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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15 - 대덕사를 나와서 원형 창과 방형 창으로 유명한 겐코안 절에 가다!
교토 여행 3일째인 2024년 11월 21일 206번 버스를 타고 다이도쿠지마에 (大德寺前) 정류소
에서 내려 7~8분을 걸어서 1315년에 세워진 다이도쿠지 (大徳寺, 대덕사) 에
도착하는데.... 일본 선종 임제종의 절로 23개의 탑두사찰 (부속사찰) 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료겐인(龍源院 용원원) 에 들러 ‘가레산스이(枯山水)’ 식 정원을 구경하고는 “다네가시마(種子島銃)” 화승총
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대국을 했던 바둑판을 보는데 이 절은 1590년 황윤길,
1607년에는 경섬(慶暹) 그리고 1624년에 강홍중(姜弘重) 등 조선통신사가 3번이나 묵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고토인((高桐院) 고동원) 에 이르는데 호소카와 타다오키와 기리시탄이었던 부인 타마코 가라샤
의 묘소가 있으니 무덤의 석등은 조선의 것이라고 하며.... 고호안(孤蓬庵 고봉암) 에 가니 여긴 다도
의 센노 리큐가 머물렀던 절로 조선 막사발이 소장되어 있으니 이도다완(井戶茶阮) 으로 일본 국보입니다.
다시 걸어서 큰길로 나와서는 불교대학을 둘러보고는 여기 정류소에서 6번 버스를 타고는 북쪽으로
올라가 다카미네 겐코안마에 鷹峯源光庵前 정류소에 내려서는..... 단풍이 좋다는
겐코안 源光庵 으로 들어가는데 주소는 기타구 다카미네 기타타카미네쵸 (北區 鷹峯 北鷹峯町) 입니다.
우리는 먼저 아래쪽에 다이도쿠지 (대덕사) 절을 보고 오느라 206번 버스와 6번 버스를
두 번 탔는데.... 교토역에서 바로 오자면 206번을 타면 되고 또 지하철
카라스마선 기타오지 (北大路 북대로) 역에서 6번이나 북 1번 시영 버스를 타도 됩니다.
500엔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관광객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입장하려면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내 생각 만큼 엄청난 인파는 아닌 것이 참
다행스러운데, 단풍이 유명한 절인데도 그리 많은 인파가 아니라서 바로 입장한 것은....
금년에는늦더위로 인해 단풍이 늦게 든지라 일본인들은 한 열흘 후에야 몰려올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일본인들 외에 중국인들이 많이 보이는데,
금각사나 니조성에 몰려드는 수많은 서양인 관광객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원형과 방형 2개의 유명한 창문에서 바라보는 단풍이 절경이라는 겐코안
(源光庵) 은.... 정원에 있는 훌륭한 단풍 나무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본당에는 둥근 '깨달음의 창' 과 네모난 방형의 '망설이는 창' 이 있어 각각 불의(佛意) 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 둥근 창문은 어떤 일에도 얽매이지 않는 기분을 “선과 원통” 의 마음으로 나타내고,
사각 창문은 살기나 병, 죽음 등 매일 매일의 다양한 고통스러운 “인간의 생애” 를 나타내고 있답니다.
조금 전에 다이도쿠지 ( (大徳寺, 대덕사) 도 선종 사원이었는데... 그럼 이 절도 선종(禪宗)
이니... 선종은 원래 중국 대륙에서 5세기에 발전하기 시작한 대승 불교의 한 종류 입니다.
선종 (禪宗) 은 대승 불교의 한 갈래로 '불성(佛性)' 을 중요시 하는데.... 초기 불교에서는
불성을 찾는 것이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었으니, 그나마 불성(佛性) 에 가장
가까운 개념으로는 '열반으로 가는 데 필요한 순수한 마음' 정도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불성(佛性) 을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을 표현한 것이지, 특정한
존재론적 개념을 상정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인도 불교에서 별 인기가
없던 불성 개념이 동아시아 등지에서 크게 확산된데 기여한 경전은 법화경 이라고 합니다.
초기 선종 (禪宗) 은 설일체유부의 수행법으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니....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심념처 수행을 기반으로 하는등 여러 요소를 공유하는데, 한국 선종의
대표인 조계종에서도 대승 불교의 경전인 금강경을 소의경전 (근본경전) 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래면목, 이심전심, 불립문자(不立文字), 견성오도 (見性悟道) 를 중심 가르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경전을 중심으로 하는 교종 (敎宗) 과 비교되며, 그래서 "참선과 수행" 을 중심으로 합니다.
사실 등장 부터 수행과 직관을 중시하는 것이 도교 등 타 종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으며, '염화미소' 라는 유명한 선종의 일화가 등장한 경전 “대범천왕문
불결의경” 은 위경이라는 설이 주류인 등 교종 계통의 불교와 많은 배치점을 보입니다.
수행 방법에 따라 묵조선과 간화선으로 구분되는데..... 묵조선은 좌선을 중심
으로 하며, 당장 깨달음을 추구하기 보다는 자기 마음 속에 내재된
자성 (自性) 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방식이며, 조동종 쪽의 수행법 입니다.
반면에 간화선 (看話禪) 은 특정한 하나의 화두 (話頭) 에 대한 강한 의심을 통해 한 순간에
깨달음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며, 다이도쿠지(대덕사) 처럼 임제종의 방식이니
한국의 선종(禪宗) 은 대부분 임제종의 영향을 받아서는 화두 수행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다른 특성으로, '노동' 을 중시한다는 점이 있으니.... 선종에서는 노동 또한 수행의 일종이라고 보고,
수행자가 직접 일을 해서 자급자족하는 것을 중시하며 이러한 뜻을 담은 선종의 문구가
있는데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 즉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입니다.
이 문구는 당나라의 고승인 백장 (百丈) 이라는 선종 승려가 했다는 발언에서 유래한다는
데..... 그래서 선종(남선종) 에서는 다른 종파에 비해 탁발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기며, 덕택에 삼무일종법난에서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종파가 되었습니다.
중국에 온 서역승 달마대사로 부터 시작된 불교의 종파인 선종(禪宗) 내에서는 인도
에서 법맥이 이어져 중국에 전래됐다고 보지만, 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으며 선종은 이후 6대 조 혜능에 의해 발전하였다고 합니다.
신라는 원효와 의상으로 대표되는 교종(敎宗) 불교가 발달했으나 신라 하대에 선종(禪宗) 의 출현으로 신라
말의 혼란은 가중되었는데, 중앙귀족들은 왕실의 지원을 받는 교종(5종)을 신봉했다면 삼한계 지방
호족들은 신라계 우대정책에 반발해 누구나 부처가 될수 있다는 교리를 지닌 선종(9산) 을 추종하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석가모니 부처가 아닌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증득한 자를 말하는데..... 하지만 후삼국시대의 궁예는 선종의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교리를 악용하여 스스로 미륵불이라 자처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스스로 미륵불이라 자처하던 궁예가 타락하고 멸망하게 되자, 왕건의 고려는 초반에 선종
세력의 후원을 받았음에도 국가의 지원을 받는 호국불교 교종을 국가이념으로 삼아
선종을 박해했는데, 귀족 지배층 입장에서는 전통을 중시하는 교종이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고종 시기 대각국사 의천은 선종(禪宗) 을 매우 증오하여 선종을 사문난적이라 표현하며
조선 연산군의 파불에 가까울 정도로 박해를 가했지만 아무리 위에서
박해를 해도 대중의 지지는 선종 쪽이 더 높았기 때문에 선종의 씨를 말리는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 교종과 선종의 대립은 12세기 후로 동아시아 국가들이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삼고 숭유
억불 방향으로 나가면서 왕실의 불교 지원이 크게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하여
그동안 지배층의 후원으로 유지되던 정통 교종이 몰락하면서 오히려 선종만이 살아남게 됩니다.
한국사에는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후 도의선사(9산중 가지산파) 에 의해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 선종 중에 먼저 들어온 시기는 서기 8세기 후반에 신행대사가 단계적 깨달음을 중시하는
북종선을 들여온 것이 최초이며, 도의선사는 “돈오= 즉각적 깨달음” 을 강조하는 남종선을 들여왔습니다.
선종 (禪宗) 이 들어오던 서기 820년대는 김헌창의 난이 일어났던 시기고 신라 9주 중 4주를 점령할
만큼 막강했으나 상당히 빨리 진압되는데..... 이 시기에는 신라 정부의 권위가 있었기
때문에 민중 입장에서도 권위에 의지하지 말라는 선종의 가르침이 눈에 들어올리 없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당시에는 선종 (禪宗) 이 별로 주목받지 못했는데.... 신라 말기인 서기 890년대 이후 혼란한
시대에 구산선문이 소율희 등 몇몇 호족들의 지원을 받고 성장하면서 보편화
되었으며.... 신라 정부는 선종과 제휴를 시도했지만 호족의 지원이 더 커서 선종은 이를 거절합니다.
선종 (禪宗) 은 누구나 접근할수 있다는 보편성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니.... 원효대사의 정토종(법성종)
보다도 파격적인 효과를 불러왔으니 '무식한' 호족과 무신정권기의 무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 때문에 최충헌 시기 지눌과 같은 승려가 무신정권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고 합니다.
호족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선종을 지원할 경우 백성들의 지지를 얻기 쉬웠다는 점, 그리고 교리가 그들
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니.... 선종은 교종과 달리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는 열린 교리를
내세웠는데,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면 왕도 누구나 될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서 받아들인 것입니다.
당연히 이는 풍수지리와 함께 자신들의 봉기를 정당화하는 데 쓰이기도 했으며, 반면 교종(특히 화엄종)
은 권위를 강조하기 때문에 신분제도를 정당화 하니 왕실과 귀족사회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의 한국 불교는 조계종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교종 보다 선종에 가까운 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교단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티베트 불교가 원나라를 거쳐 들어와 불교
계의 사치가 심해지니..... 경천사 10층 석탑이나 다포식 건물의 화려한 장식은 이런 영향을 받은
것인데, 그러자 보우가 남아있던 구산선문의 전통을 임제종의 이름 아래 통합하려 했으나 좌절됩니다.
다만, 교종과 선종이란 표현은 조선 세종 때에 와서야 보편화 된 것이니....
화엄종,법상종을 비롯 경전을 중시하는 4개 종파는 교종으로, 나머지는
선종으로 분류되었는데 특이한 것은 천태종이 선종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천태종은 크게 분류하면 교종이고 정확히 분류하자면 밀교적 성향이 많이 포함된 교종
인데..... 한국에서 이런 특이한 분류가 생긴 건 과거 의천이 불교
교단 통합 운동을 할 때 선종 계열 종파들을 천태종 쪽으로 흡수시켰기 때문인가 합니다.
선종 중에 북종선은 점진적인 깨달음을 중시하는데 현재는 대가 끊겼으며 남종선은 순간적인
깨달음을 중시하니 현재 남아있는 선종은 전부 남종선 계열이며.... 임제종은
간화선 (看話禪) 을 중시하는 종파로 한국의 조계종도 이 분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 선종은 남송을 통해 12세기경 가마쿠라 막부 시대에 도겐(道元) 이 들여왔는데,
조동종에 비해서는 2인자이지만 잇큐씨 이야기등 꽤나 많은 족적을 남겼으니
일본 임제종 이름으로 여러 분파가 존재하며, 그중에 묘신지파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한국과 달리 조동종등 묵조선이 주류임도 특징인데, 특이한 점은 일본의 선종이 다도와 건축
(긴카쿠지), 가레산스이 정원 등 문화적인 면에 있어서 크게 영향을 줬다는 사실입니다.
인테리어 등에서 말하는 젠 스타일 (Zen style) 의 젠(禪)이 선종의 선(禪) 인데.... 주류 타종파에 비해
규율이나 법도가 느슨하고 너그러운 편이라서 수행 강도도 비교적 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서구권에 초창기에 들어간 불교 종파 중에 일본식 선종도 있었으니..... 미국에는 '2명의 스즈키'
로 불리는 스즈키 다이세쓰 (鈴木大拙) 와 스즈키 순류 (鈴木俊降) 선사가 포교했고,
유럽에서는 데시마루 다이센 (弟子丸泰仙 1914-1982) 선사가 일본식 선불교를 퍼뜨렸습니다.
1960년대 당시 68혁명 세대 같이 당대 기성세대에 저항적이었던 젊은이들 사이에 팽배했던
반기독교 감정과 결합하여 젊은이들 사이에 일본 선 불교 (禪 佛敎)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오늘날에도 진지하게 절에 다니지는 않아도 참선을 하는 유럽인들은 꽤 많습니다.
일본 조동종에서 절 안에서 수행하는 승려들 중 짬(?) 이 가장 많은 승려를 수좌(首座) 라 하며, 수좌를
인정하는 의식을 법전식(法戦式) 이라고 부르는데..... 그 분위기가 정말 이름 그대로 살벌하며
조동종과 임제종은 도쿄도 그랜드 호텔과 하나조노 회관 (花園会館) 숙박 시설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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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승과 짬 많은 일반 승려가 화두를 서로 나누는데 마치 싸우듯이 화두를 하며.....
조동종은 묵조선식 지관타좌 참선을 주로 하지만, 이 법전식에서 만큼은
공안을 주고받는다는데, 법전식은 한국 불교 용어로 공개 법거량(法擧揚) 에 해당합니다.
수행 분위기도 조동종은 매우 엄격하고 임제종은 여유있는 편이라 하는데.... 일본 조동종과 임제종은 가장
많이 전파되고 알려진 선종이니, 메이지 유신 당시 개혁 정책의 영향으로 대처는 가능하나 정토종이나
진언종 처럼 육식은 개인 사찰에서 사사롭게 하는 정도만 용인하며... 수행 도량에서는 채식만 가능합니다.
보화종(普化宗) 은 바구니 같은 것을 뒤집어 쓰고 샤쿠하치(일본식 퉁소) 를 불며 탁발하는 허무승(虚無僧)
으로 유명하니, 이들은 다른 선종 종단들과 달리 머리를 기를 수 있고 장삼을 입고
텐카이(天蓋) 라는 바구니 비슷한 삿갓을 써서 얼굴을 가린 채로 퉁소를 불면서 각처를 떠돌며 수행합니다.
이런 외형적인 특징이 너무나 강렬해서 규모는 작은데도 인지도는 높은데..... 전국(戰國)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 사극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하며
필요에 따라서 무술을 배워 나라가 어지러울 때에는 승병으로서 전투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의 선종(禪宗) 불교는 전쟁에 적극적으로 이용됨과 동시에 스스로 참여해 왔으니...
가마쿠라 막부 부터 사무라이들은 검술에 참선 수련을 활용했었고, 20세기초의 일본 선종은 천황제
와 군국주의에 적극적으로 봉사하는데, 태평양 전쟁때도 열렬한 군국주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1937년에 불교 승려들과 내각대신, 군부장성들이 모여서 다이호린 토론회를 개최하기 이르는
데.... 스기모토 고로 중령은 “선(禪) 이 군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모든 일본인들이
반드시 주권자와 백성이 일치한다는 정신속에 살면서, 자신들의 자아를 제거하고,
자기를 몰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선 수련을 통해서 나의 자아를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군인 선(禪) 수련의 대가(大家) 로 인정받았던 스기모토 고로 중령이 쓴 "대의" 라는 책은,
전쟁 말기 일본 학생들 중에 읽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 였고, 학생들의 반자이(만세) 돌격, 카미카제 자폭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일본의 불교, 특히 선종(禪宗) 이 군국주의와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걸 책으로 알린 사람은
미국의 불교학자 브라이언 다이젠 빅토리아이고, 그 저서는 "전쟁과 선 (禪) " 이라는 제목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