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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런 일 절대 없었다니까" - 섭회사건 -
사진/자파리님
“똑바로 말 해봐요. 당신이 그런 사람인지 정말 몰랐어요,이럴 수가 있어요?” '……??'
의사가 만나자고 해서 병실을 나갔다 온 아내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고운 얼굴에 노기를 띠고 울상이 된채 들어와 환자인 저를 다그치는데 그런 표정은 처음봤습니다.
예전에 없던 아내의 돌변에 영문을 모르는 저는 어리벙벙 했고, 이어 저는 침대에 실려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갔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그곳은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 된 격리환자를 위한 독방이었습니다. 갑자기 날개 부러진 참새꼴이 되어 고태골로 간 것이죠..
초창기의 에이즈를 아시지요? 그 바람에 콘돔장사 대박이 나고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해서 의료진들 조차 접근을 꺼려했던……
그때는 룸싸롱 접대가 잦아 의심 받을 건 당연했고, 변명을 한다고 해도 곧이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아니라고 부인해도 통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ㅎㅎ
이사람 저사람 보는 사람 마다 비웃는것 같고 아내마저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아 창피해서 미치겠더만요.
'아니야 그런 일 절대 없었다니까'라고 말은 했지만 '아냐!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 제발, 제발 그것만은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락거리며 피를 빼가 몸속에 있는 물기를 말려버린 것 같았습니다.
저로 인하여 처가를 비롯하여 병원이 긴장한 거죠. 격리는 물론이고 접근금지 팻말까지…… 이거 원, 살 맛을 몽땅 빼앗긴 기분이었어요.
개인병원의 전성기인 그때 개봉동 입구에 그 지역에서 제일 큰 강서병원이 있었습니다.
일주일 가까이 입원해 있는 동안 그 병원 의사들 외에 격리 되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온 의사들도 저를 관찰 하는 것 같았습니다.
두꺼운 책을 들고 와서 들여다보고 자기들끼리 속닥거려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별의 별 공상이 다 되어 아닌 게 아니라 죽을 맛 이었습니다.
속 마음을 알아 줄 아내마저 저 모양이니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그렇게 일주일 가까이 마음 고생을 했습니다.
*****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겠지만 80년대 초 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가 세상에 처음 등극하여 의료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대단했을 때였어요.
손바닥과 발바닥에 붉은 반점이 생겨 가렵고 높은 열이 내리지 않아 입원했었죠.
의사들은 초기증상을 에이즈로 의심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변화가 없으니까 이번에는 의료진들이 더 이상했던지 검사를 다시 시작한 거죠.
그런데 출입하던 의사들 중에 인물이 좀 처진다고 여기던 저와 비슷하게 생긴 의사가 있었어요.
어느 날은 혼자 들어오더니 대변검사를 했느냐고 묻더군요. 다른 검사는 다 했지만 그때까지 대변 검사는 안 했어거든요.
한참 후에 웃으면서 혼자 들어온 의사는 퇴원 준비하고 종로5가 대형약국에 가서 디스***뭔가? 하는 약 한 알 사먹고 집에 가라고 하더군요.
먹었으면 재검도 필요 없다고…… 그 약은 신개발 된 약이어서 값은 좀 비쌌던 것 같아요. *****
저는 순천에 있는 처가를 자주 다녔습니다. 고향이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온 맏사위 대접이 보통이 아니었죠. 처가 동네는 사위들을 극진히 위하는 풍습이 있었어요.
제가 다니는 겨울이면 장모님은 술을 담가 동네 청년들을 불러 그 술독이 바닥 날 때까지 날마다 잔치를 하게 했고,
장인 어르신은 사위 왔다고 동네 청년들을 시켜 물고기를 잡게 해 그 물고기로 “섭회”를 만들었습니다.
“섭회”가 뭐냐하면 보성강에서 잡은 작은 물고기들을 난도질하여 무생채와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무려 만든 음식으로 술 안주나 반찬으로도 먹고 밥을 비벼 먹기도 하는 그 지방 겨울철 최고의 별미랍니다.
“섭회“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그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있었지만 그 약이 나온 뒤로 그런 걱정은 안 한답니다. 그 약만 먹지 말고 간을 보호하는 약과 같이 먹으라고 하더군요.
흡충이 혈관을 따라 뇌로 올라가면 큰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만약 진짜 에이즈였거나 그 약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이런 섭회사건을 읽을 일도 없었겠죠?ㅎㅎ 20120720
"고태골로 간다."의 어원
중국 서황모 신화에 서쪽은 해가 지는 땅으로 어둠과 죽음을 의미 하는 곳이랍니다. 우리도 이 신화에 따라 한양의 서쪽에 감옥과 처형장 등을 두었다고 그래요. 서대문 형무소, 소년원, 화장터가 서울의 서쪽에 있었던 까닭이 이것이죠.
서울 서북쪽인 북한산 인근에 고태골이 있는데 그곳에 처형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고태골은 죽음을 의미하는 곳으로 "고태골로 보낸다."는 말이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
첫댓글 시상에나...그런일이........아니 그럴수도 있군요...ㅎ
오죽하면 고태골을 생각했을까요.ㅎㅎ
디스토마 구충제가 그대 나왔는데 그덕을 본 것이죠.
그냥 두면 머리로 올라가 발작증세도 보인다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