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江陵) 학산(鶴山)의 전승농요(傳承農謠) ‘오독떼기’
학산 오독떼기전수회관 / 비석(농요 자진아라리) / 모심기 소리(자진아라리)
강릉의 학산(鶴山)은 신라시대 범일국사(梵日國師)가 창건한 불교 사굴산파(闍崛山派)의 본산(本山)인 굴산사(崛山寺) 유적이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인데 국가지정 농요(農謠)로 지정받은 학산(鶴山) 오독떼기가 전승되고 있고 전수회관(傳授會館)도 있다.
타 지역에서는 ‘오돌또기’라고도 불리는 농요인데 이곳에서는 ‘오독떼기’라 부르며 다른 지방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학산 오독떼기를 보면 모내기(자진아라리), 김매기(오독떼기), 꺾음오독떼기, 사리랑(사랑노래), 싸대(새참 때 쌈 싸듯 둥글게 서서 좁혀가는 놀이), 불임(벼베기) 등 다양한데 강원도 무형문화재(제5호)로 지정되었고 기능보유자는 인간문화재로 지정받았다.
강릉지방은 비록 학산 뿐만 아니라 영동지방 곳곳에 비슷한 창법의 농요들이 널리 퍼져있는데 학산 오독떼기가 가장 체계있게 전승되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산 오독떼기는 뛰어난 농요의 기능을 보유하여 수많은 경연대회와 공연에 출연하여 입상하셨던 고(故) 동기달(董基達:1925~2003/인간문화재)님에 의해 체계가 세워졌는데 지금은 그 아드님인 동석범(예능보유자)님이 모든 과정을 지도하며 이끌어 가고 있다.
학산 오독떼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모심기소리, 논맴소리, 벼베기소리, 타작소리로 크게 나눌 수 있고, 논에 김을 맬 때 부르는 논맴소리는 오독떼기, 꺾음오독떼기, 잡가, 사리랑, 싸대가 있으며, 내가 특히 즐겨 부르던(너무 쉬우니까) 벼를 벨 때 부르던 벼 베기 소리가 있다.
벼를 벨 때 우선 낫을 쥔 손에 침을 퉤~ 뱉은 후 낫을 움켜잡고 구부리며 ‘에~~’하고 구성지게 가락을 부르며 벼를 베어서는 단을 묶어서 툭 내던지며 ‘한 단 묶었~네~~’
노랫말은 오로지 ‘에~’와 ‘한 단 묶었네’가 전부였다. 곧 이어 다른 사람이 다른 높이로 이어 부르고..... 처음의 ‘에~’ 부분은 상당히 길고 가락이 다양한데 묶을 때까지 부르기 때문이다.
학산 오독떼기의 특징은 대체로 선창자(先唱者)가 메기면 후창자(後唱者)들이 받는 주고받기 식의 창법이라고 하겠다.
<모내기(자진아라리)>
①심거주게 심거주게 심거주게 원앙에 줄모를 심거주게.
<후렴> 아리 아리 아리 아리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②원앙에 줄모를 못 심그면 오종종 줄모를 심거주게.
③이 논뱀에 모을 심어 장잎이 너울 너울 영화로다.
④바다야 같으네 요 논배미 장기의 졸쪽이 다되었네.
⑤지여가네 지여가네 지여를 가네. 점심때 가야 지여를 가네.
⑥점심 때를야 모르거든 갓을 야 쓰고서 숙여보게.
➆반달같은 점심코리 여기도 뜨구야 저기도 떴네.
<심거주게>심어주게 <심그면>심으면 <논뱀에>논배미에 <장잎>벼의 잎 <지여가네>늦어가네
<장기의 졸쪽>넓은 논(바다)을 다 심고 조금(장기의 졸쪽-작은 면적)만 남았다는 의미
<점심코리>점심을 담아오는 광주리(만드는 재료에 따라 버들고리, 대나무 고리, 싸리나무 고리가 있다.)
<김매기(오독떼기)>
강릉이라 경포대는 관동팔경 제일일세. 머리 좋고 실한 처녀 줄뽕낭게 걸터앉네.
모시적삼 젖혀들고 연적같은 젖을 주오. 맨드라미 봉선화는 동원 뜰에 붉었구나.
연줄가네 연줄가네 해달 속에 연줄가네. 이슬아침 만난동무 서경천에 이별일세.
<줄뽕낭게>줄지어선 뽕나무에(열매는 오디) <연줄가네>연달아 줄맞춰 가네 <서경천>석양녘(저녁)
<꺾음오독떼기(꺾어 부르는 창법)>
간데 쪽쪽 정들여 놓고 이별이 잦어 못살겠네.
강릉이라 남대천에 빨래방치 둥실 떴네.
여주이천 들깨나무 꽃이 피어 만발했네.
해는 지고 저문 날에 어린 선비 울고 가네.
<간데 쪽쪽>가는 곳마다 <잦어>자주(많아) <빨래방치>빨래 방망이
<오독떼기 전수회관 앞 비석>
심어주게 심어주게 심어주게 오종종 줄모를 심어주게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아라리 고개를 넘어간다.
원앙의 줄모를 못심으면 오종종 줄모를 심어주게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아라리 고개를 넘어간다.
이 논배미에 모를 심어 장잎이 너울너울 영화로다.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아라리 고개를 넘어간다.
반달같은 애 점심코리 여기도 뜨구야 저기도 떴네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아라리 고개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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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 오독떼기전수회관 비석에는 ‘심어주게’로 되어있는데 내가 어렸을 때 들은 것은 ‘심거주게’였다.
즉 ‘심어주세요’의 뜻인데 강릉말(학산사투리)로 하면 ‘심거주시우’, 하게말로 ‘심거주게’이다.
농요의 몇몇 곳에 강릉지방 사투리가 나오기도 하는데 기왕이면 이것도 강릉말인 ‘심거주게’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내 개인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모를 심을 때 못줄을 띄우고 다섯 칸 간격으로 길게 모를 심어 놓은 다음 각 칸마다 한 사람이 들어가 다섯 포기 씩 심어나갔는데 먼저 심는 사람은 미처 못 따라 심으면 칸 속에 갇히게 되니 ‘감옥에 가두자’하며 신나게 심어나가던 생각도 난다. 모를 잘 심는 사람은 혼자 하루에 300평을 심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바로 우리 고모부였다.
이 후에는 가로로 줄을 세우고 사람들이 쭉 들어서서 심는 표식에 모를 다 꽂으면 모심던 사람들이 한 발자국 물러서고 줄을 옮기고, 옮기고.... 어른들은 저게 뭐하는 짓이냐고 했다.
지금은 모심는 기계로 심으니 사람 손으로 심는 것은 볼 수가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