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에는 선동할까 조심해야
최광희 목사·신학박사
여러 종류의 피로 해소용 수액 가운데 ‘마늘 주사’라는 것이 있다. 이 주사를 맞으면 코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피로회복과 피부미용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이 주사의 정식 이름은 리포아란 주사(Lipoaran Inj.)이다. 이 주사의 주성분은 비타민 B1이며 마늘 성분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마늘 주사라는 이름만 듣고 마늘 농축액으로 만든 수액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 오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면 오해는 가짜 지식이 되고 나아가 가짜 뉴스가 되어 버린다.
예전에 여성의 자궁에서 샴푸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무성할 때가 있었다. 그런 말을 근거로 입으로 먹는 것 못지않게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연 성분으로 만든 좋은 샴푸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화장품 회사가 있었다. 피부로 흡수된 독성이 몸에 쌓인다는 이 주장은 '경피독'이라는 용어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경피독 괴담에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샴푸란 기본적으로 계면활성제에 몇몇 첨가물을 섞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계면활성제라는 것은 물과 기름이 섞이게 하는 물질이며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 물질이다. 계면활성제는 우리 몸에서도 만들어져 폐와 같은 장기의 기능을 돕거나 면역 작용을 한다.
우리 피부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촘촘한 거름망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이를 통과할 수 있는 물질은 많지 않다. 게다가 피부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몸에 해로운 물질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모세혈관을 타고 장기 여기저기로 흘러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게다가 몸의 특별한 장기에서 샴푸 냄새가 난다고 할 때 과연 어떤 냄새를 두고 하는 말이며 특정한 장기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 사실은 어떻게 확인되었을까? 아무래도 그 이야기는 어떤 화장품 회사가 자기네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퍼뜨린 괴담으로 여겨진다.
오래전에 A사의 주방 세제 시연(試演)이 사기극으로 밝혀진 일이 있다. 타사 제품은 원액을 쓰고 자기네 제품은 물에 타서 쓰면서 물에 탄 A사의 주방 세제가 더 잘 씻어진다고 주장한 것인데 모든 주방 세제는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므로 그럴 때는 “아하 그렇군요”라고 말하기 전에 다른 회사 제품도 똑같이도 해보고 반대로도 해보자고 해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시대는 SNS가 없으면 생활이 곤란한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다. 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인 SNS가 '선동 너무 쉽다'의 줄임말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돌아다닌다. 누군가 자극적인 정보를 올리면 사실인지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퍼 나르고 보는 네티즌의 심리가 발동되기 때문이다. 내용의 오류도 문제이지만 시기적으로 수년 전 소식도 [속보]라는 명찰을 달도 돌아다니는 일이 흔하다. 특히 새해가 되면 교통 법규가 이렇게 저렇게 바뀐다고 하는 것은 단골 메뉴인데 확인해보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옛날 소식이다.
한때는 일정한 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으면 수십만 원의 돈이 빠져나간다는 무시무시한 괴담이 SNS에서 돌아다녔다. 전화라는 것이 무엇인데 아무 번호도 누르지 않고 받기만 했는데 돈이 빠져나간다는 말인가? 정말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쁜 마음만 품으면 금방 갑부가 될 것 아닌가? 또 한때는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면 몸에 해로운 무서운 물질로 변한다는 전자레인지 괴담도 유행했다.
그런데 요즘 SNS에는 전자레인지 괴담과 비슷한 끓인 물 괴담이 돌아다닌다. 끓인 물을 식혀서 다시 끓이면 몸에도 해롭고 화분 식물에도 해로우니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어이없게도 많은 사림이 ‘좋은 정보 알려 주어서 고맙다’라고 댓글을 달고 있다. 어쩌면 그 가운데는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줄여 주기 위해 그 정보(?)를 재탕으로 퍼 나른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은 H2O이고 그 속에 미량(微量)의 미네랄이 있을 뿐인데 끓여서 식힌다고 해서 어찌 성분이 변하며 독성 물질이 된다는 말인가? 끓여서 식힌 물을 다시 끓여서 독성이 생긴다면 처음 끓인 상태에서는 괜찮을까? 식히지 않고 계속 끓이면 어떨까? 맹물 말고 국이나 찌개는 다시 끓여도 괜찮다는 말인가? 물을 끓이고 식히는 방법으로 성분을 바뀐다면 쇠못으로 금도 만들고 티타늄도 만드는 것을 연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날은 누구나 SNS를 사용하고 SNS로 소통하는 시대이다. 이런 때는 우선 자신이 선동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또 의도치 않게 남을 선동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진리를 전하는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말과 글에 가짜 정보가 섞이지 않도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만일 한두 번 거짓 지식을 전하게 되면, 늑대 소년처럼, 내가 전하는 진리조차 가짜로 취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국민일보 더미션 기사
https://www.themiss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0436