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40대 가장이 한류(韓流) 스타를 광적으로 쫓아다니던 13세 딸과 격렬한 말다툼을 벌이다가
칼로 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경화시보(京華時報)가 3일 보도했다.
중국의 한류 열풍이 살인 사건까지 불렀다는 분석이다.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 펑타이(豊台)구에 사는 이모씨는 작년 11월 한국 아이돌그룹 EXO의 극성 팬인 중학생 딸과 크게 싸웠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밤새 인터넷으로 한류 공연만 보고 학교도 가지 않으려는 딸을 야단쳤다"고 말했다.
이 소녀는 EXO의 베이징 공연을 보기 위해 1200위안(약 21만원)을 부모에게 요구했다.
EXO에게 줄 선물까지 사려면 2700위안(약 47만원)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녀의 부모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 출신이다.
특정한 직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웠다고 매체는 전했다. 올해 베이징의 월 최저임금은 1560위안이다.
베이징 시민의 월평균 소득도 5233위안 수준이다. 딸이 요구한 돈은 부모의 한 달 소득에 맞먹는 액수다.
그는 딸이 한류 스타가 입은 옷과 장신구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쓰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딸은 "내게는 (한류) 스타가 부모보다 중요하다. 스타를 더 사랑한다"고 대들었다.
이어 "돈은 나중에 벌어서 갚으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격분한 이씨는 주방의 칼로 딸을 찔렀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 매체는 '한류 스타에 미친 13세 소녀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했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상세히 보도했다.
베이징의 사업가 차오씨는 "한국 연예인의 공연 입장료가 중국인 수입에 비해 너무 비싸다"며 "그러나 한류에 빠진
중국 청소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연 표를 구한다"고 말했다.
EXO의 중국 팬 중에는 한국까지 쫓아와 스타의 사생활을 일일이 따라다니는 일명 '사생 팬'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EXO가 다니는 미용실이나 숙소뿐 아니라 멤버의 친척 결혼식까지 난입해 소동을 벌였다.
또 작년 4월 대만에서 EXO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한 대만 팬은 손목을 그어 자해한 사진을 올린 뒤 '(EXO가)
죽는 걸 보고 싶다니 차라리 내가 손목을 긋겠다'는 글을 올렸다. 중국 현지에서 봉변을 당한 한류 스타도 있다.
'빅뱅'의 멤버 승리는 작년 12월 상하이에서 사생 팬들의 추격을 받다가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택시를 타고 승리 일행을 뒤따라가던 팬들이 일부러 스태프의 차량을 뒤에서 받았고, 스태프 차량이 다시 승리가 타고 있던
차량을 받은 것이다.
한류 열풍을 이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후폭풍도 여전하다.
남자 주인공 김수현이 처음 출연한 중국 예능 프로그램은 올해 중국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장쑤 위성TV의 '최강대뇌(最强大腦)'는 김수현 덕분에 시청 점유율 11.77%를 찍었다.
중국에선 한류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달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나온
"한류를 배우자"는 자성론이 그런 시각을 반영한다.
하지만 한류 열풍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반대로 한류를 타깃으로 하는 듯한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중국에서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지난달 26일 인터넷으로 방송하는 드라마·영화 등에 대해
'선(先) 심사, 후(後) 방영'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인터넷 방송도 사전 심사 대상에 넣어 한류 확산의 통로를 중국 당국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광전총국은 심사를 통과한 인터넷 콘텐츠도 언제든지 방영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별그대'가 중국 지상파 TV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얻은 데 대한 규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외계인이나 귀신 등 '미신을 선전하는 내용'은 지상파 TV에서 방송할 수 없다.
'별그대'의 남자 주인공(김수현)이 외계인으로 설정됐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만 가능했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투더우(土豆) 같은 자체 동영상 재생 사이트를 통해 최신 외국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베이징의 방송계 인사는 "중국 당국은 한류가 인터넷을 통해 과도하게 퍼지는 것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