의 즐거움(3) ‘빛으로 그리는 그림’
ysoo 추천 0 조회 119 15.03.26 18: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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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감동을 찍는 것

 

 

김복수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5기·(주)씨에스테스토 대표)

 

 

아직 겨울이 한창입니다.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웬만한 산이나 계곡이나 들판에 흰 눈이 쌓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월이 오기 전에 한두 번쯤 눈이 더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도 있고요.

만일 카메라를 갖고 계신다면,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멋진 설경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함박눈이 흩날리는 장면이나 온 천지가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는 풍경은 겨울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매력적인 사진의 소재 가운데 하나입니다.

 

눈 풍경은 그냥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눈은 불가사의한 아름다움과 함께 감정을 순화시키는 시정(詩情)과 환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이 사람들의 가슴을 애틋하게 만드는 것은, 그 흰 색깔만큼 순수한 눈이 아직 아무것에도 물들지 않은 청소년기의 어느 순간 눈만큼 시린 추억의 발자국을 사람들의 가슴에 깊숙하게 남겨 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복수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5기·(주)씨에스테스토 대표)

 

 

권은희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5기·새누리당 국회의원)

 

 

첫눈을 기다릴 때의 설렘, 머리와 어깨에 눈을 맞으며 걷는 즐거움, 손바닥에 떨어진 눈이 빠르게 녹아내리는 것을 볼 때의 슬픔, 대지를 덮고 지상의 모든 생명을 길고 어두운 잠에 빠져들게 만드는 포근함, 거칠게 휘몰아치는 눈보라의 역동적인 힘…, 눈에 관한 얼마나 많은 인상들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팔랑팔랑 내리는 싸락눈, 비와 함께 흩날리는 진눈깨비,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잎을 떨구고 난 나뭇가지들에 핀 하얀 눈꽃, 흰 눈에 뒤덮인 눈부신 설원, 이른 아침에 내리는 서설, 응달에 남아 있는 잔설…, 이름만 들어도 눈앞에 정경이 떠오르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습니까?

 

감동적인 풍경사진은 빛이 부족하거나 궂은 날씨 같은 좋지 않은 촬영환경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사진들이 그런 상태에서 찍혔습니다.

거센 바람이 일으킨 눈보라가 하늘을 가려버릴 기세로 가득 피어올랐습니다. 스케일로 하면 마치 만년설에 덮인 히말라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강원도의 목장에서 길 옆에 무릎 높이나 사람의 키보다 조금 높게 쌓아 놓은 눈 무더기에 바짝 다가가서 위쪽으로 올려다보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셔터를 누르는 타이밍과 카메라의 위치, 각도, 배경의 선택과 노출 등을 잘 선택하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누구나 그렇게 찍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사진이 반드시 ‘진실’을 찍는 것은 아닙니다. 외계에서 날아온 거대한 물체처럼 보이는 정체 모를 이 조형물(사진 권은희)도 사실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얇은 얼음조각을 한손으로 들고 찍은 것입니다.

뒤쪽에 밝은 태양을 넣고 찍었기 때문에, 마치 이 물체 자체가 안쪽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른 사진을 볼까요? 흰 눈으로 덮인 설원에 작은 오두막 한 채, 그 옆에 앙상한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습니다(사진 천옥루). 그리고 위쪽으로는 흰 구름과 짙푸른 회색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뿐이지만, 설원의 겨울다운 정일함과 무구함, 그리고 전체적으로 기분 좋은 안정감과 조화의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쓸데없는 공간이나 빈틈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화면을 구성하는 소재들이 적절한 균형을 가지고 제자리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화면 구도, 말하자면 디자인이 잘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 사진을 찍은 것은 모두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하게 된 분들입니다. 누구나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사진을 찍고 싶고 그럴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 있지만,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서지 않는다면 생각만으로는 어떤 사진도 찍을 수 없습니다.

안락한 일상을 빠져나와 추위와 눈보라에 맞설 용기가 있으시다면, 그리고 몇 가지 사항에만 유념하신다면 이처럼 멋진 겨울 풍경사진 한 장쯤 손에 넣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겨울에 야외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 기억해 두어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적겠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의 야외촬영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먼저 자연에 대한 존중과 순응하는 태도, 그리고 추위와 안전에 대비한 체력과 옷차림입니다.

 

방한모(바라클라바), 보온용 장갑과 방수 등산화는 필수입니다. 마른 수건과 휴대용 손난로, 발목 토시(스패츠), 아이젠은 가지고 가면 유용하게 쓰입니다.

 

카메라 가방에는 꼭 필요한 것만 챙겨 넣습니다.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 작은 카메라라도 예비로 한 대 더 준비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렌즈는 표준 줌렌즈(24~70mm)와 망원 줌렌즈(70~200mm) 두 개면 충분하고, 무게가 부담스럽다면 삼각대는 두고 가셔도 됩니다. 해 뜰 무렵이나 일몰 때 찍는 것이 아니라면 ISO로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셔터속도로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맑게 갠 날에는 원편광(C-PL) 필터가 있으면 좋습니다. 또 영하의 기온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완전 충전된 여분의 배터리를 따뜻한 주머니에 넣어서 지니고 다녀야 합니다. 카메라의 배터리가 들어 있는 손잡이 부분에 손난로를 감싸서 보온하면 전지를 보다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나중 일을 생각해서 RAW파일로 찍거나, ±1스톱 정도로 단계 노출로 설정해서 찍도록 권합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눈보라나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선명하게 나오게 찍으려면 배경과 셔터속도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어두운 배경으로 해서 셔터속도를 1/30초를 기준으로 몇 단계 변화를 주어서 찍어봅니다.

 

삼각대를 쓰지 않을 경우, 카메라 흔들림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때 플래시(daylight sync)를 사용하면 의외로 박력 있는 눈 사진을 찍을 수 있답니다.

 

 

천옥주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3기·그래픽신화 대표)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 느끼고 깊이 마음이 움직여지는 것을 감동이라고 하지요. 좋은 사진에는 그런 감동이 찍혀 있습니다. 카메라나 렌즈를 다루고 촬영기법을 익혀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보다 사진가가 그 장면에서 어떤 감동을 느꼈는가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은 상태에서 셔터를 눌렀다면, 다른 사람은 그 사진에 찍혀 있는 사물만 보게 되겠지요.

눈부신 은빛 설원, 석양으로 물든 해질 녘의 하늘, 바다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 아이의 맑고 커다란 눈망울…. 단지 아름답고 인상적인 경험만이 아니라, 거기에 스스로가 공명을 일으키는 마음의 상태가돼야 합니다.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감동적인 사진은 찍을 수 없다는 것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김승곤 교수의 사진교실]

 (2)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사진

 

 

배윤기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4기·LG화학 전 사장)

 

 

왜 여행을 하는가?

 

여행에서 돌아온 날 밤, 포근한 이불 속에 몸을 눕히면서 입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아,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

길고 고단했던 여행일수록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들 겁니다. 어찌 보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영위해온 일상이 얼마나 안락한 것이었는지를 새롭게 깨닫기 위한 행위인지도 모릅니다. 이질적인 시간과 낯선 장소에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비로소 발견하는 생활의 새로운 풍경이라고 할까요. 그동안 공기처럼 생각되던 가족과 집이 소중하고 감사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배윤기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4기·LG화학 전 사장)

 

 

낯선 여행지에서는 자신의 본능과 직감으로 판단하고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잠자던 감각들이 살아나게 되고,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던 자신의 내면과 맞닥뜨릴 기회가 많습니다. 그곳에서의 새로운 만남과 발견에 대한 기대 때문에 나른하던 몸과 마음에도 생기가 돕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행에는 고통이 따르기도 하지요. 여행하면서 때로는 고독감과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기도 합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는데, 이 ‘나그넷길’이라는 것과 ‘여행’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여행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경험할 것인지, 무엇을 보고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예정을 세우거나 예측할 수가 있고, 돌아다니는 경로와 일정이 미리 짜여 있어서 안심하고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여행이란 이미 알고 있는 일들이 예정대로 이뤄지는지, 여행 안내서나 관광 엽서에 나오는 명소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와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행이 나그넷길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돌아올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은 이렇게 아무 예정도 세우지 않고 정처 없이 떠나는 나그넷길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견문을 넓힌다는 점과 먼 훗날까지 기억에 남을 다양한 일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낯선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람들이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행동을 다루는 학자들은 사람들이 원래 공간을 이동하는 본능이 있다고 하지만, 한자리에 머무르면서 안도를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참 동안 여행을 가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사람이 드문 것을 보면, 여행이 갖고 태어난 본능 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남숙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9기·(주)서일 감사)

 

 

여행의 긴장감과 해방감

 

여행의 행태는 시대와 사회, 경제적인 환경과 조건에 따라서 다릅니다. 인류에게 가장 먼저 발생한 여행은 물이나 음식을 구하거나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이동하는,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행위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된 공간의 이동과는 달리, 각자의 자유 의지에 따라서 선택하는 이른바 ‘여행’이라는 것이 등장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여행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나타나는 특징은 긴장감과 해방감이라고 하는 상반되는 감각이 동시에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미지의 토지에서는 불안감이 강해지고, 외부 환경의 변화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번거로움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난다는 ‘마음 편함’이 심신의 해방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여행인지 단체의 일원으로 참가하는지에 따라서 느끼는 자유와 즐거움, 그리고 긴장의 정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가 결정하고 대응해야 하는 개인 여행은 당연히 긴장도가 높아지지만, 반면에 행동이 자유롭고 여행지에서의 강한 인상이나 추억을 만들기 쉽다는 것이 이점이겠지요.

 

일상생활에서는 1주일은커녕 며칠 전에 일어난 일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은 몇 년이 지난 다음에도 비교적 선명하게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걸 보면 사람의 뇌 속에는 비일상적인 여행의 시간을 기억하는 별도의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기억을 가장 확실한 것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카메라입니다. 꺼내는 순간, 그때 그 장소로 우리를 타임 슬립시켜 주는 사진은 여행의 기억을 몇 배나 더 생생하게 재현시켜 줍니다.

 

 

김규완 (SPC서울사진클럽 CEO과정 제 8기·(주)기한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콤팩트 카메라로 충분

 

해외여행에는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고급 기능을 가진 카메라는 오히려 무겁고 기능이 복잡해서 사용하기에 불편할 뿐 아니라, 분실이나 도난의 위험도 높기 때문입니다. 요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가운데에는 성능이 뛰어난 기종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 해도 도중에 배터리가 소모되면 무용지물이겠지요. 단기 여행일지라도 예비 배터리와 충전기, 그리고 여분의 메모리 카드를 반드시 준비해 가기를 권합니다. 현지의 콘센트 형식이나 전압이 우리나라와 다른 경우가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술관과 박물관, 정부 건물과 시설, 공항이나 국경 부근, 군사시설, 교회나 성지 등 장소와 대상에 따라서는 촬영이 금지되거나 사전 허락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분쟁 지역에서는, 호기심에 몰래 촬영하다가 스파이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물을 대상으로 할 때는, 사람은 누구나 사진에 찍히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꼭 찍고 싶다면 촬영해도 좋은지 본인에게 확인한 다음,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보여주며 찍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대개는 ‘OK’입니다.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 보여준다면 더욱 안심하겠지요. 사진을 요구할 때는 이메일 주소를 받아서 보내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다음에 어떤 다른 사진가가 그 사람을 찍을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카메라를 가진 사람에게는 호기심보다 더 귀중한 재산은 없습니다. 어디선가 본 그림엽서 같은 사진은 잊어버리고, 자신만의 체험과 느낌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소재들을 찾아보세요. 비행기의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구름 풍경, 기내식,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 새벽의 거리, 노상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사람들의 일상, 거리의 간판, 쇼윈도, 광장 계단에 앉아 있는 관광객들, 강아지, 이국적인 골목 풍경 등 꼭 유서 깊고 장엄한 건축물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더라도 사진의 대상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좋은 추억 많이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김승곤 교수의 사진교실]

 

 (3)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

 

임향자 SPC서울사진클럽 원장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사진은 어디까지나 ‘빛(photo)으로 그리는 그림(graph)’입니다. ‘참된 모습(眞)을 그대로 베껴서 옮겨놓는다(寫)’라는 뜻의 사진(寫眞)이란 용어는 동양권, 그것도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사용된답니다. 같은 한자어권인 중국에서는 ‘햇빛에 드러난 작은 조각(照片)’이라고 부르니까 원래의 의미와 비슷하지요. 어쨌건 아무리 좋은 카메라에 많은 재주를 가진 사람일지라도 빛이 없다면 사진은 찍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찍으려는 대상의 모습을 보려고만 하지 그 대상을 드러내주는 빛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재는 빛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성서에는 태초의 세계에는 암흑과 혼돈(카오스)만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신이 ‘Let there be light!’라고 말씀하시자 빛이 생겨났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 빛에 의해서 사물들의 모습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와 질서가 짜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까지 보이지 않았던 사물들이 비로소 존재와 질서를 얻게 된 것이지요. 이 대목은 사진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바로 특별한 의미가 없이 그냥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장면 가운데에서 대상의 어떤 부분을 선택(프레이밍)해서, 직사각형의 화면 안에 그들의 관계를 디자인하고 질서를 만들어내는 행위(구도)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에서나 빛이 결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빛에는 적외선이나 자외선도 포함되어 있지만, 보통은 우리 눈으로 감지할 수 있는 파장의 범위인 가시광선(visible light)을 말합니다. 빛은 직진과 반사, 굴절 같은 물리적인 성질들을 가지고 있는데, 시간과 장소의 조건에 따라서 밝기와 색채, 거기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적인 효과에 이르기까지 천변만화의 조화를 부리지요. 딱딱한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알아두면 유용한 빛의 성질

 

칠흑 같은 암흑은 마음을 절망의 심연으로 빠뜨리고, 산과 들판과 바다에서 어둠을 가르고 솟아나는 아침 태양은 희망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똑같은 장면이나 피사체인데도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은 거기에 비추고 있는 빛의 성질이나 상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진가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크게 나누어 순광(정면광)과 사광(측면광), 역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순광(順光)’은 사진가가 태양을 등진 상태에서 피사체의 전면을 비추는 빛으로, 해가 그다지 높지 않은 각도로 떠 있는 오전이나 석양 무렵의 광선을 말합니다.

하늘이 한층 파랗게 찍히고 선명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풍경사진을 찍을 때는 좋지만, 한편으로는 그림자가 없는 밋밋한 사진이 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측면이나 엇비슷한 위쪽에서 길게 들어오는 ‘사광(斜光)’은 계절에 따라서 조금 다르지만, 대략 오전 열시 전후나 오후 서너 시에서 네다섯 시까지 시간대의 빛으로, 빛이 닿는 부분에 질감과 그림자를 만들어서 물체의 형상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명암이 균형을 이룬 감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장면의 분위기와 인물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인 이 사광은 네덜란드 화가의 이름을 따서 렘브란트 광선이라고도 불립니다.

 

한편 아침이나 석양 무렵의 태양이 앞쪽에서 비추는 상태의 광선을 ‘역광(逆光)’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늘진 부분이 극단적으로 어두워지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노출을 조절하거나 보조적인 광선을 쓰지 않는 한, 사진에서는 일반적으로 금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광선을 잘만 활용하면 극적인 효과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보는 순간, ‘앗’ 하고 느껴지는 사진들은 바로 이 역광을 이용해서 찍은 사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걸작사진’들은 무엇을 찍었는가보다 거기에 작용하는 광선의 상태가 어떤가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형상의 가장자리를 빛나게 만들고 윤곽을 또렷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역광을 잘 활용한다면 누구나 깜짝 놀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일출이나 일몰 무렵, 멀리 수평선 끝에서부터 바로 발밑까지 이어지는 100만 개의 보석 같은 반짝거림도 바로 이 역광이 연출해내는 기적입니다.

그런데 역광으로 찍을 때는 렌즈 안으로 빛이 들어오게 되면 빛이 번져서 상이 흐릿하거나 지저분해집니다. 또 촬영에 열중한 나머지 파인더로 태양을 직접 바라보면 눈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조풍연 메타빌드(주) 대표

 

 

빛의 마술, 매직아워

 

약간의 빛만 있으면 하루 중 언제 어느 곳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찍히는 가장 좋은 광선상태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분명히 있습니다.

 

요즘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만, 사진이나 영화의 세계에서는 ‘매직아워’. 또는 ‘골든아워’라는 용어가 오래전부터 쓰여 왔답니다. 이 ‘매직아워(magic hour)’란 해가 뜨기 직전이나 해가 진 후 얼마 동안 주위가 희미하게 밝은 박명(薄明)을 말하는 것으로, 하늘과 지상의 밝기가 비슷해지는 이 무렵은 그야말로 황금의 시간대입니다. 화려한 금빛으로 감싸인 세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나 자연의 마법 같은 황홀한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출 직전과 일몰 후의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이 짙은 청색으로 물드는 ‘블루아워’의 광선상태도 지금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신이 강림할 것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아주 환상적이고 예술적으로 보이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요. 이름난 명소를 찾아서 일부러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자연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광경은 일상의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해 뜨기 직전이나 석양 무렵에 아파트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향해서 한 번 사진을 찍어보세요. 필요한 것은 사진의 솜씨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자신이 직접 찍어서 그 환상적인 마법의 순간을 체험해보겠다는 의지입니다.

 

붉은 노을로 물든 풍경을 촬영하신 분이라면, 기대했던 것과 달리 허옇게 나온 사진에 실망하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그럴 때 처방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노출을 덜 주어서 약간 어둡게 찍는 것이고, 또 하나는 화이트 밸런스를 ‘구름(흐림)’이나 ‘그늘’ 모드로 설정해서 찍어보는 것입니다. 그래도 원하시는 붉은색이 안 나온다면, 그럴 때는 날씨 탓을 하셔도 됩니다.

 

 

 

 

김승곤 교수

고려대 국문학과를 나온 뒤 일본대와 쓰쿠바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이명동 사진상, 일본사진협회 국제상 등을 수상했다.전 일본사진연맹 심사위원,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장, 서울사진축제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사진에 있어서의 몇 가지 논점> <한국 현대 사진의 장면> <잔인한 사진의 정치학> 등 200여 편의 논문을 썼다. 현재 사진평론가로서 국립순천대 사진예술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 LUXMAN.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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