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비는 내리고...
구파발역 10시. 약속시간이 촉박했다.
급하게 집을 나서려는데.. 예상치 못하게 비, 봄비가 내리는 것이다..
내겐 항상 싫지 않은 비...
한 번도 오른 적 없는 북한산의 무시무시한 위용도 잊은 채, 묘한 기대감으로 우의를 찾아 뒤적인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고 번개장님 휴버트님 목소리. 휴.. 한 발만 늦었서도 놓칠 뻔했다.
' 은주야~ 비 때문에 북한산 산행 취소됐어. 대신 영화 볼 꺼니까 영등포역에 11시까지 오면 돼 '
후다다~~ 닭.. 서두르다, 굼벵이처럼 느리적.. 느리적...
영화? 이 무슨 번갯불에 영화 보는 소리??
산행복장을 전부 팽개치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비오는 날.. 좋은 님들이랑 함께 영화보고, 술 마시고, 이얘기 저얘기..이래저래.. 뭐 그것도 재밌겠다.
그런데 딱 하나 걸리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나의 각별한 영화 취향.
영화 보면서 딴 영화 생각하거나 영화 보는 내내 시간 쳐다보기, 영화볼 때 편히 자기,
영화 끝나고 영화 스토리 물어보기.. 열이면 열, 분명 그 중에 하나일 내 영화 취향..
아.. 그것이 문제로다.. ㅎㅎ
오전 11시.. 산 대신.. 영화가 있는 풍경...
휴버트님, 솔나무무님, 눈꽃님, 햇살님, 아지님, 행인님, 가드님, 얼롱님, 여름비님, 자작나무님,
새로 나오신 스마일님과 먹개비님, 영화 끝나고 합류한 안나님, 그리고 나 여름꽃,
우리는 모두 14명이었던가요?
어쨌든.. 산행 대신 우린 또 다른 반가운 모습으로 영화관 앞에서 재회했다.
추격자. 천일의 스캔들. 숙명. 어웨이크. 데스 디파잉...
아, 또 무슨무슨 해석도 안 되는 영화제목들... 음.. 어쨌든 생소하더군..
분분한 의견교환을 거친 후 우리는 두 파로 나눠졌다.
잔인함이 그렇지만 모두 강추한 <추격자> 파와 얼떨결에 선택한 <데스 디파잉> 파.
두어 시간이 지난 후................ 두 파는 영화관 앞에서 비장의 소감들을 쏟아놓았다..
여름비 언니, 나 여름꽃, 휴버트오빠, 아지언니, 햇살언니, 가드님으로 이뤄진 <데스 디파잉> 파.
강추.. 그 영화 너무 감동적이야.. ^^;;
미리 잘 짠 대본대로 우리는 그 영화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건만,
아..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왜 그렇게 웃기고 우울한 거야.. ㅎㅎ
아.. 그리고 추격자 파~ 넘 똑똑했다.
영화 제목을 몇 번이나 암기하며 우리가 본 영화는 절대 안 보겠다고 하였으니,,
정말 똑똑하지 않은가??
사실< 데스 디파잉> 파의 영화관 진실은 이랬다.
휴버트님.. 코골고 자고, 가드님.. 소리내어 코골고 자고,
여름비 언니.. 잠자는 두 남자들 사이에서, 왕짜증을 겨우 참으며 눈 뜨고 자고..
끝에서 나란히 앉은 햇살님과 아지님.. 믿을 수 없게 나름 감동적이었다고 하나,
완벽한 사실 은폐를 위해.. 두 사람도 나름 각본을 짠 것 아니겠어? ㅡ.ㅡ?
그리고 게 여름꽃.. 각별한 취향처럼.. 그녀는 예외없이 영화보면서 딴 생각했다.. ㅡ.ㅡ
오후 2시.. 오후 4시.. 오후 6시.. 오후 8시.. 오후 10시..
영화 그 뒷풀이 이야기...
감자탕집에서 뒷풀이를 가졌다.
봄비 촉촉히 거리를 적시고... 바글바글 감자탕 끓고.. 한 잔 두 잔 술잔 기울어지고...
오손도손.. 시끌시끌.. 오랫만에 보는 얼굴들이 비오는 날 더 정겹다...
산악회에서 늘 이 번개 저 번개로 만인의 인기인이신 휴버트님..
그가 주는 최대 매력은 애교스런 웃음과 형님동생 모두를 아우르는 편안함이다.
그것은 그 누구의 훤칠함도 훨씬 뛰어넘는 그의 최고의 장점이자,
모두가 말리는 무대나섬증을 더욱 폭발시키는 그의 숨길 수 없는 치부이기도 하다. ㅎㅎ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매맞는 게임엔 그를 절대 왕따시키는 게 좋다.. 여자고 남자고 인정사정 없는 그의 맵고 찰진 손 맛..
그의 말처럼, 그 손 맛은 정말 그를 잊을 수 없게 한다..
개띠 모임을 저녁에 앞두고 분홍색 예쁜티를 입고 등장한 여름비언니..
그녀는 산악회의 엔돌핀 같다. 하하하.. 허허허... 너 주겄어.. 내가 언제?
거칠것 없이 터지는 그녀의 말발과 웃음은..
어떤 이들에게는 무한정한 선물이고, 또 어떤 이들에겐 피할 수 없는 지뢰 같은 것..
근데 언니야~ '데스 디파잉' 왜 보자구 했어? 그거 정말 지뢰였다는.. @.@
발랄함과 차분함이 함께 교차하는 햇살님..
무표정한 모습으로 있다 까르르 웃음을 터뜨릴 땐 스무 살 소녀같은 언니..
우린 예봉산에서 처음 만났는데,
난 그날 그녀만이 가진 사뭇 진지하면서도 다부진 색깔을 보고말았다..
커다란 눈과 해맑은 모습이 볼수록 참 이쁜 눈꽃님..
그녀의 따뜻함과 친근함은 주변의 많은 사람을 감싸안을 듯 하다..
노래방에서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열성을 다하던 그녀의 모습..
그 모습은 바로 그녀가 내면에 감춘 열정의 조각 같은 것 아니었을까...
언제봐도 늘 옅게 미소짓고 있는 아지님..
하하호호 쏟아지는 웃음 아래 하얗게 빛나던 그녀의 치아를 잊을 수 없다..
언니~ 칫과는 어디? 치약은 어떤 것? 그것 관리하는 데 한 달에 얼마?
넘 부러울 따름이었다는.. 아, 나도 칫과에 가야 하는데... ^^;;
옆으로 질끈 묶어 길게 늘어뜨린 개성있는 헤어스타일.. 치마를 좋아하는 그녀..
그날은.. 분홍자켓에 잿빛스커트를 입고 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바로 '안나' 님..
언니~하는 일 대박나서... 산악회에 아시죠? ^^
부드럽고, 선한 웃음이 멋진 행인님..
싸움닭이 돼더라도, 자신의 영역, 자존심은 무엇보다도 지켜야 함을 더욱 알게 됐죠..
어려운 것 알게 해줘서.. 땡큐.. ^^
개그 본능을 잘 아는 재미난 말발의 소유자.
훌쩍 큰 키에 날씬한 몸매.. 근데 그를 보고 여름비언니는 2%가 부족하다고 했다.
2%? 그게 뭐지? 난 잘 모르겠다.. 자작나무님.. 그대는 아시나요? ㅎㅎ
아,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에 맞춰 추는 그대의 춤은 원더풀~~!!
걸쭉한 외모때문에.. 누군가는 30산악회가 40산악회로 바뀐 줄 알았다는 그.. ㅎㅎ
이것저것 관심꺼리도 많고.. 욕심도 많으신 것 같은.. 솔나무무님..
그대의 야심찬 욕심들에.. 박수를 보냅니다...
또 솔나무님과 한쌍의 실과 바늘같은..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의 가드님..
하얀 얼굴이 빨개질 땐.. 아이처럼 천진해보여요.. ^^
근데 공짜 영화티켓은 어디서 그렇게 잘 구하세요?
근사한 음악을 좋아하시고 주위의 온갖 구박에도 낙천적인 웃음을 잃지않는 얼롱님..
언젠가 주위 분들도 구박을 그칠 날 있겠죠...
그날을 위하여 화이팅입니다... ^^
오늘 처음 뵌.. 이쁜 두 보조개에 동그란 눈웃음이 매력적이시던 스마일님..
회원님들과 친근하게 잘 어울리시던 그 모습 그대로 게임도 또 너무 좋아하던 그녀..
흑.. 나같은 게임치는 어떡하라구... ㅜ.ㅜ
만나서 반가웠구, 또박이 산악회에서 더욱 좋은 시간 이어가세요.. ^^
역시 처음 나오신, 사전 연락이 안돼 그대로 구파발 찍고 다시 영등포역 찍으신 부지런한 먹개비님..
자신을 장남보다 더 잘하는 차남이라고 뜸금없이 소개하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산악회에서 더욱 좋은 산행 이어가시길... ^^
.
.
이제 다 끝났나?
휴.. 오늘 후기는 넘 길어서 아무래도 악성 댓글이 여러 개 달릴 것 같다.. ㅎㅎ
어쨌든..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마지막 내 차례.. 나 여름꽃.. 헤헤.. 쑥쓰럽군.. ^^;;
뭐 이런 노래가 있다.
난들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 그렇다.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나는 나를 잘 모르고.. 당신은 당신을 잘 모르고.. 우리는 우리를 잘 모르고..
하지만 시간이 흐른 언젠간.. 알지 않겠는가...
너는 나를.. 나는 너를..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풍경.. 그 따뜻한...
따뜻한 것들은...
따뜻한 풍경과.. 따뜻한 노래들과.. 따뜻한 목소리..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곁에.. 더욱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우리들 곁에.. 더욱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더욱 길게 이어지고.. 우리들의 술잔은 더욱 오래토록 넘쳤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우리들은.. 정말 함께여서 행복하지 않은가...
어느 비오는 봄날의 풍경처럼...
첫댓글 아.. 나도 게임 좋아하는데ㅠ
찬오빠~ 개띠모임도 즐거우셨죠? 게임 좋아해요? 그럼 휴버트오빠한테 개인적으로 게임요청하세요.. 아마 들어주실 꺼에요... 근데 뒷책임은 못진다는.. ^^
은주야.. 네 후기 엄청 기다렸어.. 인물묘사 굿 !! * ^^ * 우리 넘 잼있었찌??
언니~ 뭐 엄청 기다릴 것까지야.. ㅎㅎ 늦게까지 부어라마셔라 우리 정말 즐거웠죠..^^ 영화 '데스 디파잉'만 빼고. ㅎㅎ
인물표현 어울리네요.... 잼나게 보고 갑니다
댓글 감사해요.. 담엔.. 꼭 합류하시구요..^^
내 닉이 아무리 행인이라도 그렇지..그냥지나가는겨? 데스디파잉 같이보고서는..
오홋~ 여기 영화보다 침흘리며 잔 사람~ 한 명 추가여.
이번 벙개에서의 새로운 발견.....여름비와 여름꽃과 행인은 서로 닮았다???????? 암튼 은주 후기 짱!!!!
@.@ 우리가 어쩌다.. 셋 다 모른 척 합시다요.. 자꾸 그러면 아침신문에 난다구여~ ㅎㅎ
게임은 게임일뿐 오해하지 말자^^ 게임은 게임일뿐 오해하지 말자^^ 손목 보면서 이번주는 제 생각만 하시길^^
퍼런멍은 퍼런멍일뿐 게임이라 생각 말자. 퍼런멍은 퍼런멍일뿐 게임이라 생각 말자. ㅎㅎ 휴버트오빠~ 큰일났다 큰일났다.. ㅋㅋㅋ
ㅍㅎㅎ~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뭐하나... 궁금했더니만, 이런 멋진 후기 생각하느라 그랬구나... ^^~ 함께여서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다는거... 알지? 아... 글고~ 손목의 시퍼런 멍... 어째야하는건지...-.-
언니, 나두 멍들었당...ㅠㅠ
우리 단체로 휴버트오빠 게임에서 왕따~ 시켜버릴까? ㅋㅋ~
ㅍㅎㅎ 나 집중해도 잘 안 되는 게임치~ '함께' 란 단어 참 좋죠..그런 의미에서 휴버트오빠 불러 게임이나 한판 더 할까요?? ㅎㅎ
한판 더 했다간 병원 실려간다.. 걍 그분 외면해버려.ㅋㅋ
후기를 정말 잘쓰네요 ~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한 하루였던게 ..팍팍!! 느껴지네요.
푸른하늘님.. 반가워요..^^ 다음에 꼭 함께해요.. 팍팍!! ^^
글솜씨.. A+~ 휴버트야.. 게임이래도 죽기살기로 때리는게 어디 있냐..넘 아파서 가슴까지 멍 들었당..ㅋㅋ
전 가드오빠의 댓글에 A+~를 드리겠습니다. 근데 A+~가 뭐예욧? 나 태어나서 처음 본 글자 같다는..ㅎㅎ 오빠도 휴버트오빠를 담부터 왕따시키겠군요~ 오우~ 가슴까지 멍들다니.. ㅋㅋ 휴버트오빠 진짜 큰일났네.. ㅋㅋ
게임은 게임일뿐 오해하지 말자^^ 게임은 게임일뿐 오해하지 말자^^ 손목 보면서 이번주는 제 생각만 하시길^^ 내생각해~~~
ㅎㅎㅎ 휴버트 오빠~ 난 안그러고 싶은데~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대를.. 오늘부터 '또박이 왕따'로 임명합니다... 그러게 좀좀 살살 때리시지... ㅋㅋ
은주야~ 후기 굿이야~~ 상큼하게 자른 너의 헤어스타일도 굿이었다... 나도 머리스타일 바꾸고 싶은데... 지금 고민이다.. 담에 만날때 놀라지 말길.. ㅎㅎ 맞는게임 안하길 잘했네.. 난 다른건 다해도 맞는건 죽어도 싫어..ㅋㅋ
언니.. 땡큐! 4월엔 더욱 일 잘돼서 한턱 크게 쏘는 것 알죠? ^^ 언니 헤어스타일이 15년 골동품산이라고 했으니까~ 이왕이면 20년 채워요. ㅎㅎ 나처럼 거울보면서 맨날 놀래지 말고~ ㅎㅎ / p.s.. 근데 머리스타일이 바뀌면 마음의 심경도 바뀌는 것 같음.. 나 증거물~^^
후기는 아무나 쓰는게 아니군요..글솜씨에 부러울따름..만나서 반가웠어요^^
하이.. 스마일언니~ 닉처럼 웃는모습이 넘 예뻤어요.. 후기요? 그냥 그렇죠 뭐.. 담에 또 봐요.. ^^
저어기~ 맨 밑에글...무엇보다..우리들은 함께여서 행복하지 않은가?너의 이말이 메아리가 되어 내 마음속에서 자꾸 울려 퍼지는듯해.^^..아직 남아 있을 너의 행복의 잔재가 이 언니에게도 전해지는듯하당.^^좋은 사람들과 비오는날 여유있는 행복을 즐겼구나..!!머리카락 잘랐어?얼른 보고 싶당~^^
하이디 언니~ 언니도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 저 긴 머리 싹둑 잘랐어요.. 넘 웃겨요... ^^;;
조숙한 여름꽃 만나 반가웠구 앞으로자주보자 ^^
조숙한... 숙녀? 왠지 간지러운... ㅎㅎ 눈꽃언니~ 나두 참 반가웠어요... ^^
무슨 게임을 하였기에 다음에는 오빠도 게임에 끼워줘 나도 게임좋아하는데 후기 잘읽고 갑니다.
세븐님~ 게임 좋아하시면~ 휴버트 오빠한테 개인적으로 신청하시면 돼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